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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한국전력, KOVO컵 우승... '투자 가치' 증명하다

FA 대어 박철우 7억원에 깜짝 영입... 결승전 '중대 고비'서 맹활약

20.09.08 13:26최종업데이트20.09.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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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한국전력), 2020 KOVO컵 대회 결승전 모습 (충북 제천체육관, 2020.8.29) ⓒ 한국배구연맹

 
올해 프로배구 KOVO컵은 남자부도 신선한 파장을 남긴 대회였다. '만년 꼴찌' 한국전력이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 대회' 결승전에서 지난해 KOVO컵 대회 우승 팀인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25-18, 19-25, 25-20, 23-25, 20-18)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5세트 스코어가 말해주듯,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은 막판까지 대접전을 벌이며 명승부를 펼쳤다. 결정적 승부사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토종 라이트 박철우(35세·198cm)였다.

박철우는 5세트 막판 살얼음 승부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여러 차례 작렬시켰다. 박철우의 맹활약으로 한국전력은 패배 직전의 위기 상황을 넘기면서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박철우는 스타 선수에 대한 '투자 가치'를 잘 증명해 보인 셈이다.

이날 결승전에서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 러셀(27세·205cm) 27득점, 박철우 24득점으로 좌우 쌍포가 공격을 주도했다. 센터진은 조근호 9득점, 안요한 7득점을 각각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KOVO컵 대회에서 외국인과 국내 선수를 통틀어 최고 활약을 펼친 임동혁(21세·201cm)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막판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임동혁은 결승전에서 26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이어 정지석 19득점, 곽승석 14득점, 진지위 11득점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이번 KOVO컵 남자배구 대회의 MVP는 러셀(한국전력)이 수상했다. MIP(준우승팀 수훈 선수)는 임동혁(대한항공), 라이징스타상(기량발전 젊은 선수)은 김명관(한국전력)이 각각 수상했다.

'결정적 승부처 스타' 갖춘 한국전력
 

한국전력 선수들, 2020 KOVO컵 대회 결승전 ⓒ 한국배구연맹

 
한국전력은 이번 KOVO컵 우승으로 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전력은 그동안 배구단 투자에 인색한 구단, 만년 하위권으로 불리던 팀이었다.

한국전력은 지난 2018-2019시즌, 2019-2020시즌 V리그에서 2년 연속 최하위(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KOVO컵 대회에서도 3전 전패로 조별 예선 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올해 비시즌 기간에 한국전력은 배구계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4월 실시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박철우를 전격 영입했다.

영입 조건도 파격적이었다. 한국전력 구단은 지난 4월 20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박철우와 FA 계약 체결 사실과 연봉 금액 등에 대해 상세히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1년 연봉 총액 7억 원(연봉 5억5천만+옵션 1억5천만)이었고,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박철우는 2010-2011시즌부터 지난 시즌인 2019-2020시즌까지 무려 10년 동안 삼성화재의 간판 국내 선수이자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4번이나 달성했다. 올해 1월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도 남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라이트로 맹활약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가 합류하면서 그동안 꽉 막혔던 부분들까지 활기를 되찾았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균형, 안요한(197cm)의 가세, 이태호(202cm), 이승준(195cm) 등 신진 선수들의 성장으로 팀 전력이 탄탄해졌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17일 개막하는 2020-2021시즌 V리그에서도 상위권 도약을 기대케 했다.

'적극 투자'가 최고 효과
 

대한항공 선수들, 2020 KOVO컵 대회 결승전 ⓒ 한국배구연맹

 
한국전력의 KOVO컵 우승은 프로 리그에서 구단의 적극적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교훈을 남겼다.

프로 리그에서 '적극적 투자'는 전력 상승의 제1 조건이다. 지난 16년 동안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팀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모기업 총수(구단주)의 스포츠 팀에 대한 애정과 적극적 투자, 구단 프런트의 프로다운 운영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 여실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모기업 총수가 배구단에 높은 관심을 갖고, 세계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인 시몬(206cm·쿠바)을 영입하는 등 엄청난 투자를 단행하면서 창단 후 불과 2년 만에 2시즌 연속(2014-2015, 2015-2016)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가 2017-2018시즌에 팀 사상 최초로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IBK기업은행의 6년 연속 V리그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구단의 적극 투자와 감독의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결과물이었다. 그 외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결국 강팀과 전력 평준화는 신인 드래프트, 샐러리캡(팀별 연봉 총액 상한선) 같은 투자에 발목을 잡는 제도들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제도들은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배구단 투자에는 소극적이면서 제도의 수혜로 구단을 유지하겠다는 자세가 프로 리그 발전에 독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KOVO컵 대회 우승이 V리그 상위권 도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KOVO컵과 V리그는 여러 면에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KOVO컵과 V리그 성적이 달랐던 팀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만년 꼴찌 팀의 KOVO컵 우승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성과다. 선수들이 이전과 다른 자신감으로 V리그를 마주할 수 있는 것도 소득이다.

한국전력의 투자 효과가 올 시즌 V리그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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