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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이 선택한 선수... '풍운아' 백차승과 닮은 꼴?

[리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병역 기피 의혹 딛고 돌아온 로버트길

19.12.30 09:24최종업데이트19.12.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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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회 편성되는 드라마들은 대체로 비슷한 진행 방식을 따른다. 이틀 동안 중요한 에피소드를 진행하다가 한 주의 방영분이 끝날 때 다음주를 위한 '떡밥'을 던진다. 그리고 다음주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던 떡밥들을 회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가다가 다시 한 주의 끝에 그 다음주를 위한 궁금증을 던진다. 시청자들이 한 주 동안 주변 사람들과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드라마는 히트작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4회 만에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도 마찬가지. 1, 2회에서 드림즈의 간판타자 임동규(조한선 분) 트레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던 <스토브리그>는 3, 4회에서 스카우트팀의 비리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27일 5회 방영분에서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뤘다. <스토브리그>는 28일 < SBS 연예대상 >으로 인한 6회 결방을 의식한 탓인지 5회 방송분에서 외국인 선수 계약 내용을 대부분 보여줬다.

드림즈 구단은 강속구를 던지는 마일스, 삼진률은 다소 떨어지지만 뛰어난 제구력이 인상적인 그리핀 대신 현지 코디네이터였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길(이용우 분)과 계약했다. 알고 보니 로버트 길은 과거 청소년 대표 에이스 출신의 유망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기피 선수로 낙인 찍힌 길창주 선수로 밝혀졌다. <스토브리그>의 길창주는 국적문제로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던 백차승(미국명 차승 백)을 떠올리게 한다.
 

SBS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백승수 단장(오른쪽)은 여러 비난을 감수하고 '외국인 선수' 로버트 길과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 SBS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빅리그 통산 14승으로 선수 생활 마감한 백차승

부산고의 백차승은 신일고의 봉중근(KBS N SPORTS 해설위원)과 함께 좋은 인재가 많았던 1980년생들 중에서도 최고의 잠재력을 인정 받은 '초고교급 투수'였다. 당시 봉중근이 투타에서 모두 재능을 발휘했던 데 비해, 투수로서의 능력은 오히려 백차승이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 야구팬들은 백차승이 훗날 고시엔 결승 노히트노런에 빛나는 일본의 '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라이온즈)의 라이벌로 성장해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당시엔 박찬호의 성공으로 한국 유망주들의 미국 진출 붐이 일어났고 백차승 역시 1999년 9월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미국 진출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백차승은 2004년 미국 진출 6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백차승은 빅리그에 정착하지 못하고 4년 동안 10승 8패를 기록하다가 2008년 3월 내셔널리그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샌디에이고에서 활약한 2008년은 백차승의 짧았던 전성기였다. 22경기 중 20경기에 선발 등판한 백차승은 111이닝을 소화하며 6승 9패 ERA 4.62의 성적을 기록했다. 박찬호가 LA다저스에서 불펜 투수로 변신했고 서재응(KIA타이거즈 투수코치), 김선우(MBC SPORTS+ 해설위원), 송승준(롯데 자이언츠), 봉중근 등이 한국으로 돌아왔던 2008년 백차승의 활약은 한국(계) 투수 중 가장 돋보였다.

하지만 백차승은 2008 시즌을 끝으로 다시는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09년 부상으로 마이너리그에서 21.1이닝을 던지는데 그친 백차승은 그 해 10월 샌디에이고에서 방출됐고 2010년에는 독립 리그에서 공을 던졌다. 백차승은 2012년 오릭스 버팔로즈와 계약하며 일본 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렸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한 번도 1군에 오르지 못한 채 1년 만에 방출됐다.

2013년 미국과 일본의 여러 구단에서 테스트를 받았다가 탈락한 백차승은 2015년 지바 롯데 말린스에 입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끝내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백차승은 작년 4월 3개월 동안 두산 베어스의 2군 인스트럭터로 활약하며 KBO리그로 지도자 복귀를 노렸지만 정식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백차승의 이야기가 드라마 <스토브리그> 속 길창주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온 이유는 따로 있다.

병에 걸린 아내 때문에 한국 국적 포기했던 길창주, 드림즈 전격 입단

백차승은 지난 2000년 징병검사에 불참하면서 병역기피 의심자 및 출입국 사무소 즉시 통보 대상자로 분류됐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국방부의 귀국 요청에 불응하면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조치 됐다. 징병검사 불참 당시 백차승을 위해 보증을 섰던 그의 아버지는 귀국 보증 위반으로 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백차승은 2005년 미국 국적을 가진 여성과 결혼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고 입대가 필요 없는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물론 <스토브리그> 속 길창주가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드라마니까 가능한' 가상의 휴먼 스토리가 포함됐다. 길창주가 입대 압박에 시달리던 시절 그의 아내가 심장에 종양이 발견됐고 길창주는 아픈 아내를 두고 군대로 갈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길창주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자마자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팀에서 방출됐고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스토브리그>의 '드라마적 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길창주는 방출 후에도 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재활 후 혼자서 투구 연습을 계속했다. 게다가 길창주의 투구를 지켜본 이세영 운영팀장(박은빈 분)의 표현에 의하면 길창주는 드림즈에서 영입하려 했던 마일스와 그리핀을 능가하는 구위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길창주는 로버트 길이라는 이름으로 드림즈와 50만 달러에 외국인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길창주의 사례를 백차승과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병역 기피 의혹으로 한국국적을 포기한 선수라는 특수한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백차승은 냉정하게 보면 잦은 부상으로 빅리그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던 선수다. 그런 백차승을 여러 비난과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인 선수'로 영입할 <스토브리그> 속 드림즈 같은 구단은 당시 KBO리그에 존재하지 않았다. 

5회 말미에서 드림즈의 새 외국인 투수 로버트 길은 기자회견에서 병역비리와 관련해 여러 날카로운 질문과 비판에 시달렸다. 심지어 김영채 기자(박소진 분)는 "확실하게 용서 받을 수 있게 지금이라도 군대에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과연 <스토브리그>의 길창주는 어떤 식으로 극 중 야구계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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