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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소년 사건의 진실... "확증편향 조심해야"

[TV 리뷰]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22.08.28 12:20최종업데이트22.08.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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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 SBS


장기 미제수사 사건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망각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히는 순간, 진실도 영원히 묻힌다. 반대로 말하면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한, 어떤 사건도 끝난 것이 아니다.
 
음모론을 소재로 한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서는 지난 27일 4번째 시즌의 첫 방송으로 '개구리소년 사건'과 'UFO(미확인 비행물체)' 이야기가 다루어졌다. 새 MC 전현무, 프로파일러 권일용, 영화 감독 변영주, 배우 봉태규, 모델 주우재의 고정패널들, 힙합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와 아이돌 츄(이달의 소녀)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개구리소년 살해 암매장 사건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당혹사>에서도 지난 2021년 이 사건을 조명한 바 있다. 1991년 3월, 동네친구인 다섯 아이들이 동네 뒷산인 와룡산에서 실종된 이후 11년만인 2002년에 백골이 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그로부터 다시 20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정확한 진실과 진범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이 최근 다시 이슈가 된 것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개구리소년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개구리소년 사건을 보도한 시사프로그램을 본 글쓴이는 사건에 사용된 흉기가 버니어 캘리퍼스(길이, 너비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자의 일종)이며, 인근 학교에 다니는 불량고등학생들이 환각물질인 본드를 흡입하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공격하여 사망에 이르게했다는 주장이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글은 조회수가 200만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설득력이 있고 논리적으로 앞뒤가 들어맞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글쓴이가 당시의 정황을 마치 손바닥 들여보듯 분석한 데 오히려 의혹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사망한 아이들의 두개골에서는 균일하게 찍힌 여러 개의 상처가 있었다. 범행도구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버캘 흉기론을 주장한 이들은 아이들의 상흔이 버캘의 아들자 모양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800회에서는 개구리소년 사건을 재조명하며 범행도구로 '용접망치'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살인무기가 만일 하나였다면 다양한 상흔을 만들 수 있어야하는데, 소년들의 유골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상흔이 존재했다. 용접망치는 무게감이 있고 앞과 뒤의 날이 달라서 크고작은 상처를 동시에 낼 수 있다.
 
버캘 흉기설을 주장한 이는 '무거운 용접망치로 힘을 조절하며 대상을 공격할 수 있을까,' '살의를 가지고 휘둘렀을 때 작은 상처가 나오는 무기였어야'라며 망치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버캘은 세게 내리쳐도 개구리소년 두개골처럼 작고 균일하고 많은 상흔들이 남게 된다. 실제로 버캘 흉기설을 누리꾼들이 직접 실험해본 결과, 상흔이 개구리소년의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동영상들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와룡산 인근에는 개구리소년들이 실종된 1991년 3월에 개교한 공업고등학교가 있었다. 버니어 캘리퍼스는 공고생들이라면 기본 공구로 대부분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이었다. 범행도구가 버캘이 맞다면 신분과 직업을 특정할 만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199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상용되던 버캘은 거의 한 브랜드의 제품이었다고.

글쓴이는 개구리소년들을 살해한 범인이 환각상태에 있던 불량학생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와룡산에 놀라갔던 한 학생은 산 중턱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것은 개구리 소년의 비명이었을까? 1980년대 방송된 한 뉴스를 보면 환각상태의 10대 청소년들이 본드를 흡입하고 괴성을 지르는 모습이 담겨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본드를 흡입한 청소년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상황에서도 격렬하게 저항하며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1990년대 초반 해당 S공고를 다녔던 졸업생을 인터뷰했다. 그는 동네마다 불량학생들은 있었지만, 와룡산이 우범지대였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 결정적인 "기계나 설비관련 전공에 자주 사용되는 버니어 캘리퍼스 역시 사용할 만한 전공이 당시 S공고에는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버캘 흉기설과 불량학생 살해설에 부정적이었던 변영주 감독은 "몇 가지 정황만 가지고 한쪽 방향으로 과몰입된 시각이 확증편향을 불러올 수 있다"며 경계했다.

버캘 흉기설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반대되는 주장을 제기한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쓴이는 아예 개구리 소년들을 서울에서 본 목격자라고 밝히며, 아이들이 와룡산에서 실종 직후 숨진 게 아니라 서울에서 앵벌이를 하다가 어떠한 경위로 와룡산에서 숨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작진은 서울 목격설을 주장한 이를 실제로 만나 인터뷰했다. 목격자는 버캘 흉기설을 보고 글을 올렸다며 "저는 직접 봤다. 고등학생이 아니었다."고 확신에 찬 진술을 했다. 제작진은 법적인 증거능력을 없지만 수사의 단서를 찾기 위하여 본인의 동의하에 최면요법을 시행했다.
 
목격자는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아이의 외모나 실종된 아이를 찾는 방송 등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들을 진술했지만, 정작 아이의 옷차림이나 방송사는 목격자의 기억과 달랐다. 전문가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기사와 방송, 자신의 생각 등 여러 가지 정보들이 혼재되어 지금의 기억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목격자가 "속이려는 의도는 없지만 공상을 실재처럼 여기는 작화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봉태규는 "30년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이 너무 무거웠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이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오직 아이들의 유골뿐인 상태다. 제작진은 해외 유명 법의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호주 빅토리아 법의학 연구소의 소렌 브라우는 버캘 흉기설에 대하여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사례는 없다. 버캘이 흉기로 사용된 사례는 찾지 못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작진은 실제와 흡사하게 제작된 두개골 모형으로 버캘과 다목적 가위, 용접망치를 사용하여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로는 버캘과 망치가 타격시에 뼈의 일부가 내려앉는 함몰골절이 발생할 정도로 예상보다 더 강력한 흉기였음이 드러났다.
 
반면 두 개의 날이 붙어있는 다목적 가위를 찌르는 식으로 사용했을 때는 개구리소년들과 가장 유사한 상흔이 나타났다. 다목적 가위가 곧 범행흉기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형태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분석해볼 수 있는 내용이다. 최소한 버캘이 흉기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한편으로 개구리 소년 사건을 당시 수사했던 경찰이나 기자는, 아이들이 현장에서 긿을 잃고 저체온사로 사망했고 풍화작용으로 인한 낙석이 시신의 유골에 상흔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 법의학자들의 의견은, 아이들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게 공식적인 해석이다. 현재 경찰은 2019년부터 대구 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에 의하여 개구리소년에 대한 수사가 다시 진행 중인 상황이다.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 SBS


두 번째로는 UFO에 대한 음모론이 다루어졌다. 2022년 5월, 미 의회에서는 50여년만에 UFO에 대한 공개청문회가 열렸다. 최근에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의미하는 UFO 대신 UAP(미확인 공중현상)라는 새 용어가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빌 넬슨 NASA(미 항공우주국) 국장은 "UFO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생각한다. UFO에 대한 보고를 믿고 이를 위한 조사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UFO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오던 NASA의 돌변은 그동안 UFO를 근거없는 음모론이나 가십 취급하던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청문회에 참석한 안드레 카슨 미 하원 정보위원회 대테러 방첩 소위원장, 스콧 브레이 미해군 정보국 부국장 등 실제 미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 계통 고위관료들은 진지하게 UFO-UAP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거론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에 변영주 감독은 미국방부가 공개한 펜타곤 UFO 영상을 분석하며 "논리없이 겁박하고 있다. 인류를 공격하려는 시도나 위협하는 사례가 없는데 UAP를 위협으로 규정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오히려 변영주는 UFO의 정체가 혹시 발사체나 극초음속 신형무기 실험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1년 6월 미 국방부의 '미확인 공중현상에 대한 예비보고서'에는 2004년에서 2021년까지 미 전투기 조종사들이 UFO를 목격했다는 보고서사 144건에 이르며 이중 한 건만 팽창기구(풍선)으로 밝혀지고 나머지 143건의 실체는 미궁속에 남아있다. 업무 특성상 정확한 팩트와 보고가 생명인 군인 출신 목격자만 400명에 이른다.또다른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처럼 UFO를 조사하고 있다.
 
2004년 UFO를 목격한 미 전투기 조종사 2인은 1초에 1Km를 하강하는 UFO를 발견했던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도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두 조종사의 목격 이후에도 다른 전투기의 적외선 카메라 사탕 모양의 UFO가 포착된 모습이 나타났다.
 
반면 음모론과 유사과학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웹사이트 '메타벙크'의 창시자 믹 웨스트는 보케 현상(Bokeh, 카메라의 초점이 맞지않을 때 조리개의 모양대로 찍히는 현상)을 거론하며 UFO의 정체가 그저 지나가는 비행기를 착각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웨스트는 촬영자가 영상속에서 줌(배율)을 2배로 변경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UFO 청문회에서 브레이 해군 정보부국장은 UFO가 '실재하는 물질'이며 미국 자산(전투기, 건물등)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비껴간 사례가 11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통을 시도하거나 공격을 당한 적은 없다고.

결론적으로 UAP 테스크포스는 "UAP가 외계에서 온 것이라는 어떤 증거물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공식발표했다. 변영주는 "UAP는 아직까지는 (실체가없는) 현상에 불과한건데, '우리 근처에 있다'거나 '비껴갔다'는 이야기가 공포의 크기를 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도 UFO에 대한 목격담이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제작진은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던 곰돌이 UFO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드론을 통하여 실험한 결과, 휴대전화 동영상의 초점이 바뀌자 곰돌이와 같은 귀여운 형상이 나타났다. UFO 열혈 맹신자였던 츄와 봉태규는 허탈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UAP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류역사상 최대의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JWST)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우주는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의 모래 한 알, 그 크기의 밤하늘 한 조각 속 수천개의 은하들'(빌 넬슨 NASA 국장)이 존재한다. 그안에는 지구처럼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행성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4.37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로 초소형 우주선 수천대를 쏘아보내는 성간 탐사계획 '스타샷 프로젝트'를 2036년 발사를 목표로 준비중이다. 알파센타우리와 그 주변 행성에는 어쩌면 생명가능지대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과 도전은, 지금도 우주와 UAP의 신비를 밝히기 위하여 한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다.
당혹사 개구리소년 버니어캘리퍼스 U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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