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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출범이 정의의 기사? 이해 못할 이 영화의 선택

[미리보는 영화] < B컷 >

22.03.25 16:32최종업데이트22.03.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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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B컷 > 관련 이미지. ⓒ TCO(주)더콘텐츠온


대선 철을 기대한 노림수일까. 범죄 행위를 숨긴 국회의원과 진실을 파헤치려는 피해자 간의 대결을 그린 영화 < B컷 >이 지난 24일 언론에 선 공개됐다.
 
장르를 따지자면 스릴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대권을 노리는 유력 정치인(김병옥)이 사실은 아내를 학대하며 비밀리에 여성들을 유린한 범죄자임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 해당 작품은 겉으로 보면 어지간한 한국형 스릴러 장르 영화의 맥을 잇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인과 비자금, 여기에 범죄의 결합은 분명 흥행을 노린 대중 영화 기획자와 감독 입장에선 매력적 요소다. < B컷 > 또한 그런 의도를 갖고 있어 보인다. 다만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구성을 놓고 보면 꽤 시대착오적이고, 성인지 감수성 또한 떨어져 보인다는 게 문제다.
 
사건의 주 소재가 바로 정치인 김태산에게 성적 학대와 폭행을 당해온 아내 민영(전세현)의 사진이다. 소위 선수들 사이에선 이런 사진을 B컷이라 부른다고 한다. 남편의 범행을 고발하기 위해 사설 복구업자 승현(김동완)을 찾아간 민영은 거액을 지불하며 데이터 복구를 요구하고, 이에 승현이 응하면서 사건에 얽히게 된다.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캐릭터들이 서로 엮이는 개연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다. 유명 배우 출신임을 알아본 승현은 현직 기자인 친구의 꾐에 빠져 민영의 사진을 몰래 유출시킨다. 정치인의 범죄 사실을 알리고 친구의 특종을 돕기 위함인데 이 지점에서 감독과 제작진의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최근까지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여러 성범죄를 기억해보자. 아무리 영화 설정이라지만 엄연히 실제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다.
  

영화 < B컷 > 관련 이미지. ⓒ TCO(주)더콘텐츠온

 

영화 < B컷 > 관련 이미지. ⓒ TCO(주)더콘텐츠온


결국 개인 정보 유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합하는 꼴이다. 이 부분을 넘어간다고 해도 이어지는 사건들 또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김태산의 감시와 추적을 피하는 과정에서 승현과 민영이 잠자리를 하게 되는 과정도, 김태산의 경쟁 후보자와 아이돌 가수가 등장하는 베드신도 이야기 흐름에서 벗어난 어색한 설정들이다. 지극히 자극을 위한 소모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청담보살> <위험한 상견례> 시리즈 등으로 B급 한국형 코미디 영화를 연출해 온 김진영 감독의 선택이 의아하다.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아니면 제작 단계에서 시나리오에 대한 모니터가 부족했던 것일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랜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영화 산업 상황을 고려해보면 좋은 작품의 개봉이 절실한 요즘이다. 한 작품이 소중한 시기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들의 개봉은 자칫 한국 영화 기획과 투자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지 우려하게 한다.
 
한줄평: B급 스릴러를 노린 것일까
평점: ★★(2/5)

 
영화 < B컷 > 관련 정보
감독: 김진영
제공: 미시간벤처캐피탈㈜
공동제공/배급: TCO㈜더콘텐츠온
제작: ㈜영화사 필, TCO㈜더콘텐츠온
주연: 김동완, 전세현, 김병옥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22년 3월 30일
B컷 김동완 N번방 사건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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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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