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출산 후 고통 드러낸 샤를리즈 테론, 정말 리얼하다

[리뷰] 독박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극사실주의 육아일기, 영화 <툴리>

18.11.27 14:27최종업데이트18.11.27 14:27
원고료로 응원
 

영화 <툴리> 공식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영화 <툴리>에서, 마를로(샤를리즈 테론)는 슬하에 아이 둘과, 계획되지 않은 아이를 임신한 평범한 가정 주부로 등장한다. 그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영화는 시작된다. 둘째 아이의 몸을 브러시로 빗겨주고, 신발을 찾지 못하는 첫째 아이의 신발을 찾아 준다.

8살인 철 없는 첫째 아이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정서적 문제를 가진 둘째와 함께 하는 전쟁같은 일상. 이 일상에 셋째 아이의 출산이 더해진다. 셋째 아이의 출산 후 그녀의 삶은 영화를 보는 내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아침마다 아이들과 씨름하고, 낮에는 집안일, 새벽에는 아기에게 2시간 마다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 주고, 트림을 시켜 주는 쳇바퀴 같은 일상이 반복 된다.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면서, '제발... 제발...'을 되뇌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모유를 짜기 위해 가슴에 유축기를 달고 축 처져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엄마'라는 역할 외에 다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가 바닥난 마를로에게 그녀의 오빠는 야간보모를 구하는 것을 추천하고, 그녀의 집으로 야간보모 '툴리'가 방문한다. "아이만이 아니에요. 당신도 돌보러 왔어요." 툴리의 말과 함께, 피폐 그 자체였던 마를로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육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다룬 영화

<툴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엄마로서의 위대함과 '모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뤘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과장된 '모성신화'를 지적하고 독박육아를 공감할 수 있게끔 풀어냈다는 점이다. '모성신화'란 무엇일까. 임신과 출산과정을 보면 어머니들은 대단한게 맞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게 '위대하다, 강하다'라는 명제를 씌우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대단함'에 대한 부연설명이 아니라 그저 그들을 '다른' 존재로 틀 짓는 것에 불과하다.

임신과 출산은 육체적-심리적으로 어마어마한 고통을 수반한다. 실핏줄이 터지고 회음부 생살을 절개하고, 뼈가 뒤틀린다. 그리고 우리는 단순히 이 고통을 '고통'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신성시'하는, 즉 '미화'시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극중에서도 출산 후 오로(자궁 내막, 태반, 혈액이 섞인 분비물)를 배출하기 위해 산모용 기저귀를 차고 있는 마를로의 모습이 나온다. 이러한 고통들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기는 커녕, '위대함, 신성함'으로 포장함으로써 출산의 위험이나 고통은 가려지고, '새 생명'에 대한 끔찍한 신성화 때문에 존중받지 못하는 산모의 인권을 이 영화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치유와 위로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영화 <툴리>의 한 장면. ⓒ 리틀빅픽처스

 
영화는 '독박육아'에 대한 문제를 꼬집는 동시에, 꿈 많고 열정적인 한 때를 지녔을 엄마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상기시킨다.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적 사랑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아이를 위해, 당연히 '엄마의 삶은 그런 것'이라며 자신을 잃어가는 마를로의 모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감을 일으킨다. 
 

영화 <툴리> 스틸 사진. ⓒ 리틀빅픽처스

 
툴리와 마를로의 '시스터 로맨스'는 영화의 마지막 '반전'과 함께 막을 내린다. 그 반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영화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독박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잠시 위로를 얻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짐을 내려놓는 것. 

"20대는 꿈만 같죠. 그러다 쓰레기차처럼 30대가 다가와요. 엉덩이와 발이 임신할 때마다 반 사이즈씩 커지고, 자유로운 영혼도 매력이 사라져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컨실러 범벅이죠."

마를로의 대사에 귀를 기울이며 영화 밖의 수많은 마를로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독박육아 출산 현실육아 모성신화 엄마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