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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뉜 도시, 서로를 동경하는 두 소녀

[미리 보는 영화] <헝거>

22.04.14 17:03최종업데이트22.04.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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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를 찾고자 하는 여정을 그린 영화 <헝거>가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성인이 아닌 소녀가 주인공이며, 일상을 배경으로 하나 SF 장르라는 데 특이점이 있다. 

14일 오후 영화 <헝거>의 온라인 시사가 진행됐다.

일상과 환상이 뒤엉킨 영화
 

영화 <헝거> ⓒ ㈜디오시네마


<헝거>는 부유하고 미래적인 '빌딩도시'와 가난한 이들만 사는 구역인 '하촌'이라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중학생 유지(김유나 분)는 빌딩도시에 사는 부유층이지만 행복하지 않다. 또한, 실제로 그리 부유하지도 않다. 유지의 부모님은 체면상 빌딩도시에 버티듯 살고 있지만 유지를 학원에 보내줄 형편도 못된다.

가부장적인 가족 분위기 속에서 답답하게 살아가는 유지는 바쁜 부모님의 빈자리를 대신해 동생들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자신도 어린 나이인데 이런 무게에 짓눌려 힘든 유지는 하촌에 사는 소녀 서진(정민정 분)을 바라보며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하촌에서 태어난 서진은 빌딩도시 속에 있는 유지 가족의 집에서 가정부 일을 한다. 유지의 또래인 서진은 유지와 처한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서로를 알아간다. 이런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자신이 속한 세계가 아닌 서로의 삶을 동경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진은 지금과 다른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유지에게 하촌을 소개해 줄 것을 약속하는데, 그러나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는다. 

영화는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을 겪는 소녀의 깊은 성장통을 담아내고 있다.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한 소녀가 진정한 내면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SF적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낸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SF 색채를 띠는 가상의 세계는 이 영화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다. 부유함과 가난함을 칼로 베듯 나누어 인간이 사는 세상을 빌딩숲과 하촌으로 분류한 영화 속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빌딩도시를 벗어날 수 있다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하는 유지는 어느 날 거대한 토네이도에 의해 자신이 사는 곳이 아예 없어져 버리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유지의 눈앞에 검고 거대한 구 하나가 나타나는데 그 구를 통해 유지는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나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된 유지를 따라가며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선보인다.

어린 배우들의 열연
 

영화 <헝거> ⓒ ㈜디오시네마

영화 <헝거> ⓒ ㈜디오시네마


독립영화인 <헝거>는 제 46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과 제 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어린아이들이 주연이었던 영화 <남매의 여름밤> <우리들> <벌새> 등을 이을 독립영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을 중심에서 이끌어가는 아이들의 연기가 영화의 주요한 관람 포인트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깊이를 갖춘 연기를 보여준 김유나, 최윤우, 정민정 등의 배우들. 이들이 지닌 아이다운 순수함이, 갑자기 황폐해진 디스토피아적 세계와 강렬하게 대조를 이루며 불안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유지 역의 김유나는 2005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한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그는 제4회 충무로 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고, 조정래 감독의 영화 <소리꾼>등을 비롯해 여러 TV & 웹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은 기대주다. 

하촌에 사는 유지의 친구 서진 역으로 분한 배우 정민정은 특유의 차분함이 돋보이는 연기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나비의 눈물> <무좀에 걸리지 않는 방법>등의 작품에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또한 유지의 동생 유민 역을 맡은 배우 최윤우는 영화 <행복의 나라로> <자산어보> <브로커>등에 출연했다.

<헝거>는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어떨까?'하는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런 호기심을 품고 영화를 만든 강다연 감독은 첫 장편영화로써 이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그는 앞서 세 편의 단편영화 <홍실이> < Black Beauty >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출했다. 강다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가난한 이들이 산다는 하촌에 가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혹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처음으로 하는 나를 위한 선택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몽환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독립영화 <헝거>는 어른이 되기 전,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소녀의 성장통을 그려낸 이야기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방황을 겪는 이들이라면 공감 가능할 듯하다. 다만, 너무 난해하여 이해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 아쉽다. 

한 줄 평: 절망의 한가운데서 진짜 나를 만나다
평점: ★★☆(2.5/5) 

 
영화 정보

제목: 헝거
장르: 성장, 드라마
감독: 강다연
출연: 김유나, 최윤우, 하시연
제작: 케디필름
제공/배급: ㈜디오시네마
공동제공: ㈜올엠커뮤니케이션
공동배급: ㈜ 태양미디어그룹
러닝타임: 67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4월 21일
 
 

영화 <헝거> ⓒ ㈜디오시네마

헝거 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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