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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에도 담담해야 했던 그녀의 사연

[리뷰] MBN의 새 예능 <국대는 국대다>

22.02.06 13:20최종업데이트22.02.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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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의 전설들을 소환해낸 또 한편의 새로운 스포츠 예능이 등장했다. 지난 5일 MBN의 새 예능 <국대는 국대다>가 첫 방송됐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 경기장에서 사라진 스포츠 영웅들이 현역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와 맞대결을 펼치는 콘셉트의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했다.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탁구 영웅' 현정화

전현무, 배성재, 김민아, 김동현, 홍현희가 전설들을 돕는 MC이자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출연했다. 첫 번째 레전드로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탁구 영웅 현정화가 출격했다. 동료이자 또다른 탁구 레전드인 유남규는 현정화를 가리켜 "국가대표를 하기 위하여 태어난 친구"라고 평했으며, 양영자는 "냉혹한 승부사, 한국 탁구의 자존심"이라고 극찬했다. 88올림픽 여자탁구팀 코치였던 윤길중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 최선을 다하다보니 최고가 되어있었다"며 현정화의 선수시절을 회상했다.
 
현정화는 현역 시절에서 공식 대회에서 총 133개의 메달을 얻었고 그중 금메달만 75개였다. 메이저급 주요 국제대회에서 얻은 금메달만 따져도 무려 23개였다. 현정화는 '가장 힘들었던 금메달'로 18세에 첫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1986 서울 아시안게임을 회상하며, 양영자와 함께 출전한 여자탁구 복식 결승전에서 무려 3시간의 접전 끝에 중공을 이기고 우승했던 순간을 꼽았다.
 
배성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 온 나라가 흔들렸다"며 전국민들을 열광시킬만큼 감동적인 순간이었음을 회상했다. 금메달 소식에 크게 흥분한 나머지 경기를 보던 국민 중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해프닝도 있었다고. 현정화는 너무 죄송한 마음에 당시 직접 조문을 다녀오기도 했다는 비화를 밝혔다.
 

MBN의 새 예능 <국대는 국대다> ⓒ MBN

 
현정화의 '가장 영광스러운 금메달'로는 역시 1988년 올림픽이 꼽혔다. 당시에도 결승전을 상대는 중국이었다. 현정화-양영자는 당시 첸징-자오즈민(안재형의 부인)이 버틴 중국을 제압하고 감격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파트너였던 양영자는 "현정화가 참 재치있게 영리하게 시합을 잘 이끌어줬다"라고 평가했고, 윤길중은 "탁구 복식을 하다보면 선수끼리 부딪치는 경우가 많은데 양영자-현정화는 그런 경우가 없었다. 마치 한 사람이 치는 것처럼 환상의 조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정작 영광스러운 금메달을 딴 이후에도 당시 현정화는 크게 흥분하지도 않고 담담하고 차분한 반응으로 화제가 됐다. 현정화는 그 이유에 대하여 "저는 88올림픽에 맞춰 기획적으로 길러진 선수였다"고 밝히며 "초등학교 6학년때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후 7년간 올림픽만 바라보고 훈련해왔다. 88올림픽은 저에게는 '당연히 따야하는' 금메달이었다"고 회상했다. 금메달 확정 이후 양영자와 나눈 첫 마디 역시, 축하도 격려도 아닌 "언니, 금메달 따서 다행이에요"였다고. 금메달을 따낸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컸을만큼 큰 부담감에 시달려야했던 당시 국가대표들의 남모를 속사정은 뒤늦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리분희 선수와 분단 46년만에 '남북 단일팀'을 이뤘던 장면도 소환됐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이기환 기자는 "당시 중국에는 덩야핑, 치아홍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거의 못이겨본 상대였다. 그런데 (단일팀의 선전을 보며) '실력차로 이기는 게 아니구나'하고 느꼈다. 남북한 7천만의 하나된 뜨거운 마음이 우승을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이 정말 들더라"고 회상했다.
 

MBN의 새 예능 <국대는 국대다> ⓒ MBN

 

MBN의 새 예능 <국대는 국대다> ⓒ MBN

 
당시 우승 장면을 지켜보며 현정화는 그때의 감정이 다시 북받치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승할 때도 운적이 없다는 현정화지만 "볼 때마다 감동적이다. 저때 많이 울었다. 우승이 기뻐서가 아니라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뭔가 막 치고 올라오는데, 그냥 울기만 했다"라며 영원히 전 국민들의 마음에 새겨진 1991년 4월 29일의 감격적인 순간을 떠올렸다. 안타깝게도 대회가 끝난 후 남북단일팀은 다시 각자의 길로 흩어져야 했다. 현정화는 "이렇게까지 다시 못 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아쉬운 심경을 토해냈다.
 
현역 시절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현정화는 당시 여자운동선수로는 드물게 화장품 모델에 발탁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정화는 광고 이후 화장품이 완판되었으며, 광고료가 당시로서는 초고액인 3천만 원에 이르렀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선수촌에서도 당시 현정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체조스타 여홍철이 현역 시절 현정화를 짝사랑했다는 일화나, 유남규와의 결혼설 루머 등은 지금도 유명하다. 현정화는 "그때는 연하들은 상대도 안할 때다. 그리고 유남규는 제 스타일이 아니다. 우리 신랑한테 실례다"라며 특유의 철벽 언니 포스로 웃음을 자아냈다. 현정화의 남편은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던 김석만으로 이미 현역시절부터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고 10년 만에 결혼까지 성공했다.

현정화는 27년 만에 현역국가대표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스러운 도전을 수락한 이유로 "많이 고민했는데, 저한테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옛날처럼 다시 할수 있을까라는 설렘이 있더라"고 밝혔다. 현역 시절 현정화의 전매특허 기술이었던 '송곳 스매싱'을 두고 "지금의 선수들중 제 스매싱을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정화는 본격적으로 현재의 실력 점검에 나섰다. 로봇과의 대결, 탁구공으로 컵 맞히기, 페이스메이커와의 연습 대결 등에서 현정화는 은퇴한 지 27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녹슬지 않는 실력을 뽐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탁구공은 시속이 100Km이상이며 상대 코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0.2~3초에 불과하다. 현정화는 "공을 상대 코트에 보내는 순간, 바로 다음 공이 올 곳을 예상하고 미리 움직여야 한다"며 몇 수 앞을 내다보가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탁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마침내 공개된 현정화의 대결 상대는 현역 국가대표이자 세계 8위 출신의 '공격하는 수비수' 서효원이었다. 현정화의 15년 제자이기도 한 서효원은 "저와는 정말 맞는다. 저의 롤모델이자, 지금 이 자리까지 있게 해주신 분"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서효원은 "감독님이 제 서비스를 못받으실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라며 귀여운 도발을 시전했고,현정화는 "제가 저렇게 키웠다"고 받아치며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현정화는 "국대를 이기면 내가 국대가 되어야하는 게 아니냐?"고 여유를 보이며 "자신 있다. 현역 시절에 서효원같은 수비형 선수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정화에게는 대결까지 몸을 만들 60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패배를 예상하는 제자들에게 "콧대를 낮춰주겠다"며 의욕충만했던 현정화지만, 연습 한번에 숨을 헐떡이는 등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도 드러내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체력 보강의 필요성을 절감한 현정화는 김동현과 함께 특별체력훈련을 진행하며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54세의 나이에도 고강도 체력훈련을 묵묵히 수행하는 악바리 근성으로 김동현의 감탄을 자아냈다.
 
배성재는 현정화를 위하여 또다른 탁구레전드인 김택수 감독을 특별코치로 초빙했다. 1살 동생이라는 김택수는 현정화를 두고 "승부욕이 강하다. 독한 모습을 많이 봤다. 남자 선수와 대결을 하다가 지면 본인이 이길때까지 한다"며 못말리는 승부사적인 면모를 폭로했다.
 
김택수는 현정화를 위하여 현역 선수들 못지 않은 고강도의 스페셜 기술훈련을 진행했다. 김택수는 "현정화니까 (현역 선수와 대결도) 해볼만 하겠구나. 서효원과 얼마나 대등한 경기를 할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훈련을 진행하며 점점 두 사람은 진짜로 대회를 준비하는 현역 선수와 코치로 돌아간 듯 진지하게 몰입하는 모습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드디어 대결의 날이 밝았다. 승부를 앞두고 현정화는 "이렇게 간절하게 운동을 해본게 오랜만이다. 오늘 꼭 이기고 싶다. 이기겠다"고 다짐했고, 서효원도 "감독님을 존경하지만 오늘 시합을 최선을 다해서 이길 것"이라고 응수했다. 페이스메이커와 유남규 감독,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초반부터 1대 1로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주 본대결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같은 종목 선후배의 맞대결

<국대는 국대다>는 은퇴한 국가대표 레전드 스포츠 선수들이 현역과 대결을 펼친다는 콘셉트에서, 2013년 채널 A에 방영된 <불멸의 국가대표>의 리뉴얼 버전을 연상시킨다. 다만, 레전드가 같은 종목의 후배 선수과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더 실전같은 리얼리티와 몰입감을 강조하여 차별화했다. 탁구의 현정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씨름 전설 '천하장사' 이만기, 펜싱 레전드 '땅콩검객' 남현희 등도 출연할 예정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가치는, 대결이라는 요소보다는 한국 스포츠 '영광의 역사'와 '잊힌 레전드'에 대한 재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스포츠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주며 토대를 닦은 위대한 전설들이 있었기에 손흥민, 류현진, 김연아같은 현재 후배 세대의 영광도 가능했다. 그리고 현정화가 들려준 88올림픽 금메달의 비하인드나 남북단일팀 에피소드처럼, 팬들이 알지못했던 스포츠 레전드들의 남모를 고충들과 감동적인 사연들이 다시 돌아보는 시간도 스포츠 팬들에게는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들이 어떻게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그들만의 인생 여정과 성공비결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예능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국대는국대다 현정화 남북단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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