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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골", K리그의 새로운 축구 성지 만들어 가는 대구 FC

[2019 K리그1] 대구 FC 1-1 울산 현대

19.03.18 11:18최종업데이트19.03.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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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대구 FC 경기는 '매진', 1만1289명의 홈팬들이 가득 찼다. 내심 기대했지만 이 정도 열기가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곳은 분명히 우리 K리그 팬들에게 새로운 축구 성지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김광석 거리나 막창 골목 말고도 대구에 또 하나의 핫 플레이스 '대팍'이 생겼다. 알루미늄 소재의 바닥을 구르며 심장까지 벌렁거리게 하는 '쿵쿵 Goal' 소리가 여러 차례 울려퍼졌다.

안드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17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3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공격수 세징야의 천금 같은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기는 바람에 리그 3위 자리를 지켰다.
 

2019년 3월 17일 오후 2시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대구 황순민 선수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팍에서 울려퍼지는 '대구라는 자존심'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밟고 있는 두 팀이 2019 K리그 1 최고의 히트 상품 '대팍'에서 만났다. 대팍은 DGB 대구은행 파크의 줄임말이다. 어떤 축구팬들은 DGB를 두고 '달구벌의 이니셜'이라 말하기도 한다.

2019 새 시즌 축구의 봄을 맞아 그곳 대팍은 세 경기 연속 매진 소식을 전했다. 예매 시스템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입장할 수 없다는 공지가 대구 FC 누리집에 떴다. 지난 12일(화) 저녁 시간에 열린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챔피언스리그 홈 게임의 경우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표가 다 팔렸는데 이번 울산 현대와의 K리그 원 3라운드 입장권은 하루 전 매진 공지가 올라왔다. 

게임이 열리는 현장에서는 표를 구할 수 없으니 문 밖에서 까치발을 들고 소리치는 축구팬들이 생길 정도다. 이번 시즌 아시아 최고의 클럽 자리를 노리는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도 지난 6일(수) 저녁 전주성에서 챔피언스리그 홈 게임을 치렀는데 공식 관중 숫자는 8577명이었다. 평일 저녁 시간대를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런데 대팍도 같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12일(화요일) 저녁에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만났는데 비바람이 쏟아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무려 1만1064명의 관중들이 대구라는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게임 결과까지 대구 FC가 3-1 완승을 거뒀으니 모두가 놀랐다. 평일 저녁 챔피언스리그 홈 유료 관중 숫자에서 세 번째 아시아 챔피언이자 트레블까지 노린다는 전북 현대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린 셈이다.

대구 FC는 단순히 새 집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 운영 능력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어느 팀보다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세 게임 연속 매진 속보를 띄울 수 있었던 것이다.

세징야, 에드가의 빈 자리 메우다

대구 FC의 이번 상대 팀은 결코 가볍게 볼 팀이 아니었다. 전북 현대의 독주를 가장 가까이에서 위협할 강팀으로 꼽히고 있는 울산 현대가 바로 그들이다. 대구 FC에서 골잡이로서의 능력을 자랑하며 이름을 떨친 주니오가 공격을 이끌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마침 종아리 근육을 다친 간판 골잡이 에드가가 못 나오는 형편이라서 홈팀으로서는 더 힘겨워 보였다.

그래서 대구 FC는 초반에 위기를 겪었다. 지난 해 안양에서 뛰다가 돌아온 울산 유망주 이동경이 경기 시작 후 16분 만에 왼발 중거리슛으로 대구 FC 골문을 위협한 것이다.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갈 듯한 이동경의 슛은 대구 FC가 자랑하는 골키퍼 조현우가 자기 오른쪽으로 훌쩍 날아올라 가까스로 쳐냈다.

그리고 65분에 대구 FC의 골문이 먼저 열렸다. 울산의 왼쪽 크로스를 걷어내기 위해 조현우가 펀칭한 공이 멀리 가지 못하고 울산 공격형 미드필더 김보경 앞에 떨어진 것이다. 김보경의 왼발 하프 발리 슛은 조현우가 날아올라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제대로 맞은 골이 됐다.
 

2019년 3월 17일 오후 2시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김보경 선수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에드가 자리에 김진혁이 들어와서 뛰고 있었지만 울산의 수비벽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편이 아니었다. 확실히 에드가의 빈 자리가 커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구의 안드레 감독은 후반전 시작할 때 황순민 대신 들여보낸 장성원을 다시 불러들이고 76분에 박한빈을 들여보내 보다 공격적인 패턴을 주문했다. 

한 골을 지키기 위해 움츠린 울산의 수비 라인은 좀처럼 허물기 어려워 보였다. 여기서 대구 FC의 외국인 선수 둘이 놀라운 단짝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80분, 미드필더 츠바사가 울산 골문을 등지고 기막힌 패스를 넘겨주었고 이 공을 따라 세징야가 더 빠르게 빠져들어간 것이다.

세징야는 자신을 막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울산 골키퍼 오승훈까지 보기 좋게 따돌리는 섬세한 기술을 자랑하며 헤더 골을 빈 골문에 떨어뜨렸다. 이에 1만1289명 홈팬들은 경량 알루미늄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에드가가 비운 그 허전한 자리를 세징야가 반짝반짝 빛나게 만든 셈이었다.
 

2019년 3월 17일 오후 2시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 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대구 세징야 선수의 득점 장면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세징야의 이 동점골 순간은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친 선수들은 물론 대구 FC 구성원 모두에게 피로회복제 그 이상의 선물이었다. 같은 시각 전주성에서 홈팀 전북이 강원 FC에게 0-1로 덜미를 잡힌 사건을 감안하면 세징야가 잡아낸 승점 1점만으로도 소중한 것이었다. K리그 팬들에게 새로운 축구의 성지로 자리잡고 있는 대팍에서 아직까지 대구 FC를 이긴 팀은 없다.

이제 A매치 휴식기를 끝내고 울산이 가장 먼저 4라운드에 나선다. 오는 29일(금) 오후 7시 30분 제주 유나이티드를 호랑이굴로 불러들인다. 대구 FC는 그 다음 날(30일) 오후 4시 창원 축구센터로 들어가 경남 FC를 상대해야 한다.

2019 K리그 원 3라운드 결과(17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 파크)

★ 대구 FC 1-1 울산 현대 [득점 : 세징야(80분,도움-츠바사) / 김보경(65분)]

◎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세징야, 김진혁(63분↔다리오)
MF : 황순민(46분↔장성원/76분↔박한빈), 츠바사, 정승원, 김준엽
DF : 김우석, 홍정운, 박병현
GK : 조현우

◎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
MF : 김보경, 믹스(88분↔김창수), 박용우, 신진호, 이동경(40분↔김인성)
DF : 이명재, 불투이스, 윤영선, 김태환
GK : 오승훈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대구 FC 46.7%, 울산 현대 53.3%
유효 슛 : 대구 FC 5개, 울산 현대 2개
슛 : 대구 FC 12개, 울산 현대 6개
코너킥 : 대구 FC 4개, 울산 현대 6개
오프 사이드 : 대구 FC 0개, 울산 현대 1개
파울 : 대구 FC 10개, 울산 현대 21개
경고 : 대구 FC 1장(츠바사), 울산 현대 1장(윤영선)

◇ 2019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상주 상무 9점 3승 6득점 1실점 +5
2 FC 서울 7점 2승 1무 3득점 0실점 +3
3 대구 FC 5점 1승 2무 4득점 2실점 +2
4 울산 현대 5점 1승 2무 3득점 2실점 +1 
5 전북 현대 4점 1승 1무 1패 5득점 2실점 +3
6 인천 유나이티드 FC 4점 1승 1무 1패 3득점 4실점 -1
7 강원 FC 4점 1승 1무 1패 1득점 2실점 -1
8 포항 스틸러스 3점 1승 2패 5득점 5실점 0
9 경남 FC 3점 1승 2패 4득점 7실점 -3
10 성남 FC 3점 1승 2패 3득점 4실점 -1
11 제주 유나이티드 2점 2무 1패 1득점 3실점 -2
12 수원 블루윙즈 0점 3패 2득점 8실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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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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