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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대회 뛰는' 심석희, 빙판 위에서 다시 웃을 수 있길

쇼트트랙 대표팀, 2월 열리는 월드컵 5~6차 대회 연속 출전

19.01.31 14:12최종업데이트19.01.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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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성폭행 사건 등으로 여러 잡음에 휩싸였던 쇼트트랙 대표팀이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 5~6차 대회에 연달아 출전한다. 큰 아픔을 겪었던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도 훈련에 전념해 재기를 다짐하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오는 2월 1~3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2018-2019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와 8~10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되는 6차 대회에 참가한다.
  

▲ ISU 월드컵 출전, 다시 뛰는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다음달 1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개막하는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월드컵 5~6차 대회 참가 위해 출국한 심석희

당초 쇼트트랙 월드컵은 지난해 12월 9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막을 내린 3차 대회 이후 14~16일 4차 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개최 예정지였던 중국과 한국에서 모두 포기하면서 결국 대회 자체가 완전히 취소됐다. 이 공백으로 대표팀은 거의 2달가량 휴식을 취하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할 시간을 얻었다.
 
하지만 그 사이 조재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쇼트트랙 대표팀은 물론 빙상계 전체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조 전 대표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심석희 선수는 지난해 12월 17일 조 코치의 항소심 재판에 참석했다. 그러면서 심석희 선수가 2014년 여름부터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4년 동안 자신에게 성폭행을 가했다며 조재범 전 코치를 추가 고소한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진천 선수촌 보수 공사 관계로 이달 초 태릉 실내빙상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언론에 밝혀진 직후 갑작스럽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곧바로 훈련지를 다시 진천으로 이동시켰고 대표팀 훈련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그로부터 약 2주가 지난 27일 대표팀 선수들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독일로 출국했다. 출국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심석희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차분하게 출국 수속을 밟았다. 특히 심석희는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로부터 선물 받은 목도리를 두르고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받았다.
  

▲ 김정숙 여사가 선물한 머플러 착용한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김정숙 여사가 선물한 녹색 머플러를 착용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김정숙 여사는 심석희 선수에게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심 선수가 좋아하는 초록색이 담긴 목도리를 그에 선물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심석희 선수도 답장을 보내 감사의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이번 사태를 딛고 쇼트트랙 대표팀은 다시 차분하게 대회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송경택 대표팀 코치는 지난 27일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심석희뿐 아니라 우리 대표팀 선수들 모두가 하나로 웃으며 밝게 운동했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선수들끼리 소통도 잘 되고 운동에만 집중했다. 잘 해낼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선수들의 몸 상태는 70~80% 정도 올라왔고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묵묵히 훈련을 임해줬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다. 선수들끼리 뭉치는 계기도 됐다"고 밝혔다.
 
심석희 선수 역시 사건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스케이트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이번 5~6차 월드컵뿐만 아니라 3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에도 그대로 출전할 계획이다.
  

지난 2018년 2월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선수가 경기 시작 전 손을 모으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희훈

 
심석희 선수는 이번 대회 출전 종목으로 500m와 1500m를 선택해 출전을 앞두고 있다. 앞서 쇼트트랙 대표팀은 3차 월드컵까지 예년에 비해 다소 뒤처지는 성적을 냈다. 특히 1차 월드컵에서 '노 골드'에 그치면서 다른 해와 달리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3차 월드컵에서 남자 대표팀이 1500m 1~2차 레이스에 걸려있던 금·은·동메달을 모두 싹쓸이 해오는 한편, 최민정도 다시 메달 행진을 펼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심석희 선수와 쇼트트랙 대표팀에게 많은 응원이 필요한 순간이다. 올 시즌 쇼트트랙 대표팀은 평창 동계올림픽 멤버와 이전에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들이 조화를 이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연이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외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이 많았으며, 성적도 다른 시즌에 비해 다소 좋지 못했다.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쇼트트랙 선수들이 다시 빙판 위를 가로지르며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선수 훈련 지켜보는 조재범 코치 지난 2018년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 등 쇼트트랙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었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 권우성

 
한편 조재범 전 코치는 지난 30일 열렸던 항소심 공판에서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현재 그는 성폭행한 혐의에 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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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심석희 조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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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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