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아티아에 패배한 브라질 선수들이 좌절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2018년에 이어 또 한번 승부차기로 기적을 일궈냈다.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꺾은 크로아티아가 2회 연속 준결승 진출의 결실을 맺었다.
크로아티아가 10일 자정(한국시각)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대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4대 2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악조건 속에서 빛난 크로아티아의 저력
지난 16강전에서 크로아티아는 일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힘겨운 승부를 펼친 반면 브라질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4골을 터뜨리는 등 여유있는 경기 끝에 8강진출을 이뤄냈다. 이로 인해 이날 경기는 기본적인 팀 전력과 선수단 체력에서 우위에 있는 브라질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외로 경기는 막상막하로 흘러간다. 루카 모드리치, 마테오 코바치치, 마르셀로 브로조비치가 포진한 미드필드진이 경기내내 강한 압박을 통해 볼 소유시간을 늘려간 크로아티아는 오른쪽 수비수 요십 유라노비치가 수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비니시우스를 완벽하게 봉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로 인해 브라질은 전반전 3차례 유효슈팅을 만들어냈으나 모두 중거리 슛일 정도로 16강전에 비해 그 파괴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도미닉 리바코비치 골키퍼의 선방도 크로아티아를 지켜냈다. 전반전 브라질의 유효슈팅 3개를 안정적으로 막어냈던 그는 후반 2분 에데르 밀리탕의 크로스가 수비수 요스코 그바르디올 발을 맞고 골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어낸것을 시작으로 후반 5분 비니시우스, 9분에 나온 네이마르의 두 차례 슈팅, 그리고 후반 20분 루카스 파케타의 슈팅까지 모두 막어내는 엄청난 선방능력을 선보인다.
기세를 탄 리바코비치 골키퍼는 후반 30분 네이마르와 마주한 1대 1 상황에서 각을 좁히고 나와 그의 슈팅을 막어낸데 이어 35분에 나온 파케타의 강력한 슈팅역시 안정적으로 캐치해냈다. 리바코비치의 활약속에 브라질은 후반전 안토니와 호드리구, 페드루까지 투입하면서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전, 후반 통틀어 9차례의 유효슈팅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체 연장전으로 경기를 끌고간다.
승부차기에서 엇갈린 두 팀의 희비
팽팽했던 0의 균형은 브라질에 의해 깨졌다. 연장전에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브라질은 연장전반 16분 네이마르가 파케타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 리바코비치 골키퍼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하면서 브라질에 리드를 안긴다. 네이마르는 이 득점을 통해 펠레와 A매치 득점(77골) 동률을 이룬다.
이러자 크로아티아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연장후반 시작과 함께 마테오 코바치치 대신 로브로 마예르를 투입한데 이어 4분뒤에는 보르나 소사와 마르첼로 브로조비치 대신 안테 부디미르와 미슬라프 오르시치를 투입해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면서 공격을 강화한다.
그리고 이는 결실을 맺는다. 최전방에 장신 공격수 두 명을 배치하며 수비에 부담을 안긴 크로아티아는 연장 후반 12분 오르시치의 패스를 받은 브루노 페트코비치가 왼발 슛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골을 합작한 오르시치와 페트코비치는 모두 교체투입된 선수로서 달리치 감독의 용병술이 보기 좋게 성공한 장면이었다. 페트코비치의 득점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크로아티아는 경기막판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카세미루의 슈팅을 리바코비치 골키퍼가 선방해내면서 또다시 승부차기로 경기를 끌고간다.
그렇게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웃은 팀은 크로아티아였다. 첫 번째 키커였던 니콜라 블라시치를 시작으로 로브로 마에르, 루카 모드리치, 미슬라브 오르치시가 차례로 성공시킨 가운데 리바코비치 골키퍼가 브라질의 첫 번째 키커 호드리고의 슛을 선방해낸데 이어 네 번째 키커 마르키뇨스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최후의 승자는 크로아티아로 결정됐다.
승부차기 4연승 기록한 크로아티아, 브라질에 유럽 징크스 안겨줘
4년전인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준우승을 거둔 원동력에는 승부차기가 있었다. 덴마크(16강전)-러시아(8강전)와의 경기를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끝에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오른 크로아티아는 잉글랜드를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는 기적과도 같은 행보를 보인다. 비록 결승에서 프랑스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크로아티아의 저력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박수를 받었다.
그리고 4년이 흘러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크로아티아의 행보는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사실 크로아티아는 러시아 월드컵 이후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던 멤버들이 하나 둘 은퇴하면서 4년전에 비해 전력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벨기에, 캐나다, 모로코와 한 조에 속한 F조에서 모로코(2승 1무)에 이어 1승 2무의 성적으로 2위로 16강에 오르는등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4년전의 저력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일본과의 16강전을 시작으로 브라질과의 8강전 모두 선제골을 내줬지만 곧바로 동점골을 터뜨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이면서 승리를 거두고 또 다시 4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두 경기 모두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승부차기 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다.
브라질전 승리는 크로아티아에겐 의미가 컸다. 브라질의 막강한 화력과 체력싸움의 열세, 그리고 역대 전적 1무 3패의 절대적 열세로 인해 이번 경기는 브라질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되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중원싸움에서의 우위를 통해 경기를 막상막하로 끌고 가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결국에는 결과까지 챙겨오게 되면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다.
한편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끝에 패한 브라질은 또 다시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년만에 월드컵 우승 도전, 축구황제 펠레의 건강악화등으로 인해 이번 월드컵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그 어느때보다 확고했던 브라질은 한 수 아래인 대한민국(16강), 크로아티아(8강)와 만나는 토너먼트 대진운이 따르면서 우승에 다가서는듯 보였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과의 16강전에선 모처럼 공격력이 터지면서 4대 1 대승을 기록했지만 크로아티아와 치른 8강전에선 상대의 조직적인 운영에 경기흐름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고 결국은 승부차기끝에 패해 탈락하고 만다.
결국 또 한번 유럽에 발목을 잡히고 만 것이다. 브라질은 2002 한일 월드컵 우승이후 지난 4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유럽팀에 패해 월드컵에서 조연에 그치고 말었다. 그나마 이번 대회에선 8강에서 만날것으로 예상되었던 독일과 스페인을 모두 피하는 행운까지 얻었지만 이를 스스로 놓치면서 준결승 진출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브라질은 지난 6년동안 치치 감독의 지휘하에 남미 1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했으나 그와 함께한 두 차례 월드컵(2018, 2022)에서 모두 8강에 그치고 만다. 특히 이번 대회는 치치 감독과 함께하는 마지막 메이저대회였다는 점에서 더 큰 아쉬움을 남긴 브라질은 월드컵 우승을 위해 또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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