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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장으로 변신한 손현주, 재미·힐링 다 잡았다

[리뷰] MBC <손현주의 간이역>,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21.02.28 11:51최종업데이트21.02.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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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지만, '철도'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서울역, 동대구역 등 규모가 큰 역사에 비해 승객이 적은 간이역을 소재로 잡은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MBC <손현주의 간이역>은 첫 방송에서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시도를 했다. 자극적인 요소는 어디에도 없었고, 코로나19로 여행이 어려운 가운데서 프로그램을 통해서 간이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27일 밤에 첫 방송된 <손현주의 간이역> ⓒ MBC

 
일일 역장-역무원 변신... 간이역 지킨 연예인들

프로그램 첫 회의 배경이 된 곳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된 경상북도 군위군 산성면에 위치한 화본역이었다. '국민 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손현주가 화본역을 지키는 역장으로 변신했다.

아침 일찍 화본역에 도착한 손현주는 역무실로 향했고, 화본역장을 만나 기본적인 업무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그 이후 화본역에 정차하는 상-하행 열차를 맞이했다. 두 열차에서는 개그맨 김준현, 배우 임지연이 등장했고 이들은 손현주와 함께 2박 3일 동안에 역무원으로서 주민들을 만나게 됐다.

선로 및 역사 주변 점검, 매표 업무, 승객 안전 점검 등 기본적인 역사 업무와 더불어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주민 지원 업무도 담당했다. 명절을 앞두고 영천시장을 가야 하는 어르신에게 차량을 지원한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특히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맡게 된 손현주의 진심이 돋보였다. 촬영 이전에 자료 조사를 했다고 밝힌 그는 화본역의 역사는 물론이고 90년간 한 자리를 지켰다는 금수탑, 열차 운행 횟수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김준현과 임지연은 끊임없이 말을 하는 손현주에 "말이 너무 많다"고 했지만, 진심으로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퇴근 이후 마을회관으로 이동한 출연진은 야간 당직 근무자 선정을 위해 사다리타기를 진행했고, 공교롭게도 손현주가 첫 날부터 야간 근무에 나서게 됐다. 잠시 현실을 부정하며 투덜대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순찰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등 화본역을 든든하게 지켰다.

이튿날에는 두 명의 배우가 손현주의 지원군으로 가세했다. '흥행 보증 수표' 유해진과 경상북도 군위군이 고향인 김상호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역사 주변을 돌아보며 화본역의 볼거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두 마리 토끼 모두 다 잡은 첫 방송

<손현주의 간이역>의 첫 촬영지인 화본역은 올해 1월 5일부터 서울 청량리와 부산 부전역을 잇는 중앙선도 정차하고 있다. 버스가 아닌 철도를 이용해 서울로 갈 수 있게 된 주민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방송에서 표를 끊기 위해 역사를 방문한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화본역이 없어선 안 된다고 했다.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버스에 비해 부산, 대구 등으로 가는 데 있어서 화본역에서 열차를 탑승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일을 기준으로, 화본역을 포함해 국내에서 여객을 취급하는 간이역 개수는 총 257개다. 철도 노선 개편과 승객 수 감소 등 여러 이유로 간이역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 속에서 <손현주의 간이역>은 대중에 간이역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또한 관찰 예능, 먹방 예능 등이 주를 이루는 상황 속에서 간이역과 간이역 주변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주민들을 만나며 지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KBS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손현주의 간이역>은 첫 방송에서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손현주의 간이역>이 앞으로도 전국 곳곳에 숨겨진 간이역들을 널리 알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
간이역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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