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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조현우, 흔들리던 kt 불펜의 새로운 무기

[KBO리그] 불펜 변신 후 안정 찾은 선발 유망주와 6G 연속 퍼펙트의 좌완 셋업맨

20.08.04 06:50최종업데이트20.08.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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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됐음에도 좀처럼 그칠 줄 모르는 장마 때문에 실외 스포츠인 KBO리그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애초에 돔구장이 하나 밖에 없는 데다가 지난 한 주 동안 키움 히어로즈의 홈경기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KBO리그는 장마의 영향에 정면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3일 월요일 두 경기를 포함해 지난 7월 28일부터 최근 일주일 동안 무려 10경기가 우천으로 열리지 못했다.

구단들에게도 야구팬들에게도 찜찜한 우천취소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 팀이 있다. 파죽의 6연승으로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온 키움과 5연승으로 5강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kt가 그 주인공이다. '메이저리거' 에디슨 러셀이 합류한 키움의 약진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지만 중·하위권을 전전하며 이렇다 할 상승요소가 없는 kt의 상승세는 야구팬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 황재균, 배정대 등으로 구성된 kt의 타선이 뛰어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kt는 5연승 기간 동안 경기당 평균 1.6점만 내줬을 정도로 견고한 마운드의 높이를 자랑했다. 특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그 중에서 부진했던 선발 유망주 김민과 kt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다시 kt로 돌아온 조현우의 활약은 이강철 감독과 kt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흔들리는 선발 유망주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있는 불펜 경험
 

kt위즈 김민 선수 ⓒ kt위즈

 
수원 유신고의 에이스 출신으로 입단 당시 3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던 대형 유망주 김민은 kt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육성하기 위해 꾸준히 기회를 줬던 투수다. 루키 시즌 9경기에서 4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던 김민은 작년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150.2이닝 동안 6승12패 평균자책점4.96의 성적으로 선발투수로서 매우 순조로운 성장속도를 보였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 김민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그리고 토종 에이스 배제성에 이어 4선발로 낙점했다. 만약 김민이 작년 시즌의 배제성이 그랬던 것처럼 올 시즌 선발 투수로서 한 단계 도약을 할 수 있다면 kt는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꿈의 토종 선발진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김민은 믿기지 않는 초반 부진으로 이강철 감독의 계획을 어긋나게 하고 말았다.

김민은 시즌 개막 후 6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2승 2패 9.62로 부진했다. 특히 6월 두 번의 등판에서 3.2이닝34.36으로 무너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김민은 어깨의 가벼운 통증을 치료하고자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다시 1군에 올라오는데 37일이라는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강철 감독은 오랜만에 1군에 복귀한 김민을 선발 투수가 아닌 주권과 유원상을 제외하면 동반 부진에 빠져 있던 불펜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군 복귀 후 4경기에서 모두 불펜으로 등판한 김민은 4이닝을 던지며 한 점의 실점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한 번도 연투를 하지 않았고 가급적 접전 상황 투입을 자제시키는 이강철 감독의 배려도 있었지만 불펜 변신 후 피안타 2개, 볼넷이 1개에 그쳤을 정도로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26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8회2사 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고 프로 데뷔 첫 구원승을 따내기도 했다.

물론 불펜으로 변신해 레전드 마무리 투수가 된 손승락이나 작년 시즌을 기점으로 kt의 불펜 에이스가 된 주권처럼 선발 유망주의 불펜 변신 성공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입단 후부터 꾸준히 선발로만 활약했던 김민은 여전히 선발로 성장해야 할 유망주다. 그러나 김민의 올 시즌 불펜 경험은 전환점이 필요했던 김민 개인에게도, 불펜에서 이닝을 책임져 줄 젊은 투수가 필요했던 kt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봉황기 MVP 출신 유망주, 먼 길 돌아 kt의 왼쪽 허리 책임진다

2018년까지 힘든 일을 도맡아 하던 심재민(사회복무요원)과 작년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가며 8세이브11홀드를 기록했던 정성곤(상무)이 입대하면서 kt의 좌완 불펜은 팀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내심 성장을 기대했던 하준호와 박세진도 아직 1군에서 통하기엔 이르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kt의 좌완 불펜이 씨가 말라가고 있을 때 조현우라는 연봉 3000만 원짜리 무명 선수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개명 전 이름은 조현명이었던 조현우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2라운드16순위라는 제법 높은 순번의 지명을 받고 kt에 입단했다. 군산상고 시절에는 2000년대 이후 침체돼 있던 군산상고를 봉황대기와 전국체전 우승으로 이끌며 대형 유망주로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현우는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고 군복무 도중 다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의 지명을 받으며 친정에 복귀했다.

작년 시즌 1군에서 7경기에 등판한 조현우는 7.2이닝 동안 3.5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7월 중순 2군에 내려가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조현우는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팀 내 좌완 계투진이 붕괴된 6월 10일 1군의 부름을 받았을 때도 팬들의 기대치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1군 합류 후 두 달이 지난 현재 조현우는 kt 불펜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좌완 투수가 됐다.

올 시즌 20경기에 등판한 조현우는 18.2이닝 동안 6점을 내주면서 1패 1세이브 2홀드 2.89라는 매우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16일 SK와이번스전에서는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고 7월9일 KIA타이거즈전 1.2이닝 3실점 패전 이후 6경기 연속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닝당 1.07명의 주자 밖에 내보내지 않고 있는 조현우의 시즌 피안타율은 .197에 불과하다.

조현우 역시 여느 좌완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우타자(피안타율 .250)보다는 좌타자(피안타율 .138)에게 월등히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kt의 불펜은 창단 초기부터 장시환(한화 이글스), 조무근(사회복무요원), 김재윤, 엄상백, 주권, 이대은 등 우완 투수가 중심이 됐다. 조현우가 우타자까지 상대할 부담을 떠안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불펜에서 적재적소에 좌타자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kt에게는 충분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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