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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보니 옆에 존재하는 인생의 절친이 있다면

[리뷰] MBC 예능 <호적메이트>

22.01.19 14:04최종업데이트22.01.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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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호적메이트>가 한 핏줄이지만 같은 듯 다른 성향을 지닌 형제-자매들의 애환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냈다. 1월 18일 방송된 <호적메이트>에는 최수영-최수진 자매, 조준호-조준현 형제, 김진우-김진희 남매가 각각 출연했다.
 
뮤지컬 배우 최수진과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최수영 자매는 의외로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에서 극과 극의 면모를 드러냈다. 호적메이트 서로의 성격에 묻는 질문에 최수진은 '시니컬'이라고 답한 반면, 최수영은 '또라이'라고 폭로하며 그 이유로 "예상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똑순이 스타일의 동생 최수영은 언니 최수진의 집을 방문하자마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최수영은 현관 입구부터 빼곡한 언니의 신발과 주방에 종류별로 구비해둔 수저, 입구부터 각종 물건이 꽉 들어찬 옷방에 혀를 내둘렀다. 최수진은 자신을 "갖고 싶은 것도 많고, 가져도 또 갖고 싶은 '맥시멀리스트'"라고 설명했다. 반면 최수영은 "저도 처음 독립했을때는 난장판이었다. 지금은 정리를 잘하니 멘탈이 건강해지더라"면서 "언니가 쉴 때 정리된 공간에서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최자매는 옷방 정리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최수영은 급기야 언니를 옷방 밖으로 내보내고 홀로 정리에 나서며 "3일만 지나면 내 마음을 이해하고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최수진은 "동생의 태도에 화가 났다. 왜 다른 이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최수진은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옷방으로 돌아왔고, 자매는 서로 한발씩 양보하며 함께 옷방 정리에 나섰다. 출연자들은 '호적메이트가 내 방을 대신 정리해준다면?'이라는 가정에 대해서 이경규와 이미주는 질색한 반면, 조준현은 전문가 수준이라면 가능하다는 전제를 붙이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최수영은 옷방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선물한 가방들을 발견했다. "언니가 좋아서 선택한 가방이 없고, 다 제가 쓰다가 선물한 물건들이었다. 너무 미안하더라"며 자신이 준 물건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언니에 대한 뭉클한 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정작 딘딘은 "동생의 공항패션을 보다보면 '오케이 저 물건 나한테 오겠다' 그런 생각하지 않았냐"고 지적하며 '감동파괴'에 나섰다. 최수진도 딘딘의 이야기에 폭풍공감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후 최자매는 함께 외출하여 아쿠아리움 요가를 체험했다. 최수영은 활동적인 성향의 자신과 달리, 쉴때는 철저한 집순이 스타일인 언니를 위하여 가벼운 운동과 취미를 병행할 수 있는 체험을 선택했다. 최자매는 맥주를 마시면서 요가를 즐기는 비어요가에 도전했다. 최수진은 예상과 달리 13년차 뮤지컬 배우답게 어려운 동작들을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두 사람은 다시 태어나도 상대의 호적메이트가 되겠냐는 질문에 모두 O를 선택했다. 대신 최수영은 "다시 태어나면 내가 언니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자매의 모습이 훈훈한 미소를 자아냈다.
 
뒤이어 8분차 쌍둥이 형제인 조준호-조준현의 일상이 그려졌다. 형 조준호는 쌍둥이의 생일 파티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케이크를 준비했다. 미국에 다녀오며 자가격리를 마친 동생 조준현은 형을 위해 생일선물을 사왔다며 40-50만 원 가격이었던 패딩을 90% 할인이었을 때 싸게 구입해 왔다고 설명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두 형제는 케이크 촛불을 끄는 타이밍을 놓고 서로를 구박하거나, 음식이 맛이 없다고 대놓고 디스했다. 식사중 쌍둥이간의 서열과 예의 문제를 놓고 언쟁이 이어지는 등 시종일관 찐형제다운 솔직한 모습이 돋보였다.
 
조준호는 동생 조준현의 휴대전화로 얼굴 인식을 했으나 쌍둥이임에도 인식이 풀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성형 의혹이 불거기자 조준호는 눈밑지방재배치 시술이라고 해명했다. 이경규는 "얼굴이 부자연스럽다. 거의 다 만든 얼굴이다. 조준현은 자연산이고 조준호는 양식"라고 지적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형제는 호적메이트의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 둘다 90% 이상이라고 답했다. 조준호는 "미세하게 다른 부분도 있지만 그 외에는 다 잘 맞는다"고 평했다.
 
형제의 소소한 다툼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중에도 계속됐다. 세차장에 들린 형제는 세차하는 방식을 놓고도 의견이 도무지 일치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말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형제는 "언성이 높아질뿐, 저희는 한번도 싸운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형제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경규는 "두 사람은 결혼하면 잘살겠다. 상대방을 괴롭혔던 방법을 잘아니까, 오히려 결혼하면 배우자한테는 자제력을 배우는 것"이라며 의외의 해석을 내놓았고 형제도 격하게 공감했다. 

형제는 세차 후 이동하면서 차 위에 물기를 닦는 문제로 또다시 대립했다. 급기야 조준현이 차에서 잠시 내린 사이에 조준호가 그대로 차를 몰고 혼자 이동해버렸다. 전화통화로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은 결국 조준현이 존댓말을 쓰며 사과했고, 그제야 조준호가 차를 돌렸다. 하지만 조준호가 차에서 내린 사이 이번엔 조준현이 재빠르게 운전석을 차지하며 복수에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동승한 조형제는 끝까지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위너 김진우와 여동생 김진희의 만남이 그려졌다. 앞선 두 형제 자매와 달리, 무려 8살차이의 남매는 서로 교류가 거의 없어서 전혀 가족같지 않은 극도의 어색함을 드러냈다. 심지어 동생은 오빠의 전역 소식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오빠는 동생이 다니던 직장인 병원을 벌써 2년전에 퇴사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듣고 당황했다.
 
제작진이 실시한 '호적고사'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하여 생일, 신발사이즈, 전화번호 등 전혀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결국 역대 출연자중 호적고사 점수 꼴찌를 기록하며 남보다 못한 사이임을 드러냈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어색한 김진우 남매를 비롯하여 조준호 형제와 홍지윤 자매의 또다른 케미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호적 메이트>는 지난해 9월 명절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배우 김정은-인플루언서 김정민 자매, 농구 선수 허웅-허훈 형제, 배우 이지훈-이한나 남매 등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출연진중 이경규-김정은-딘딘이 고정 MC로 다시 복귀했고, 현재 가수 홍지윤 자매, 특수부대 출신 육준서 형제, 스포츠인 조준호 형제 등이 새로운 출연진으로 합류했다.
 
호적메이트란 누리꾼들 사이에서 요즘 형제-자매들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동거동락하는 친구인 '하우스메이트'처럼, 태어나보니 의도하지 않게 핏줄로 이어져 한 집에서 사는 가족이 되어있었다는 의미다.
 
호적메이트는 다양한 스타일의 형제자매들을 비교하듯 보여준다. 누구보다 가까운 듯 멀고, 닮았지만 다르며, 친하면서도 어색해지기 쉬운 복잡하고 양면적인 관계가 바로 형제자매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조준호 형제나 김정은 자매는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누가봐도 같은 핏줄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만큼 닮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묘하게 다른 성향도 드러나고 오히려 비슷한 성격 때문에 더 충돌하기도 한다.

이지훈-이한나는 세상에 이런 남매가 실제로 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애정표현과 스킨십 등에서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상적 남매관계를 구현한다. 그런가하면 정반대로 김진우-김진희 남매처럼 호적만 공유할뿐 서로에 대하여 남보다도 더 무관심한 현실남매도 존재한다. 같은 농구선수-군인 출신이라는 공감대를 공유하는 허웅-허훈 형제나 육준서-육준희 형제는 실없는 장난이나 무뚝뚝한 모습 이면에 남자들만의 자존심과 깊은 속정도 공존하는 남자 형제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홍지윤-홍주현 자매나 최수진-최수영 자매는 함께 성장하고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정작 서로의 진심에 대하여 속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는 의외로 많지 않았던 자매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서로의 물건이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때로는 서로에 대한 불만 때문에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가족이라서 진심어린 애정표현이나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들은, 호적메이트가 있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낸다.
 
그리고 호적메이트가 없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남의 집 형제자매들이 형성하는 각기다른 관계성을 엿보는 '대리체험'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부모나 어른으로서의 가족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나와 같은 시간를 살아가고 함께 늙어가며 동시대의 경험과 인생을 공유할수 있는' 호적메이트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우는 시간이 된다.

구성상 뻔한 관찰예능이라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아옹다옹하는 현실판 가족 시트콤을 보는듯한 재미, 천차만별의 개성을 자랑하는 형제 자매들의 케미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통하는 이유일 것이다.
호적메이트 조준호 조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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