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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출신' 삼성 허삼영 감독, 끝내 자진사퇴

[KBO리그] 1일 성적부진 책임지고 사퇴,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시즌 진행

22.08.02 07:10최종업데이트22.08.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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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삼성의 정규리그 2위를 이끌었던 허삼영 감독이 팀을 떠난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1일 삼성의 15대 감독으로 2019년 9월부터 팀을 이끌던 허삼영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다고 발표했다. 허삼영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나며 "최선을 다했는데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라이온즈 팬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허삼영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한 삼성은 오는 2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박진만 퓨처스 감독이 1군의 감독대행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허삼영 감독은 부임 당시 현역 시절의 초라한 성적 때문에 팬들의 많은 우려를 샀지만 작년 삼성을 6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삼성은 올 시즌 구단 역사상 최다인 13연패를 당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연패탈출 후에도 2승2무2패를 기록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결국 허삼영 감독은 시즌이 끝나기 전에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3년이 채 되지 않았던 삼성에서의 감독 생활을 마감했다.

비스타 출신 감독들의 성공사례

불과 10년 전만 해도 프로야구 감독직은 현역 시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선수 출신들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김응룡 감독과 김재박 감독, 선동열 감독, 류중일 감독 등 2010년대 초반까지 KBO리그를 주름 잡았던 명장들은 저마다 화려했던 선수시절을 보냈던 스타 출신들이었다(한국시리즈 3회 이상 우승 경력을 가진 감독 중에서는 '야신' 김성근 감독 정도만 상대적으로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KBO리그에 스타감독 트렌드를 바꾼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현역 시절 선수와 플레잉 코치로 두 번의 우승 반지(1995,2001년)를 가지고 있지만 통산 타율.235에 홈런이 9개에 불과할 정도로 스타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사령탑이 되자마자 5년 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며 두산의 왕조를 만든 명장이 됐다.

키움 히어로즈 역시 감독 선발에 이름값을 철저히 배제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통산 타율 .195의 염경엽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앞세워 신흥명문으로 도약한 히어로즈는 2017년에도 스타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던 장정석 감독(KIA타이거즈 단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현역 은퇴 후 코치 경험조차 없이 기록원과 매니저로만 활동했던 장정석 감독은 2018년 가을야구 진출에 이어 2019년엔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18년 창단 감독이었던 김경문 감독과의 긴 인연을 끝낸 NC다이노스는 2018 시즌이 끝나고 세 팀에서 수비코치를 역임했던 이동욱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현역 시절 1군 출전 경기가 143경기에 불과했던 이동욱 감독은 어지간한 야구마니아가 아니면 이름도 알기 힘든 인물이었다. 하지만 부임하자마자 양의지 포수를 선물 받은(?) 이동욱 감독은 2020년 NC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비 스타선수 출신 감독의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2001년 해태 타이거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을 선임한 삼성은 선동열,류중일, 김한수 감독으로 이어지는 스타 선수 출신들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특히 류중일 감독과 김한수 감독은 프로 데뷔부터 감독으로 선임될 때까지 한 번도 삼성을 떠난 적이 없는 '순혈 삼성맨'이었다. 하지만 김한수 감독 체제였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 번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자 삼성도 2019년9월 파격적인 감독인사를 단행했다.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과 13연패 명과 암

대구상고(현 상원고)를 졸업한 허삼영 감독은 1991년 삼성에 입단하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1995년까지 1군 무대에서 4경기에 등판해 2.1이닝 동안 4실점하며 평균자책점 15.43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일찍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허삼영 감독은 은퇴 후 훈련지원팀과 전력분석팀에서 일을 하며 삼성에서 프런트 직원으로 활약했고 2019년에는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렇게 삼성 프런트의 터줏대감으로 활동하던 허삼영 감독은 2019년 9월 김한수 감독의 후임으로 삼성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초라한 현역생활과 감독은커녕 코치로서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조차 없는 프런트 직원의 감독 선임에 야구팬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김태형, 장정석, 이동욱 감독 등 비 스타선수 출신 감독들의 성공사례들이 워낙 많았기에 허삼영 감독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2020년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며 '혹시나' 했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삼성은 작년 시즌 원태인의 성장과 백정현의 각성,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와 FA 오재일, 간판타자 구자욱의 맹활약으로 시즌 막판까지 KT 위즈와 선두다툼을 벌이며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에게 3연패했지만 6년 만에 삼성을 가을야구로 이끈 허삼영 감독의 지도력은 재평가되기 충분했다.

삼성은 올해 최소 4강, 최대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전력으로 불리며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은 선발 백정현과 마무리 오승환의 뜻하지 않은 부진, 5년 12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구자욱의 잦은 부상, 포수 강민호의 부진 등이 겹치면서 순위경쟁에서 점점 뒤쳐지고 말았다. 결국 삼성은 7월 한 달 동안 3승2무14패로 부진하며 9위로 추락했고 허삼영 감독은 자진사퇴를 통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다.

프런트 직원 출신의 허삼영 감독을 통해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경험한 삼성은 현역 시절 5번의 골든글러브와 함께 '국민 유격수'로 불리던 박진만 퓨처스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아 남은 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고 내년 삼성을 이끌 새 감독이 누구로 정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삼성은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남은 50경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승리를 쌓고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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