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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와 악연' 한덕수 후보에 영화계 부정적 목소리

과거 스크린쿼터 철폐 주장... 론스타 사태 다룬 <블랙머니>

22.04.05 17:11최종업데이트22.04.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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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와 전 한국영화와의 악연이 주목받고 있다. 오랜 시간 보수와 진보 정권을 오가며 공직 생활을 했지만, 한국영화와는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덕수 후보자가 한국영화와 맞부딪힌 것은 통상산업본부장 시절인 1998년이었다. 영화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 문제가 예민하던 시기 한덕수 후보자의 발언이 한국영화를 흔들었다.
 
그는 1998년 7월 21일 통상산업본부장으로 당시 문화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영화산업을 진흥하고 외국영화시장 개방 요구에 대응하려면 스크린쿼터 철폐가 바람직하다. 연중 3분의 1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라는 스크린쿼터제가 오히려 영화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업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스크린쿼터를 풀어야 한다. 차라리 외국영화를 맘껏 상영해 관람객들을 극장에 채우면 영화진흥기금도 더 거둘 수 있고 그 기금으로 국내 영화산업 진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크린쿼터 운용하는 나라가 11개국이고 처벌 조항이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라고 발언했다.
 
미국의 시장 개방 압력이 가중되던 시기 한국영화가 사활을 걸고 있던 스크린쿼터 문제에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당시 영화계는 부글부글 끓었다.
 
1998년 7월 24일 스크린쿼터감시단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의 스크린쿼터 철폐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잇따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단체들은 그해 12월 미국 영화시장 개방에 통상교섭본부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반발해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 교체를 요구하고,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이때 집행위원장이 정지영 감독이었고 스크린쿼터감시단 사무국장은 양기환(제작자)이었다.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에는 문성근 배우도 적극 나섰다.
 
론스타 사태 의혹 한덕수, <블랙머니>로 고발한 정지영
 

론스타 사태를 고발하는 영화 <블랙머니> 제작 현장에서 연기를 지도하는 정지영 감독 ⓒ 아우라픽쳐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공직을 떠나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 재직했다. SBS는 한 후보자가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18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 있으면서 과거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4월 1일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조직 김앤장 매국노 한덕수 총리 절대 반대한다"면서 "한 후보자가 2002년 11월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8개월 1억 5천만 원을 받은 론스타 사태 은폐 핵심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덕수는 총리시절 "론스타가 돈을 버니 국민이 배아파한다"고 말한 매국노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 후보자는 론스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편집자 말)
 
한국영화에서 론스타 문제를 알게 쉽게 정리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바로 <블랙머니>였다. 국제투기자본과 결탁한 국내 인사들의 비열함과 정계 재계의 커넥션을 파헤친 영화였다. 정지영 감독이 연출했고, 영화사 질라라비 양기환 대표가 제작했다. 배우 문성근이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한다. 스크린쿼터 문제로 갈등을 일으켰던 당사자를 향해 한국영화가 론스타 문제로 직격한 것이다.
 
<블랙머니> 제작자 양기환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가 도표를 통해 발언했지만, 한덕수 후보자는 한국 재계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잇고 있던 핵심인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론스타 문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무총리가 돼서는 안 될 부적절한 인사로 윤석열 정부가 가당치도 않은 인사를 내세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크린쿼터감시단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국제연대 활동을 폈던 질라라비 양기환 대표 ⓒ 양기환 제공

론스타 한덕수 블랙머니 정지영 양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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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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