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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털다 만' <썰전>, 유시민조차 실망스러웠다

[TV 리뷰] MB 검찰 소환 다룬 <썰전>과 <블랙하우스>

18.03.16 14:26최종업데이트18.03.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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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코어 뉴스깨기 썰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뉴스의 뒷이야기를 털겠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방송되는 JTBC 시사토크 프로그램 <썰전>의 진행자 김구라가 본격 토론에 앞서 늘 붙이는 멘트다. 그러나 15일 제261회 방송은 뒷이야기를 '털다만' 듯한 느낌이어서 씁쓸했다.

이날 <썰전>은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을 첫 번째 주제로 올렸다. 마침 14일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이날 방송에서 어떤 내용의 토론이 오갈지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치열한 '썰전'은 없었다. 유시민 작가는 굉장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보수쪽 패널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16일 오후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박형준 교수는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유시민 작가도 같은 의견을 냈다. ⓒ JTBC


박 교수는 앞선 방송에서 이 전 대통령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두둔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던 지난해 10월, <썰전>을 통해 마치 대변인이라도 되는양 이 전 대통령 측 입장을 쏟아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가 한 말을 복기해보자.

"특히 전직 대통령을 향한 기획 수사로 사용해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분노의 정치보복을 한다고요."

"적폐청산 이름으로 자행되는 정치 기획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랬던 박 교수가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앞둔 시점에는 이런 말을 했다.

"비리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건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적 책임여부를 떠나서 국민들에 대한 사과는 불가피하지 않느냐."

"공과는 나중에 다 평가하겠지만, 정치적 책임은 말씀하셔야 한다고 보고요."

앞선 방송을 떠올린다면, '대국민사과'와 '정치적 책임'을 지적한 박 교수의 말은 무척 이례적이다.

박형준 교수가 달라진 입장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이날 방송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먼저 녹화시점이다. 유 작가는 이날 방송이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이틀 앞둔 월요일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현재 이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는 20개가량이다. 그가 과연 이 혐의를 인정할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이번 주 가장 큰 이슈였고 <썰전>이 반드시 다뤄야만 하는 주제였다. 그러나 녹화 시점 탓에 <썰전>은 이 내용을 제대로 다룰 수 없었다. 하지만 전 국민적인 관심사를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추가 녹화를 해서라도 이를 다뤄야 했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다 본 뒤에도 뭔가 통쾌하거나 시원하지 않고 아쉬움이 들었던 건 이런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MB에 제기된 혐의, 공동체 존립 기반 흔드는 사안

16일 오후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박형준 교수는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유시민 작가도 같은 의견을 냈다. ⓒ JTBC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한 두 패널의 입장도 논란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박 교수와 유 작가 모두 이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들이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많고,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 작가는 전직 대통령이기에 도주우려가 없고, 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구속 수사 의견을 냈다.

박 교수와 유 작가가 불구속을 주장하며 내세운 이유들이 이치에 어긋난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국민들 대다수가 이 전 대통령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TBS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50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7.5%로 조사됐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4.4%p) 국민 10명 중 7명이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원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론이 우세하다고 해서 구속을 강행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솔직히 두 패널의 의견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압도적인 여론 때문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 내용이 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뒤흔들고 있는 심각한 사안이고, 따라서 엄정한 법적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 활동비 하나만 예를 들겠다. 특수 활동비는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고유 업무를 수행하라고 국정원에게 지급한 돈이다. 말하자면 국민 세금이란 말이다. 만약 국정원 특활비 상납의혹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이 전 대통령은 국민혈세를 현금인출기에서 빼다 쓰듯 가져다 쓴 셈이다. 이는 국가안보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생업전선에서 매일 전쟁과도 같은 삶을 살아내는 평범한 국민들의 땀방울을 모독하는 행위다.

유 작가는 또 도주우려가 없다고는 했으나, 구속 요건 중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검찰과 법원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증거인멸에 대비하면서 엄중한 법적 잣대로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주력해야 하며,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형을 내려야 한다. 이게 정의다. 국민 상당수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썰전> 방송하던 그 시각,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이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을 다룬 <썰전> 방송은 여러 모로 부족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같은 시각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이정렬 전 부장판사를 패널로 출연시켜 이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를 '탈탈 털었다'.

박 의원은 특유의 입담으로 "MB는 돈 벌려고 대통령 된 사람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법적으로 딱 맞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도 이날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김어준 MC와의 화상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을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시사 토크 프로그램의 묘미는 치열한 논리와 구수한 입담의 조화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다루는 데에는 <썰전>보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조금 더 앞섰다고 본다. <썰전>이 보다 분발해야겠다.

썰전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박형준 교수 디가우징 이명박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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