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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난폭한 사람 처음" 오은영도 놀라게 한 '음주 남편'

[TV 리뷰]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22.10.18 14:10최종업데이트22.10.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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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산후우울증과 경제적 압박, 술에 대한 의존 등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문제가 총망라된 역대급 갈등 부부가 등장했다. 10월 17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15회에서는 서로에게 막말을 퍼부으며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다는 '솔로부부'가 출연하여 고민을 의뢰했다.
 
주영석-이정미 부부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15개월 쌍둥이 남매를 키우고 있는 결혼 7년차 커플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연애 한 달 만에 결혼 전제로 동거를 시작했다는 부부는 8살의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했고 7년 후에 두 번의 시험관 끝에 어렵게 쌍둥이를 얻었다. 아내는 남편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그때는 너무 착했다. 남자가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순진했다"면서 남편의 착한 성품에 반하여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부부의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부부는 밤마다 서로에게 원망 섞인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아내는 매일같이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했고, 남편은 매일같이 술만 마시면 과격하게 돌변했다. 일상생활 영상을 본 오은영은 "저도 어깨가 무겁다. 이 문제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심각한 반응을 보였다.
 
힘들어하는 아내, 시큰둥한 남편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아내는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하여 "첫 번째는 아이들이었다. 두 번째는 남편과 이대로 사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더 좋은 엄마-아빠가 되고 싶어서다"라고 고백했다. 남편 역시 "이번 출연을 계기로 제대로 된 남편과 아빠로서의 자리를 찾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먼저 아내의 시점에서 바라본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아내는 남편이 없는 틈에 혼자서 쌍둥이 육아에 집안살림을 하느라 고군분투해야 했다. 시댁과 친정으로부터도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 알고보니 아내는 부모님이 15세 때 이혼하고 엄마가 재혼하면서 사춘기 때 생리 등 여자로서 민감한 문제를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만 했다고. 결혼 후 가정을 꾸리면서 의지할 곳이 없었던 아내는 또다시 '엄마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산책을 위하여 쌍둥이의 옷을 갈아입히던 아내는 그만 힘겨움과 설움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내는 아이들을 위하여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 '엄마'의 무게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저녁에 남편이 귀가하여 육아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남편도 퇴근 후 이미 지친 상태였다. 아내는 남편이 평소에 육아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남편과 아내는 육아 방식을 놓고도 계속해서 티격태격했다. 아내는 남편이 아이들을 다루는 모습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급기야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부부는 아이들을 재워놓고 비로소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육아에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모진 말로 답했고, 이에 아내가 발끈하면서 또다시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아이들에게 한없이 상냥하던 아내는 8살의 연상의 남편을 '야, 너'라고 지칭하며 시종일관 거칠고 공격적인 말투로 일관했다.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아내가 남편에게 바란 것은 "힘들지? 고마워"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사실 아내는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아내는 육아를 하다가 어느날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나 "애 키우는 모든 엄마가 그런 생각할 걸"이라는 시큰둥한 대답에 상처만 받았다고.
 
남편은 아내가 자주 화를 내는 이유를 그저 자신이 육아에 서툴러서라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아내가 우울증이라는 것은 사실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섣불리 다독이면 자신에게 더 기대고 나태해질까 두려워 회피한 면도 있다고 고백했다. 아내의 일상을 지켜본 남편은 비로소 "심각하다"며 상황을 인정했다.
 
오은영은 "너만 힘든 게 아니라는 남편의 말도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힘든 건 아니다. 아내 분은 우울증이 맞다"고 진단했다. 아내는 "내가 죽고 이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아이들도 더 잘 키울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면서 심지어 본인의 이름으로 생명보험까지 들 생각을 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내는 "그 정도로 요즘 내가 위태롭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심각한 진단을 받을까 두려워 차마 병원에는 가지 못했다고. 남편 역시 아내의 진짜 상태를 직면하기 두렵다는 이유로 상황를 방치하고만 있었다.
 
"돈 때문에 싸우는 게 싫었다" 남편의 눈물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남편에게도 고충이 있었다. 20대부터 중공업회사에서 선박 소지공 일을 해왔다는 남편은 무더운 여름에도 방호복을 입고 고열을 참아가며 힘든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야했다. 고정 월급제가 아닌 일을 한 만큼 수입이 들어오는 상황이라, 출근을 해도 비 때문에 일이 없어서 그냥 퇴근해야 하는 날은 남편의 어깨가 축 처졌다.
 
남편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집안에서 아내에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서운함이 쌓여있었다. 실직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부는 손을 벌리지 말아야 할 곳에 대출까지 받으며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었다. 남편은 실직 후 대출받은 돈을 아내에게 월급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출근한 것처럼 속이고 찜질방에 있다가 퇴근 시간에 맞춰 귀가한 적도 있다고 고백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부의 심리평가보고서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도 부부갈등의 주요한 원인이다. 자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깊으나 자녀양육에 대한 의무도 주요한 스트레스의 원천'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남편은 "싸우는 게 겁이 났다. 돈 때문에 싸우는 게 너무 싫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부부는 아이들의 어린이집 물건을 사기 위하여 함께 외출했다. 콧물흡입기에서 의류까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하여 필요한 물건은 많았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마음껏 쇼핑을 할 수 없었던 남편은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은 "아내가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만큼, 자신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못 사줄 때는 그 이상으로 힘들다"고 마음속 고충을 토로하며 "아이들에게는 마이너스 아빠"라고 자책했다.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의 또다른 심각한 문제는 남편의 음주문제였다. 평소 성실하고 차분하던 남편은 술만 마시면 언행과 태도가 돌변했다. 아내의 강한 만류에도 기어코 만취한 남편은 못다한 속내를 털어놓다가 급기야 폭언을 쏟아냈고 아내를 때릴 듯이 위협하기도 했다. 결국 부부는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원망 섞인 가시돋힌 말들로 싸움을 벌였다.
 
아내는 과거 남편이 술에 취하여 밥솥과 제습기를 자신에게 집어던져서 다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두려움에 신발도 못 신고 도망나왔다는 아내는 "이렇게 난폭한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당시의 충격을 회상했다. 남편은 자신이 술에 취하여 벌인 일들을 모두 인정했다. 부부는 관찰영상 촬영 기간 내내 매일 밤 같은 자리, 같은 시간대에 같은 방식으로 부부싸움을 벌였다.
 
폭풍같은 부부싸움이 지난 이후 거실에 홀로 남은 남편에게 반전이 있었다. 남편은 휴대폰에 연결된 카메라로 아내가 방안에서 아이들을 달래며 홀로 울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절박한 부부의 호소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다행히 부부에게는 아직 변화를 위한 의지가 있었다. 아내는 "방송출연을 통하여 저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남편도 저도 변하고 싶다. 특히 제가 변하고 싶은 이유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으니까"라고 밝혔고 남편도 "너무 힘들다. 어디서부터 잘못 꼬였는지 완전히 엉켜있다.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고 싶지 않다"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최근에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표현 대신 알코올 사용장애(물질사용장애, Alcohol use disorder)라는 표현으로 대체되고 있다. 오은영은 남편이 알코올 사용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셨고 책임감 없는 생활을 하다가 결국 이혼에 이르렀던 부친의 이야기를 꺼내며 "아버지와 제 삶의 흐름이 거의 비슷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완전한 금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은영은 미래에 부부의 아이들이 성장하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너의 집안에는 알코올 문제가 유발되는 유전자가 있다. 그러니까 평생 동안 술을 한 방울을 먹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설명하며 부부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이어 오은영은 "아이들은 부모를 보면서 배운다. 행복과 슬픔을 어떻게 다루는지, 스트레스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고 크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내는 왜 남편에게 심한 폭언을 하는 것일까. 아내는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남편보다 더 악하게 해야 나를 보호하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정확하게 본인을 알고 있다. 인간이 위협을 느낄 때 본능적으로 보이는 방어기제가 싸움 아니면 도망이다"이라고 설명하며 "아내에게 술을 마신 남편은 공격자이고, 아내는 그로부터 나와 자식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모친에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던 아내는, 그래서 잠시라도 아이들 곁을 떠나지 않고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더 강했다. 심리평가에서 아내는 불행한 어린 시절과 어머니의 가출로 인한 애착외상이 아직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는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제 거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을 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아내의 산후우울증과 남편의 알코올 사용장애, 부부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상담 등, 각자의 문제에 대하여 개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오은영은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깊은 아내를 위하여 "아이들은 장난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맨몸으로 놀아줘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해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오은영은 집안과 밖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부부를 위하여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솔루션을 전했다. 집에서 다시 만나는 순간에는 서로 눈을 맞추고 위로를 주고 받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부부는 어색해지만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조심스럽게 표현해보며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대기실로 돌아온 부부는 서로에게 한 발씩 '먼저 다가갈 것'을 약속했다. 부부는 방송녹화 후 금주와 산후우울증 치료를 시작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결혼지옥 오은영 알코올사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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