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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스타들의 뒷이야기... 성취보다 성장이 준 감동

[TV 리뷰]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22.03.03 13:58최종업데이트22.03.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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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태극마크의 무게를 기꺼이 감당해낸 국가대표 선수들의 올림픽 뒷이야기가 유쾌한 감동을 자아냈다. 2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 선수, 해설위원 박재민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남자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준서, 박장혁, 황대헌, 곽윤기, 김동욱 등이 첫 순서로 등장했다. 갓 올림픽을 마친 소감으로 곽윤기는 "단체 계주에서 금메달을 못딴 건 아쉽지만 그래도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MC 유재석은 "메달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고 격려했다.

황대헌은 "안 좋은 일들이 있었지 않냐. 많이 화나고 억울했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1500미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대회 초반 판정 논란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또 1등으로 포디엄(시상대)에 올라가니까 동료들과 너무 오르고 싶더라. 이후 계주 은메달로 동료들과 함께 시상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화제가 된 윤홍근 단장과의 '치킨 연금' 에피소드도 언급됐다. 황대헌은 윤단장과 포옹할 때 "치킨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한 번 더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앞서 황대헌은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이자 베이징 올림픽 단장인 윤홍근 단장과 '평생 무료 치킨' 약속을 한 바 있다.
 
한편 곽윤기는 올림픽을 마치고 "만족스럽다기 보다 아쉬움이 컸다"고 고백했다. 세계 각국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이제는 어떤 나라, 어떤 선수가 1등을 차지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한국 지도자들이 코치와 감독으로 해외에 진출하면서 한국의 기술과 훈련방식들이 세계로 많이 전파된 영향도 컸다.
 
박장혁은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큰 부상을 입었던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박장혁은 상처가 심해 끝내 경기를 포기해야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종교가 있어서 기도를 많이 드리는 편인데 '과연 하늘이 있는건가', '스케이트를 그만하라는 건가'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하면서도 "너무 아쉽다보니 바로 다음 올림픽이 생각났다. 완전한 몸상태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아쉬움과 희망을 드러냈다.
 
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판정 논란도 언급됐다. 레인 변경 반칙으로 실격당했던 황대헌은 "이런 판정이 나올 수도 있구나"라며 당혹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동욱은 "이런 식으로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을까"라고 분노했지만, 다행히도 "동생들이 걱정한 게 무색할 만큼 단단했던 친구들이었다. 실격 이야기는 안 하고 묵묵히 다음 경기를 준비하더라"며 후배 선수들의 정신력에 감탄했다.
 
황대헌은 남자 1500m에서 압도적인 9바퀴 단독 질주로 금메달을 따냈다. 선두 질주는 체력적인 부담이 컸지만, 황대헌은 "아예 아무도 내 몸에 손을 못대게 해보자. 깔끔한 것 중에 가장 깔끔하게"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곽윤기는 "내가 훈련에 굴복하는 편이라면, 황대헌은 혹사 수준으로 미련할 만큼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고 끝까지 부딪히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곽윤기와 이준서의 과거 일화가 언급됐다. 12년 전 어린이였던 이준서와 사진을 찍어줬던 곽윤기는 세월이 흘러 함께 올림픽에 참가하는 팀 동료가 되어 다시 찍은 사진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곽윤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각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질문했다. 곽윤기는 "이미 꿈을 이뤘다. 저는 유투버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된 데 만족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동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라고 남고 싶다"고, 이준서는 "쇼트트랙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을, 박장혁은 "한 분야 만큼은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황대헌은 "잘하면 스포츠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는 데 별은 지기 마련이다. 저는 스포츠 영웅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한 여자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최민정, 김아랑, 이유빈,서휘민, 박지윤)이 다음 출연자로 등장했다. 여자 1000m 은메달을 획득하고 펑펑 오열하며 화제가 되었던 최민정은 "메달을 정말 어렵게 따서 기쁜 마음, 그동안 힘들게 고생해서 준비했던 생각, 그리고 아쉬움 한 스푼 등 여러 가지 감정이 터져서 숙소가서도 계속 울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대표팀 생활을 해왔던 최민정은 감정을 드러내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감정을 절제하는 데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고 고백했다. "메달을 따고 울고 나니 오히려 후련했다. 이제는 한번씩 감정을 털어내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최민정은 기세를 이어 1500m에서는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다. "다른 나라 국가가 울리는 것을 들으며 애국가 한 번 듣고 올림픽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주변에서도 1500미터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부추기는 분위기가 되어서 금메달을 안 딸 수가 없었다. 다행히 금메달을 따게 되어서 행복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유빈은 올림픽에서 군 복무 중인 오빠에게 보내는 영상편지에서 눈물을 흘렸다. 만일 메달을 따면 오빠에게 거수 경례를 세리머니로 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이유빈은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세리머니를 못한 미안함과 끝났다는 안도감에 복합적인 감정으로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냐'는 유재석의 질문에는 바로 질색하며 거부 반응을 나타내 현실 남매다운 모습도 드러냈다. 유빈의 오빠도 <국방일보>에 동생을 위한 응원의 글을 올렸는데, 본문은 모두 직접 작성했지만 오직 서두에 '사랑하는 동생'이라는 표현만 누군가 대필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아랑은 트레이드 마크가 된 고글을 물고 찍은 레전드 짤과 프로필 사진으로 큰 화제가 됐다. 김아랑은 "원래 저 포즈를 할 생각이 1도 없었는데 프로필을 찍던 사진작가 분이 이것저것 물려보다가 고글이 제일 낫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김아랑은 쑥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MC들의 부탁에 화제의 '고글 물고 머리 묶기' 포즈를 그대로 재연하며 남심을 설레게 했다.

이유빈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팀 계주를 꼽았다. 평창대회에서 계주 중 넘어지는 실수를 저질렀던 이유빈은 "개인 종목 실수는 다음에 만회할수 있지만, 팀은 저 하나 때문에 다른 동료의 노력까지 무산될 수 있기에 그 트라우마를 깨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극복의 비결에 대해서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꼽으며 "계주는 혼자 다 짊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밀어주며 믿음을 떠맡기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큰 감동을 자아냈다.

최고의 선수들도 슬럼프가 올 때가 있었다. 김아랑은 "아픈 날에는 눈물이 빵 터질 때가 있다. 그래도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올림픽에 나간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말도 못하고 꾹 참지만 그래도 참을만 하다. 괜찮다"며 국가대표이기에 견뎌야했던 마음의 무게를 드러냈다. 최민정은 부상과 슬럼프로 힘든 순간에도 "다들 안 된다고 할 때 해내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김아랑도 최민정의 강한 마인드를 보고 버틸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의 의미에 대하여 "희노애락을 모두 느낀 올림픽이었다. 그런 희노애락을 국민과 함께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김아랑은 "이번 올림픽은 감동이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결국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동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유빈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도전'을, 서휘민은 "어려운 상황을 함께하며 헤쳐나간 '성장'을, 박지윤은 더 높은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정의하며, 각자에게 남겨진 올림픽의 의미를 돌아봤다.

이어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배우 박재민이 등장했다. 배우나 방송인으로 친숙하지만 박재민은 20년 경력에 전국체전 시 대표로도 활약했으며 국제심판 자격증까지 보유한 스노보드 전문가였다.

박재민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외국식 스노보드 용어와 규정 등 '등배등배' 등 친근한 표현으로 설명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박재민은 "스노보드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흥미를 줄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수들의 SNS까지 뒤져가면서 시시콜콜한 개인사나 과거 일화를 소개하는 'TMI 해설'에 대해서는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써내려가는 드라마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경기는 잠깐이지만 그 순간을 위해서 선수가 얼마마 많은 노력과 과정을 거쳐왔는지 전해주는 해설은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박재민은 글로니아 코트니크(슬로베니아)의 일화를 언급하며, 아이를 출산하고 은퇴했다가 올림픽에 다시 복귀하여 3위를 기록하고 눈물을 흘리는 감동적인 모습에 뭉클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또한 박재민은 "아쉬운 결과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 없다"는 이상호의 인터뷰에 감동을 받으며 "이제야 올림픽 정신이 가득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일화를 밝혔다.

과거에 메달과 결과에만 집착했다면 우리도 그 과정의 가치에 더 주목하고 올림픽을 스포츠 그 자체로 즐기며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 박재민은 "올림픽은 선수들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부분이지, 국가간의 경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박재민이 스노보드 유망주들에게 사비로 장학금을 지급하며 후원하고 있다는 훈훈한 미담도 공개됐다. 평창올림픽 이후 코로나 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동계 스포츠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줄어들었다는 안타까운 뒷이야기도 언급했다. 당시 추진되었던 지원책중 다수가 일회성으로 끝났다는 이야기는 스포츠 이벤트의 가시적인 화제성과 결과에만 집착하는 우리 문화를 돌아보게 했다.

마지막 출연자로 피겨 왕자 차준환이 등장했다. 한국 피겨의 역사이자 미래로 꼽히는 차준환은 베이징올림픽 남자 피겨 부문 5위를 기록하며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성적을 기록했다. 차준환은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서면서 "결과를 생각하기 보다 과정을 즐기자, 내가 원하는 과정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과가 더 마음에 든다"고 성숙한 속내를 드러냈다.
 
트레이드마크인 우아한 이나바우어 기술을 빗대어 팬들이 지어준 '준나바우어'라는 애칭에 대하여 차준환은 "특색이 있어서 맘에 든다"고 만족해 했다. 넘어지길 반복하는 피겨 선수의 숙명으로 차준환은 골반 뼈에 물이 차는 고충도 있었다. 지금도 치료를 병행하며 훈련을 해야한다고.

하지만 차준환은 "힘든 상황에 빠져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얼른 나아서 더 활기차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경기를 중계한 미국 NBC는 '첫 번째 점프에서 넘어졌는데도 공격적인 스케이팅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차준환의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지금의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포기해야했던 순간도 있었다. 차준환은 "평범하게 지내는 일상"을 포기한 것으로 꼽으면서도 "대신 다른 것들을 많이 얻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 소중함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차준환은 "저는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항상 노력하는 선수다. 저는 뭔가 한번에 이루어진 게 없다. 항상 꾸준하게 노력해야지 하나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시간들을 훈련에 쏟아부었고 그 노력들이 천천히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느낌이다"라며 자신을 돌아봤다.
 
흔히 남자 피겨선수의 전성기가 20대 초중반까지라고 한다. 그러나 차준환은 "저는 저만의 페이스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꾸준히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며 변함없이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차준환은 자신이 생각하는 올림픽 정신을 '즐기는 마음'으로 규정하며 "올림픽에 나가서 경기하는 자체만으로 소중한 시간이자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환은 "그동안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원래 좋아할수록 더 힘들지 않나. 스케이팅을 너무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힘들지만, 그래서 더 즐겁게 하려고 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유퀴즈>는 방송 말미에 도핑 파문과 유소년 학대 의혹 등으로 도마에 올랐던 러시아를 비판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방송은 러시아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의 경기 장면과 차준환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며 '같은 올림픽 무대를 누군가는 즐기지 못했다', '누군가는 지난 4년을 견뎌냈고, 누군가는 지난 4년을 가로챘다', '성장과 성취에 목말랐기에 즐길 수 없었을 누군가의 무대'라는 자막들을 통하여 러시아를 비판하면서 '올림픽 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유퀴즈 동계올림픽 차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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