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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에서 만점 배우로,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이 배우

제 41회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수상한 배우 이솜

21.02.10 16:51최종업데이트21.02.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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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와 극장가 역시 작년 한 해 최악의 불경기를 경험했다. 실제로 작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전국관객 100만을 돌파한 영화는 단 13편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 개봉 영화 중 100만 관객 돌파 영화 31편에 비해 무려 18편이나 줄어든 숫자다. 전국 모든 극장이 관객들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관람하는 구조로 돼 있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제대로 영화를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년 한 해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고 지난 9일 좋은 영화와 배우를 선정하는 제41회 청룡영화상이 진행됐다.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이 작품상, <정직한 후보>의 라미란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가운데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는 유독 '작은 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감독상과 각본상을 휩쓴 <윤희에게>와 유태오와 강말금에게 신인상을 안긴 <버티고>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대표적이다.

작년 10월에 개봉해 150만 관객을 모은 이종필 감독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하<삼진그룹>) 역시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흔해진 한국 상업영화에서 79억 원이라는 비교적 경제적인(?) 금액으로 만들어진 상업영화다. <삼진그룹>은 이번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과 음악상, 미술상까지 3관왕을 휩쓸었다. 특히 배우 이솜은 시상식 이후 공개된 심사위원의 채점표에서 만장일치 득표를 얻는 쾌거를 달성했다.

모델로 데뷔해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솜은 <마담 뺑덕>을 통해 배우로서 인정 받기 시작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이솜은 2008년 엠넷의 모델 선발 프로그램 <체크 잇 걸>의 우승자로 패션계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솜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에 뜻이 있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주목 받는 모델로 활동하던 이솜은 2010년 조성규 감독의 <맛있는 인생>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2011년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출연한 이솜은 그 해 8월 영화 <푸른 소금>에서 신세경이 연기한 세빈의 가족 같은 친구 은정을 연기했다. 어린 시절에 당한 사고 때문에 우울함을 달고 살았던 세빈과 달리 이솜은 밝은 성격의 은정을 연기하며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마천루>, <사이코 매트리>, <하이힐>, 드라마 <유령>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경력을 쌓은 이솜은 2014년 임필성 감독의 영화 <마담 뺑덕>을 만났다. <마담뺑덕>에서 이솜은 문화센터 문학강사로 내려 온 교수 정우성과 사랑에 빠지는 덕이 역을 맡았다. 하지만 <마담뺑덕>은 이솜의 열연에도 영화 자체로도 썩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전국 47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솜에게 <마담뺑덕>은 의미가 큰 작품이다. 모델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이솜이 <마담뺑덕>을 통해 배우로서 인정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솜은 <마담뺑덕>으로 청룡 영화제, 대종상 영화제, 백상예술대상을 포함해 6개 영화제에서 여자 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디렉티스컷 시상식에서는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솜은 <좋아해줘>와 <그래,가족>, <대립군> 등에 출연했지만 역시 흥행과는 거리가 있었다.

드라마보다는 영화 위주로 활동을 이어가던 이솜은 2017년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걸크러쉬 매력을 내뿜는 비혼주의자 우수지를 연기했다. 그렇게 친구인 윤지호(정소민 분)와 양호랑(김가은 분)에게 까칠한 충고만 해주던 수지는 연애앱 CEO 마상구(박병은)와 연인이 된 후 반전매력을 뽐내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얻었다.

'코로나19-여성영화-비수기' 3대 악재 극복하고 150만 흥행
 

150만 관객을 돌파한 <삼진그룹>은 코로나 정국이 아니었다면 훨씬 많은 관객이 들었을 것이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누구보다 부지런히 작품활동을 이어가던 이솜은 2018년 전고운 감독의 독립영화 <소공녀>에 출연했다. 소공녀는 돈이 없어 월셋집에서 쫓겨나는 신세지만 위스키 한 잔과 담배 한 모금의 행복은 포기할 수 없는 주인공 미소가 잠을 청할 곳을 찾아 지인들을 만나러 다니는 버디무비(?)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지 않은 미소를 통해 서서히 주위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열연을 펼친 이솜은 <소공녀>를 통해 3개 영화제의 연기상을 받았다.

2019년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원작으로 한 OCN 드라마 <구해줘2>에 출연한 이솜은 사이비 종교의 마수에 빠져 최경석(천호진 분)에게 납치되는 김민철(엄태구 분)의 동생 김영선을 연기했다. 같은 해 5월에 개봉한 육상효 감독의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는 봉사스펙을 위해 신하균-이광수 형제를 돕는 수영장 알바생이자 취업 중비생 미현 역을 맡았다.

이솜은 늘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바쁜 배우지만 두 가지 작지만 큰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영화에서 전국관객 150만을 넘긴 '흥행작'이 없다는 점과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청룡상과 대종상, 백상예술대상으로 대표되는 소위 '3대 메이저 영화제' 수상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솜은 작년 두 가지 아쉬움을 모두 털어버린 영화를 만났다. 고아성, 박혜수 등 또래의 여성 배우들과 함께 출연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 된 <삼진그룹>이었다.

이솜은 <삼진그룹>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여성 말단사원이라는 한계 때문에 번번이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빼앗기는 정유나를 연기했다. <삼진그룹>은 90년대 중반 대기업의 여성사원들이 힘을 합쳐 회사의 폐수유출사건을 고발하는 통쾌한 코믹 드라마다. <삼진그룹>은 추석 특수가 지난 10월 말 비수기, 그것도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전국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솜의 최고 흥행작이 됐다.

그리고 이솜은 지난 9일 청룡영화상에서 만장일치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박혜수와 <결백>의 배종옥, <반도>의 이레, <82년생 김지영>의 김미경을 제치고 차지한 생애 첫 메이저 영화제 트로피였다. '만점배우'가 된 이솜은 오는 4월 <펜트하우스2>의 후속으로 방영될 예정인 <모범택시>에서 정의로운 검사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드라마에서도 '만점연기'에 도전하는 그가 기다려진다.
 

청룡영화상을 심사했던 심사위원들은 전원 이솜에게 표를 던졌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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