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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간 졸업생들은 미혼? 'PD수첩'이 파헤친 사실

[리뷰] < PD수첩 > 인구절벽 1부 :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23.02.17 16:45최종업데이트23.02.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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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저출산이 심각하다고들 한다. 이러다가 몇 년 뒤에 대한민국이 소멸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한국이 직면한, 그리고 앞으로도 직면하게 될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버렸지만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고 있지는 못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모두가 이 사안이 심각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이들의 목소리에는 크게 관심을 뒀는지 의문이 든다.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출산하지 않기로 한 이들은 아예 배제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방송의 시작은 안동의 변씨 가문 종택에서 시작한다. 도시에 나가 사는 아들에게 내년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덕담'을 한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는 이들은 많아지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게 여전히 덕담인 해묵은 세상을 우리는 사는 게 아닐까. 종택이라는 단어나 갓과 한복을 입은 아버지 변성렬씨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가치가 여전히 중요한 이들이 있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가치와 가치가 대립하는 시대다. 국가니 가문이니 하는 이야기가 버거운 아들들과 그게 '요즘 MZ세대'인 건가 싶어 신기해하는 아버지. 사실 종택에서 시작했지만,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오늘날의 풍경이다. 

2021년, 인구 통계 산출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대한민국, OECD 합계 출산율도 꼴찌를 달리고 있다. 이 초라한 성적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 PD수첩 >은 지방소멸과 수도권 쏠림 현상에 주목한다.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거창의 대성고 교장인 박우상씨가 2006년 때 고3이었던, 지금은 30대 중반이 된 학생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지역에 남아 삶을 계속 영위하며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는 데에 성공해도 양육비 부담은 상당하다. 국가의 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 거창을 떠나 서울로 상경해도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어렵다. 그런데 제작진의 전수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서울로 상경한 졸업생들은 대부분이 미혼인 데 반해, 거창에 남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은 이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다. 팍팍한 서울살이는 그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했다. 

지방이라고 상황은 좋지 않다. 청년 인구가 계속 수도권으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지방은 활력을 잃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맞벌이하려니 여성의 일자리도 없는 상황.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점과 출산율이 하락하는 시점이 맞물리고 있는 지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결혼관이 안 잡혀 있는 게 아니다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의 관점에서 서울의 인구 특성을 '20대에 빨아들이고 30대에 뱉어내는'으로 표현한다. 20대에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위해서 서울로 다들 모이는데, 그렇게 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 하면 30대에는 서울에 머무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연애와 결혼을 생각한다는 건 언감생심인 셈. 

방송 초반으로 돌아가보면, 아버지 변씨의 말에 주목하게 된다. '결혼관에 대해 뚜렷한 중심을 잡지 않고 있어서 걱정이다'라는 말. 방송 내내 다양한 사례에서도 드러나지만, 중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결혼관이 변했을 뿐이다. 결혼관이 뚜렷하지 않은게 아니라 결혼하지 않기로 한 것,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것이 그들의 결혼에 대한 관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아이를 낳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생각도 중요하다. 지방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취업한 스물여덟 그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굳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물질적이건 심리적이건 에너지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에너지를 본인이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걸 점점 깨달아가는 중이다. 지방에 남은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경력단절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청년들에게는 결혼은 해도 안 해도 고민, 출산도 안 해도 해도 고민인 셈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더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길 누구나 바랄 것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기획 취재한 최민지 <경향신문> 기자의 말을 빌리면 "결혼을 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도 선택지에 있구나라는 걸 다들 깨달았을 뿐"인 것이다. '요즘 젊은 애들은 돈 주면 낳는다'는 말은 크나큰 오해다. 수많은 저출산 정책들의 실패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PD수첩 인구절벽 저출산 청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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