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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말고 참으라? <디스패치> 워너원 '훈계'가 불편한 이유

워너원 논란 속에 오가는 문제 있는 '지적', 아이돌은 상품이기 전에 사람이다

18.03.23 15:24최종업데이트18.03.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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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후 5시 26분]

서태지가 '서태지와 아이들' 활동하던 초기의 일이다. 1992년 혜성과 같이 나타난 서태지와 아이들은 1집 <난 알아요> 활동을 마치고 약 1년 3개월의 휴식기를 가지고 2집 <하여가>를 들고 나타난다. 지금이야 앨범과 앨범 사이에 충분한 기간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90년대 초 공백기를 가진다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런 '돌출 행동'은 가수들이 휴식기를 가지는 것이 당연해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일 Mnet '스타라이브' 방송 중에 워너원 멤버 간 오갔던 대화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논란이 오가는 중이다. 그들이 '빡센' 스케줄을 불평한 것과 관련하여 <디스패치>는 '바쁜 스케줄은 그들의 꿈이었다'라며 마치 워너원 멤버들을 다그치는 듯한 글을 내보냈다. 이를 보고 과거 서태지의 업적(?)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비정상적 수익배분과 과로 앞에 '초심'을 이야기하는 <디스패치>

2018년 3월 21일자 <디스패치> 기사 '"그들의 쪽잠은, 누군가의 꿈" 워너원, 약이 될 논란들' 중 일부분 ⓒ 디스패치


"왜 이렇게 스케줄이 빡센가?" (박지훈)
"우리는 왜 정산을 받지 못하는가?" (강다니엘)
"왜, 왜 20%만 받아가는가?" (박지훈)
(중략) 워너원의 불평 불만이 당연한 건 아닙니다. 바쁜 스케줄은 그들의 꿈이었으니까요. CJ E&M의 정산 조건도 알고 있었습니다. 2017년 4월, 그들은 분명 간절했습니다. 데뷔가 절실하다고, 무대가 고프다고 말했습니다. 선택을 받기 위해 밤샘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 <디스패치>, '"그들의 쪽잠은, 누군가의 꿈" 워너원, 약이 될 논란들' (2018년 3월 21일)


워너원의 공백기는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서 굉장히 짧은 편이다. 첫 번째 앨범과 다음 앨범 사이에 3개월, 두 번째 앨범과 다음 앨범 사이에 4개월 가량의 휴식기가 있었다. 보통 5~6개월 정도의 공백기를 두는 것을 감안하면 워너원의 활동이 실제로도 빡빡하게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11월부터 12월 말까지 <워너원 고> 방송이 진행되었는데 12월에 있었던 서울과 부산 콘서트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음을 감안하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것이다.

<디스패치>의 기사는 이상하다. 논리와 논리가 다소 헐겁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있었던 스케줄을 이야기하면서 '빡세다'는 것은 인정하고 수익정산 구조에 대해 살펴본 뒤, 바쁜 스케줄이 그들의 꿈이었다는 얘기로 넘어간다. 결국 '너희들은 꿈을 이루었으면서 왜 불평하느냐'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워너원이 잘한 건 '1'도 없습니다. 그들은 (일부 멤버지만)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99명의 탈락자는, 그런 불만 자체가 부러울 겁니다. (중략) 워너원은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은 선택받은 아이돌입니다. 수많은 꿈을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그만큼 책임감이 뒤따릅니다."

수익배분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냥 건조하게 사실관계만 짚고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CJ E&M과 YMC가 각각 25%씩 가져가고 나머지 50%를 11등분한 뒤에 그 11분의 1을 소속사와 나눈다. 결국 1000만 원을 벌었다고 예시로 들면서 멤버 개인에게 돌아오는 몫은 대략 20만 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란 말인가?

음원 수익 배분의 문제에 국한해서 보자면 이는 대중음악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음원 수익 배분율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매출액의 60%정도를 창작자가 가져가는데 창작자는 또 분류되어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는 스트리밍 수입의 6%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착취에 가까운 기형적인 구조 앞에서는 '슈퍼스타' 워너원도 예외는 아니다. <디스패치>가 스케줄을 이야기했듯 워너원이 음악방송 출연하는 와중에 광고 찍고 방송 출연까지 하는 것은 앨범과 음원으로는 충분히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가수들이 많은 곡을 수록하는 앨범 형태보다는 싱글 위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겠는가. 실제 배분되는 비율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2017년에 200억 가량을 벌어들였다고 '감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 '워너원' 배진영-강다니엘-윤지성-하성운, 4인 4색 하트 워너원의 배진영, 강다니엘, 윤지성, 하성운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0+1=1(I PROMISE YOU)' 발매 기념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0+1=1'은 사랑의 서약인 반지를 형상화한 '0'과 너를 만나 완전한 하나가 된 워너원을 의미하는 '1'이 만나 그들을 상징하는 두 번째 손가락에 약속의 반지를 낀 워너원 '1'을 나타낸다. ⓒ 이정민


아이돌이 '기획상품'이라고 인격이 없는 게 아니다

<디스패치>뿐만 아니라, 연예인의 불평을 두고 '배 불러서 하는 소리',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마치 '연예인은 항상 행복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거나, '내 기분을 상하게 하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끊이지 않는 '인성 논란'은 그런 기저 하에서 나온다.

물론 워너원이라는 그룹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만들어진 '기획상품'인 것은 맞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돌은 소속사의 철저한 기획과 시장의 욕망이 만난 결과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그들을 있게 해준 유권자(?)와 기획자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는 아니지 않는가? 정말 그것은 연예인 개인을 상점 가판대에서 얼마든지 집어갈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것에 다름없다.

TV칼럼니스트인 이승한 작가의 책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의 문장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연예인이 나에게 감정노동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격분하는 것은 왜일까? "나는 네가 누리는 부와 인기를 가능하게 한 소비자 '대중'이니, 내가 받아야 할 몫을 챙기겠어"라는 소비자 심리와 "나는 감정노동을 하는데 왜 쟤는 안 해?"라는 불행의 평등주의가 폭력적으로 결합된 결과가 아닐까?"


워너원 디스패치 수익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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