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트라우마 떠올랐지만, 이 영화 꼭 하고 싶었다" 방민아의 용기

[인터뷰] <최선의 삶> 강이로 섬세한 감정 표현 선보여

21.08.25 16:48최종업데이트21.08.25 16:48
원고료로 응원

영화 <최선의 삶>에서 강이 역을 맡은 배우 방민아. ⓒ 유본컴퍼니

 
데뷔 11년 차 인기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민아가 아닌 배우로서 방민아는 사뭇 진지하고 고민이 깊어 보였다. 그간 예능과 드라마, 뮤지컬까지 도전하며 보폭을 넓히면서도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어떤 선입견이 대중에게 있기도 할 것이다. 오는 9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최선의 삶>을 마주한다면 아마도 꽤 놀랄지도 모른다.

다소 멍하게 보이는 눈, 적은 말수에 표정도 풍부하지 않다. 학교에선 소위 문제아로 낙인찍혔지만 가장 친하다고 믿는 소영(한성민), 아람(심달기)과 함께라면 언제든 즐겁고, 무엇이든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매번 은근히 무시당하거나 무리한 요구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방민아는 영화 속 캐릭터인 강이를 파고 들어갔고, 집중력있게 소화해내며 그간 대중에게 주로 보인 모습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 하나를 제시했다.

<최선의 삶>은 세 고교생 또래를 통해 우리에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상상해보게끔 한다. 대다수의 착실한 학생이 아닌 규율과 규칙에서 벗어나려 하는 아이들 말이다. 가출을 일삼고 위태로운 비행을 저지르는 그들을 우린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영화 제목 그대로 그들 역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지. 배우로서 방민아는 강이를 오롯이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고백했다.
 

영화 <최선의 삶> 관련 이미지. ⓒ (주)마일스톤컴퍼니

 
트라우마를 마주하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 원작 소설(임솔아 작가 <최선의 삶>)을 읽었다. 몸이 저릴 만큼 힘들더라. 저도 살면서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강이로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두려움도 컸다. 사실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연기 선생님께서 차분하게 독려해주셨다. 그래서 감독님을 뵈었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실제 학창 시절 때 방민아 또한 또래의 괴롭힘을 겪기도 했고, 친구 사이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갈등을 경험하기도 했다. "엄청 친한 친구가 어느 날 일이 있다고 해놓고 다른 친구랑 손잡고 가는 걸 본 뒤 혼자 엉엉 울기도 했다"며 방민아는 그때의 기억 일부를 전했다.

"분명 친구 사인데 수직관계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나. 강소아(강이, 소영, 아람)의 관계도 암묵적으론 강이가 최하위였다. 강이 또한 알아서 하위권으로 기어들어 가기도 하고. 저도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힘 좀 쓴다, 방귀 좀 낀다 하는 친구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제가 바르던 틴트를 먼저 준다든가, 체육복을 알아서 빌려다 준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제가 14살부터 음악 학원을 다녔는데 연예인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나자 노는 친구들이 학원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너무 무서웠지. 강이의 모습과 아주 비슷했던 것 같다. 싫다고 말도 못 했고, 피하기 급급했고…."

그래서였을까. 강이의 삶을 연기한 방민아 입장에선 학교 시스템에서 겉도는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선의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아라는 편견은 늘 어른들이 만드는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은 감정에 솔직한 편인데 어른의 기준을 벗어났을 때 문제아로 규정되곤 한다"며 "사실 다들 상황이 다르고, 그 친구들은 나름의 이유로 살아가는데 그걸 들여다보지 않고 규정하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강이를 이해하면서 친구 역할로 호흡 맞추게 된 배우 심달기, 한성민과의 심리적 유대감도 중요했다. 세 배우에게 식사를 제안했고, 편하게 말을 놓자고 제안한 것도 방민아였다고 한다. 촬영 중 세 사람은 종종 한방에 모여 편의점 음식을 나눠 먹고, 학교 앞 문방구로 달려나가 떡볶이를 같이 먹는 등 실제 친구처럼 지냈다는 후문이다. "감독님도 그렇고 배우들 또한 이 영화에 애정이 그만큼 깊어서였던 것 같다"며 "누가 막지도 않았는데 우리끼리 밤에 몰래 나가서 편의점을 털어오곤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화 <최선의 삶>에서 강이 역을 맡은 배우 방민아. ⓒ 유본컴퍼니

 
"아이돌 후배들이 원하면, 이런 말 해주고 싶어"

걸스데이 활동 때도 멤버 중 가장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방민아였기에 이번 영화를 바라보는 대중 또한 예상외라는 반응을 보일 여지도 있다. "저도 사람이다"라며 방민아가 웃으며 나름 항변했다.

"저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데 굳이 사람들 앞에서 어두운 모습을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 제 밝은 모습을 많이들 기억하실 것이기에 이 영화 출연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 시선을 깰 정도로 제 연기력이 엄청나진 않은 것 같아서다. 그럼 포기하는 게 맞을까? 근데 생각해보니 그 편견을 깰 수 없는 걸 인정하면서도 굳이 깨야 할 이유도 없겠더라. 아이돌 그룹을 하다가 연기하는 게 후회되거나 아쉽지 않냐는 질문도 종종 받는데 정말 후회하는 걸까 싶다가도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그것조차 선입견이니 말이다. 

물론 저도 사람이니 지치지. 근데 돌아보면 전 줄곧 최고의 삶을 원했던 것 같다. 쓸데없이 완벽주의자랄까(웃음). 최고의 삶을 버리고 최선의 삶을 살자! 완벽주의라는 건 본인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거잖나. 그래, 인정하자!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본의 아니게 잠시 공백기를 가질 때도, 연기에 막 도전하기 시작했을 때도 방민아의 연기에 대한 관심은 변함 없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불러서인지, 그때 음악이 궁금했던 것만큼 연기가 궁금하다"며 말을 이었다.

"어릴 땐 겁이 없다고들 하잖나. 노래는 겁 없이 그냥 자신감 있게 했는데 연기는 겁이 나더라. 계속해도 될지 자신이 없었다. 근데 궁금하니까 계속 해야겠더라. 그만두면 정말 바보 같을 것 같았다. 요즘은 연기가 재밌다. 아직도 성에 안 차니까 노력 중이다. 걸그룹 출신들 동료를 봐도 저만큼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도전하고 있다. 다들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후배 가수들을 보면서 제가 겪었던 기분과 상황이 있으니 원한다면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꼭 들어주고 싶다. 살다 보면 안전장치가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활동하면서 몸과 마음이 안 다쳐도 될 부분은 선배들이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저도 힘들 때 선배들에게 많이 물었다. 솔직히 어릴 땐 힘든데 뭐가 힘든지 모르겠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때 열심히 설명해줬던 선배들의 뜻을 이제야 알겠더라. 저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생긴다. 근데 먼저 말하는 건 꼰대가 되니까 그러고 싶진 않고, 언젠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걸스데이 멤버들을 떠올리면서도 방민아는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언젠가 한 무대에서 같이 공연하는 날이 있을 것이라며 그는 "팬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언젠가 보답하는 날이 올 것"이라 덧붙였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지 않아야 저도 행복할 수 있더라. 제 주변에 힘든 상황에 있는 이들이 좀 있는데 부디 나아지길 기도한다. 전 어차피 정신 승리할 거니까 걱정하시지 말고! 지치더라도 어차피 내일을 살아가야 하니까 힘을 낼 거다. 하루하루 남들과 다르지 않게 견디고 있다!"
방민아 최선의 삶 청소년 심달기 한성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