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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가 전하려 한 최종 메시지, 이거였구나

[TV 리뷰] tvN <마더> 후반부 대사가 던져준 생각거리, '모든 엄마의 행복'

18.03.16 11:43최종업데이트18.03.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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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마더>의 한 장면. ⓒ tvN


tvN 수목드라마 <마더>가 끝났다. 학대받는 아이를 돕기 위해 유괴범이 된 수진(이보영)이 진짜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누가 진짜 엄마인가'라는 모성에 대한 질문을 넘어,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드라마 <마더>. 특히, 드라마 전체의 흐름과 등장인물들의 진심이 드러나는 후반부(13회~16회)의 대사들은 깊은 생각거리들을 제공했다. <마더>의 대사들을 통해,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를 정리해 본다.

'이제까지 내가 엄마를 용서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껏 내가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나 이제 엄마가 됐나보다." (수진, 13회)

<마더>는 수진의 어릴 적 상처가 치유되고, 성장해가는 심리드라마였다. 어릴 적 친엄마에게 버려진 수진은 자신을 입양해 키워준 엄마에게 30년 동안 마음을 열지 못한 채 낳아 준 엄마를 기다리고 미워하기를 반복하며 지낸다. 하지만 수진은 그 마음을 억누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냉담하고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어른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학대받는 아이 혜나(허율)를 만난다. 그리고 혜나를 통해 수진은 저 마음 깊숙히 감춰두었던 어릴 적 상처받은 자신을 만난다.

'윤복'이가 된 혜나는 수진과 함께 수진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보육원을 함께 방문하고, 수진이 버려질 때 입었던 원피스도 입어보며 수진의 어린 시절이 되어준다. 아마도 수진은 윤복을 돌보면서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보듬어 안았을 것이다. 이렇게 수진은 윤복을 '자신이 바라던 좋은 엄마'의 모습으로 보살피면서 자신의 내면도 치유해간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다시 꺼내고 내면에 통합시켜가면서 수진은 낳아준 엄마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키워 준 엄마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용서의 단계에 이른다.

아마도 수진은 이런 치유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범죄자 신분으로도 윤복에 대한 사랑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입양절차를 밟을 수 있었고, 윤복에게 완벽하기 보다는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 여성들을 짓누르는 또 하나의 굴레

tvN <마더>의 한 장면. ⓒ tvN


"혜나는 네 소유물이 아니야. 어떤 아이도 엄마의 소유물은 아니지. 넌 내 딸 강수진을 비웃을 자격이 없어. 복수를 위해 자기 아이를 이용하다니." (영신, 14회)

자영(고성희)의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영신(이혜영)이 남긴 이 대사는 어쩌면 우리 시대의 모든 엄마들에게 하는 충고일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모성은 입히고, 재우고, 먹이는 생존과 관련된 '돌봄의 영역'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엄마에게 '교육'의 역할까지 담당시킨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모성은 아이를 얼마나 잘 교육시키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하고, 멋진 직장을 갖게 하는 것으로 평가받곤 한다. 이는 자기 자신을 실현하고 싶으면서도 엄마가 된 현대 여성들을 짓누르는 또 하나의 굴레이다.

동시에 이는 아이들에게도 멍에가 된다. 아이에게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투사하는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엄마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자영은 복수를 위해 자신의 아이를 이용했지만, 현대의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보다 높은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아이를 이용한다.

드라마 속 영신은 자신의 분신으로 수진을 키웠지만, 수진이 성장해가면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수진을 독립시키는 인물이다. 때문에 영신의 이 대사는 더 진정성이 있다. 모든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 노력이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인지,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방향인지는 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아이를 소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재로서 사랑하며,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더>에서 특히 눈에 띈 남성 캐릭터

"현진이 그 녀석 불쌍해서 어떻게 하냐. 나 같은 놈이 아빠인 줄 알면..."(재범, 15회)

재범은 현진의 아빠였으면서도 30년 가까운 세월을 '아저씨'로 살아온 인물이다. 현진은 아빠와 한 집에 살면서도 친부가 아닌 입양모인 영신의 딸로 성장한다. 그리고 마침내, 현진(고보결)이 재범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재범은 수진에게 이와 같이 토로한다.

왜 가정에서 아버지는 없어도 되는 사람인 걸까? 재범은 왜 스스로 아버지이기를 거부했을까?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아닌 재범의 존재는 여전히 양육은 여성, 즉 어머니의 몫이라는 사회적 통념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진과 자매들, 그리고 영신에게 재범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수진이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나눈 대상도, 현진이 신문사를 관두고 힘들어할 때 정서적으로 지지가 되어준 것도 재범이었다. 배우로서 영신이 바쁠 때 재범은 영신이 선택한 세 딸들의 학교생활을 돕는 역할도 했다. 재범은 '아버지'로 불리지만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양육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담당했다. 때문에 영신의 세 딸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버지 역시 아이들에게는 중요하다. 부성 역시 가치있는 것이다.

"그 새가 날아가는 걸 볼 때, 한편으로는 아쉬우면서도 보기 좋은 그런 기분. 이제 행복해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가요.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져요."(진홍, 16회)

tnN 드라마 <마더>에서 진홍역을 맡은 배우 이재윤 ⓒ tvN


여성들이 주로 이끄는 이 드라마에서 눈에 띄는 남성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영신의 주치의이자 수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진홍(이재윤)이다. 진홍의 아버지는 소아과 의사였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다. 드라마 전반부 진홍의 설명에 따르면, 직업적 소명의식으로 평생을 보람 있게 사셨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세 끼를 집에 와서 드시는 아버지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어머니가 불행해보였고,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하든 스스의 삶을 지켜갈 것 같은 수진에게 끌렸다고 이야기한다. 진홍은 여성을 남성의 돌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존재로 보지 않는,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인물이다.

때문에 진홍은 경찰 등 다른 남성적 권력들이 수진과 윤복을 갈라놓으려 할 때 수진이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제공한다. 또한, 아이슬란드로 떠나고자 하는 수진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머물라 요구하지 않고, 이처럼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며 수진의 독립과 꿈을 응원한다. 진홍 외에도 결정적인 순간 수진을 돕는 남이섬에서 만난 아이의 아빠 역시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는, '모성'의 가치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이런 남성 캐릭터들이 수진에게 준 도움들은 힘과 권력에 따라 위계를 세우는 가부장적 질서가 아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평관계에서 서로 돕는 여성주의적 태도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유용한지를 상징한다 할 수 있다. 

<마더>의 울림을 간직해 본다

"낯선 사람들에게 혜나가 당한 일들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게 싫었고, 혜나는 즉시 보호받아야 했습니다."(수진, 14회, 16회)

<마더>의 시작은 우리 사회의 허술한 아동보호 체계였다. 학대받는 혜나를 발견해 경찰에 보고했을 때 혜나를 즉시 보호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수진이 혜나를 유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14회와 16회에서 반복된 수진의 법정 최후 발언 중 이 대사는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없는 아동보호 체계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경찰들은 혜나의 학대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혜나의 집을 찾아가지만, 학대를 부인하는 자영의 진술에 의존에 초기 대응을 소홀히 한다. 하지만 실제 국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 중 절반이 훨씬 넘는 경우가 부모다. 때문에 부모를 상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파악하고, 전적으로 이를 믿는 신고체계는 수정되어야 한다.

또한, 피해 아동에게 반복해서 당한 일들에 대해 되묻고 이를 묘사하게 하는 것 역시 아동에게는 또 하나의 트라우마가 된다. 드라마 속 혜나가 경찰 조사나 재판과정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하기 싫다고 하고,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학대받은 아동을 즉시 가해자로부터 분리해 안전하게 보호하고, 아동의 심리상태를 배려해 조사하며, 향후 보호체계 역시 보다 아동위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 <마더>는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혜나 엄마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윤복,16회)

tvN 수목드라마 <마더> 마지막회 한 장면 ⓒ tvN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진짜로 '윤복'이 된 혜나는 엄마 수진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학대했던 엄마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수진이 친엄마를 용서하듯, 윤복 역시 낳아준 엄마의 행복을 바란다. 어쩌면 상처의 치유, 용서와 화해 그리고 세상 모든 엄마들의 행복이 <마더>가 전하고자 하는 최종적인 메시지였을지 모른다.

윤복의 이 소망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드라마가 보여주듯, 가부장적인 위계질서에 의한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편견은 불행한 엄마들을 만든다. 아동학대 역시 힘 있는 자가 약자를 괴롭힌다는 측면에서 힘에 의한 수직적 인간관계가 만든 범죄나 다름없다.

반대로 드라마 속 수평적 힘인 모성은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고, 가부장적 권력과 부당한 사회시스템에 맞서 아이를 구해낸다. 윤복이가 바라는 '엄마의 행복'이 이뤄지는 세상은 아마도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인간관계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여성주의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그런 곳일 것이다.

그런 세상이 될 때 자신을 폭행하는 남자를 죽이고 아이를 버려야 하는 슬픈 엄마도, 자영과 같이 홀로서기를 하지 못해 병들어가는 아픈 엄마들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버림받고 학대받는 아이도, 슬프고 아픈 엄마의 소유물 혹은 대리물이 되는 아이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자신을 학대했던 엄마의 행복마저 바라는 윤복이의 그 마음이 현실에서 실현될 날이 올 수 있길 간절히 응원하며, <마더>의 울림을 간직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마더 페미니즘 모성 심리치유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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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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