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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자유" 첫 발 내디딘 독수리 군단의 리빌딩

[리뷰] 왓챠 오리지널 <한화이글스:클럽하우스>

22.04.01 09:41최종업데이트22.04.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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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오리지널 <한화이글스:클럽하우스> 포스터가 공개되자마자 야구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 왓챠

 
2019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방영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 팬들뿐만 아니라 야구계 관계자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들보다는 구단을 함께 이끌어가는 프런트를 조명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이 오로지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로맨스와 같은 불필요한 요소를 넣지 않아 완성도를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아니다보니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먼 설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리얼한' 작품이 탄생했다.

2021년 1월부터 정규 시즌 최종전까지 1년 가까이 선수들을 밀착 취재해 덕아웃과 구단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담아낸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달 31일 2022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 한화 이글스

 
사령탑은 '실패할 자유'를 강조했다

한화는 2020시즌 팀 18연패 등 여러모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변화가 필요했던 박찬혁 대표이사와 정민철 단장은 2021시즌 지휘봉을 국내 감독이 아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맡겼다. 처음 선수들을 마주한 수베로 감독이 선수들에게 거듭 강조한 것은 '실패할 자유'였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 하루 아침에 강팀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실패을 경험하는 횟수보다는 그 실패로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수베로 감독의 생각이었고, 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록으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화의 도루 시도 횟수는 무려 165회로, 10개 구단 가운데 전체 1위였다. 도루성공률이 66.1%(9위)로 시도한 것에 비해 떨어지는 수치를 나타냈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수베로 감독이 원했던 방향성대로 선수들이 따라간 것이다.

그러나 시즌 내내 수베로 감독이 웃을 수만은 없었다. 때로는 불같이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있었고, 이 역시 이번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출전 기회가 왔을 때 주눅이 들어있거나 경기를 지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퇴장을 당하는가 하면,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 이따금씩 벌어졌다. 심판과 실랑이를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벽을 어떻게든 넘으려는 수베로 감독의 '진심'이 선수들과 많은 한화 팬들에게 전해진 시즌이었다.
 

지난 달 31일 2022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한화 내야수 하주석 ⓒ 한화이글스

 
작품은 끝났지만, 한화의 리빌딩은 현재진행형

2주에 걸쳐 공개된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는 총 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분량은 총 230분(3시간 50분)이다. 144경기, 그리고 그밖에 벌어지는 일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팬들이 궁금해 하거나 알고 싶은 것들을 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임종찬, 박정현 등 향후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야수들의 성장 과정과 시즌 도중에 주장을 맡게 되면서 한층 성숙해지는 하주석의 이야기 등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가 많다. 여기에 구단 사무실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프런트의 업무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의 엔딩을 장식한 장면은 2021년 10월 30일, 홈 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다.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하지 못했으나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한 어린 선수들의 활약으로 희망을 보았고, 한화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더 나은 내일을 기약했다.

수베로 감독이 올해는 '이기는 야구'를 선언했다. 지난해보다 많은 승수를 쌓으면서 순위도 끌어올리겠다는 게 한화의 목표다. 현실적으로 쟁쟁한 팀들과의 경쟁을 뚫고 가을야구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지만,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시즌 'This is our way'를 캐치프레이즈로 선보인 한화는 'Our time has come'을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로 확정했다. 한화 구단은 "작년 슬로건의 연장선으로, 지난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이제 주역이 되어 각자 이번 시즌을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올 시즌은 반드시 '우리의 시간이 올 수 있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제 그 목표를 향한 수베로호의 여정이 2일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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