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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보낸 건 엄마의 결정이 아니었다" 감독의 고백

[현장]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21.05.25 17:17최종업데이트21.05.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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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포스터. ⓒ Final Cut for Real(덴마크),

 
이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출생 4개월 만에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긴 세월 준비한 다큐멘터리가 2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시사 후 감독은 "입양에 대한 한국 사회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아래 <포겟 미 낫>)는 제주도 미혼모 시설인 애서원 엄마들을 주인공을 삼는다. 카메라를 들고 감독의 시점에서 바라본 엄마들은 하나 같이 아이들 직접 키우고 싶어하지만 가족, 지인, 제도적 문제 등으로 포기를 강요당한다. 아이를 낳고 좌절하고, 서로 보듬는 과정을 카메라에 가감 없이 담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에 처음 와서 친모를 찾으려 했던 선희 헹겔스토프 감독은 끝내 친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경찰을 통해 친모 이름을 확인했으나 결국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선희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전까진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 엄마들이 사실은 아이를 키우고 싶어함에도 여러 상황 때문에 포기를 강요다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며 "아이들 낳고 지킬 수 없었던 모든 엄마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은 한국을 찾은 이후 덴마크 영화 학교를 다녔고 2011년부터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 컷 ⓒ 커넥트픽쳐스(주)

 
"한국에 미혼모 시설이 50개 정도인데 그중 절반을 홀트가 운영하고 있다"던 선희 감독은 "홀트를 통해 영화 촬영 도움을 구했으나 잘 안 됐고, 애서원 원장님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그곳에 머물며 촬영할 수 있게 됐다"고 영화에 얽힌 배경을 설명했다.

"절 입양 보낸 게 전적으로 엄마의 결정인 줄 알았다. 근데 이 영화를 만들면서 엄마만의 결정이 아님을 알게 됐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일종의 공동의 비밀이더라. 그래서 미혼모분들을 비난할 순 없다. 혼자 내리는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에 와서 상황을 알아보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결코 한국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새로운 질문만 안고 돌아가곤 한다. 제가 보기엔 한국에선 입양인들이 다시 돌아오는 걸 바라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이 태어난 국가에게 거절당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모든 입양인을 수용하는 자세를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희 감독은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잘 자랄 수 있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감독은 "너무나 많은 미혼모들이 침묵을 강요받는 것 같다.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제가 무엇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목격한 걸 그대로 전달할 뿐이지만 출생률이 낮은 한국인만큼 굳이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지 말고 사회에서 잘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해외 입양인 최초로 아버지를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한 카라 보스씨. 영화 <포겟 미 낫> 응원 영상을 보내온 모습. ⓒ Final Cut for Real(덴마크),

 
영화는 덴마크와 한국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됐고, 약 3년의 촬영 기간을 거쳐 완성 및 개봉까지 10년이 걸리게 됐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공동 제작사인 민치앤필름 김민철 대표는 "350시간이 넘는 분량을 번역하고 자막 입히고 편집하는 게 시간이 꽤 오래 걸렸고, 관찰 다큐의 형식이지만 감독 개인을 이야기하는 사적 다큐기도 해서 감독이 상황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했다"며 "2018년이 돼서야 개봉 준비가 됐는데 이미 출연자분들 삶도 많이 바뀐 상태였다. 찍을 때 동의서를 받긴 했지만 사생활과 신원 보호를 위해 처리하는 과정이 있어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시사회엔 한국입양인 최초로 친부에게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한 카라 보스씨도 참석했다. 최근 SBS 시사 교양 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하기도 한 카라 보스씨는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들이 그들의 아이를 지키는 걸 허락하지 않아 포기하게 되는데 입양된 아이들이 커서 한국으로 돌아오곤 한다. 이런 일이 마치 하나의 원처럼 반복되고 있다"며 "입양 관련한 이야기가 바뀔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한다. 평생 수치심을 안고 살아가는 미혼모의 입장을 열린 마음으로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오는 6월 3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 컷 ⓒ 커넥트픽쳐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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