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미국 휩쓴 봉준호부터 '벌새'까지... 올해를 빛낸 영화들

마블, 기생충, 여성... 관객의 눈으로 돌아본 2019년 영화

19.12.30 10:24최종업데이트19.12.30 10:24
원고료로 응원
2019년은 국내외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플랫폼 시장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으며, 그동안 배제되어 있던 이들의 목소리가 부각되는 흐름도 있었다. <기생충>처럼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한국 영화도 등장했다. 오롯이 관객의 입장에서 뽑아 본 네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올해 영화계를 반추해보고자 한다.
  
"가족 얘기예요. 가난한 가족 애가 부잣집에 과외하면서 벌어지는 얘기예요."
  

<기생충>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의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한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 <기생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간소한 소개와 달리 <기생충>은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우뚝 섰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극한직업>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었다. <기생충>은 상승과 하강을 스토리와 미장센에 완벽하게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애덤 맥케이 감독의 감상평처럼, 영화는 신자유주의-자본주의 시대 그 자체를 관통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는 로컬 시상식'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이 발언은 미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로서는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던 아카데미 시상식과 가장 가까워져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년 2월 개최된다. 
 
갈수록 막강해지는 디즈니 랜드
 
한편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한국 개봉 당일 13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마블과 디즈니에 대한 관객의 높은 충성도가 만난 결과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막을 마무리하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세계 흥행 수익(27억 9600만 달러, 한화 약 3조 2400억 원) 기록을 경신했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루카스 필름과 마블 스튜디오, 픽사, 20세기 폭스 등 다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손에 넣은 타노스처럼 디즈니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엔드 게임>에 앞서 개봉된 <캡틴 마블>, 그리고 <알라딘> <토이스토리4>, 실사화 버전의 <라이온킹>이 모두 10억 달러의 고지를 돌파했으며, <겨울왕국2> 역시 순항 중이다.

지난 11월 12일, 플랫폼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는 출시 첫날 가입자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아직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다.) 디즈니의 영향력은 매년 막강해지고 있다. 양과 질을 모두 갖춘 '콘텐츠의 공룡'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스크린에 새겨진 여성의 목소리
 

영화 <벌새> 스틸컷 ⓒ 엣나인필름

 
올해 한국 영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여성'이다. 2019년 한국 영화계에는 여성 중심의 서사를 그려낸 독립 영화가 많았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35개의 트로피를 받은 <벌새>가 그 중심에 있다. 성수대교가 붕괴된 1994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김보라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과 아픔을 보편적인 것으로 확장시켰다.

이옥섭 감독의 <메기>, 임대형 감독의<윤희에게> 등이 의미 있는 성취를 거뒀다. 여성의 육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준 <아워 바디>(한가람) 역시 충분히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상업 영화의 영역에서는 < 82년생 김지영 >이 있다. 김도영 감독의 입봉작인 < 82년생 김지영 >은, 베스트 셀러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의 원작 소설을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옮겼다. 평점 테러를 비롯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보란 듯이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여성, 그들의 목소리가 비로소 새겨지고 있는 오늘이다.
  
넷플릭스 왕국은 해가 지지 않는다
 
2년 전, 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그 이후 나의 일상에서 넷플릭스는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대영 제국의 별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면, 지금은 '넷플릭스 왕국'의 시대다. 취미를 묻는 말에 '넷플릭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Over The Top Service)는 관람 문화에 대변동을 일으켰다. 극장과 집의 경계는 그 어느 때보다 옅어졌다.
 
단순히 관람 문화뿐만이 아니다. 창작자의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넷플릭스는 새로운 장을 만들었다. 알폰소 쿠아론에게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긴 <로마> 등 인상적인 넷플릭스 영화가 등장했다. 2019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벡), <두 교황>(페르난두 메이렐리스) 등이 연달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필름 시대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와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가 만나 <아이리쉬 맨>을 만든 것은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넷플릭스 기생충 벌새 아이리시맨 어벤져스 엔드게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