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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을 일으키는 빌런, 김병철의 매력

[TV 리뷰]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23.06.15 17:22최종업데이트23.06.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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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희망과 사랑의 색으로 칠해야한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이 남긴 어록이다. 우리가 흔히 '거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대개 평탄하지않은 인생을 살아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런 힘든 경험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있있기에 바로 거장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14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198회에서는 '러브 다이브' 특집 편을 통해 다이빙 유망주 강지호-이예주 선수, '도슨트 계의 아이돌' 정우철 도슨트, 20세기 원조 '김나박이'(K2 김성면, 일기예보 나들, 유리상자 박승화, 이정봉), 배우 김병철이 출연하여 그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든' 꿈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한라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강지호-이예주는 어린 나이에 각종 국내 각종 대회를 휩쓸며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발탁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유망주들이다. 예주 양은 오빠를 따라서 우연히 다이빙장에 갔다가 한번 뛰어내리고 쾌감을 느낀 것이 계기가 되어 다이빙을 시작했다. 지호 군은 부친의 낚시를 따라다니며 옆에서 수영과 다이빙을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정식 선수의 길까지 뛰어들게 됐다.
 
신동이라 불리우던 두 사람이지만, 다이빙 선수도 높은 곳에서 떨어질때는 무섭다는 의외의 진심을 고백했다. 10~11m는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라고 하며, 다이빙 선수들은 이곳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떨어지며 기술을 구사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예주 양과 지호군도 10미터 높이에서 등으로 떨어져서 온몸이 멍들거나 고통 때문에 수영도 못하고 숨도 못쉬던 순간들이 있었다며 슬럼프를 고백했다.
 
초등학생까지는 5미터 높이라면 중학교때는 10m로 다이빙 높이가 높아지고 수많은 어린 선수들이 이 '5미터의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형의 다이빙 사고를 목격했던 지호 군도 운동을 그만둬야할지 고민을 거듭했으나 부친과 주변의 격려도 용기를 내 다이빙대로 돌아왔다. 두려움을 극복하며 첫 10미터 다이빙에 성공하고 난후 뿌듯했다는 지호 군은 "무섭다고 생각하면 그것보다 무서워지니까 잘 생각을 안 하게 된다"고 밝혔다.
 
예주 양은 놀랍게도 고소공포증에서 물 공포증까지 있었고, 예전에는 뛰어내리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고 한다. 하지만 예주 양은 "성격상 욕심도 많고 승부욕이 강해서 그래 내려가기는 용납이 안 되더라"고 밝혔다. 이어 "다이빙은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이다보니 라이벌보다는 나 자신을 이겨내야 뛰어내릴 수 있는 종목이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정말 벅찼다"라고 다이빙의 매력을 설명했다.
 
동갑내기에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두 선수는, 휴대폰에 서로를 각각 '남자-여자 원숭이'로 저장해놓았다며 순도 100% 찐친의 면모를 드러냈다. 두 선수는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같은 포부를 드러냈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같은 큰 대회가 없다면 다이빙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동시대의 청춘과 열정, 사랑을 노래하는 1990년대 원조 대한민국 4대 보컬리스트 '김나박이'가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흔히 '김나박이'라고 하면 요즘은 인지도에서 이들의 다음 세대에 해당하는 '김범수-나얼-박효신-이수'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이들은 대한민국 가요계의 르네상스였던 1990년대에 활동하면서 '역주행 신화' '썸(사랑과 우정사이)' '얼굴없는 가수' '길보드(길거리+빌보드) 차트' '고막남친' 등 당대는 물론 후대까지 이어지는 대중가요 현상과 고유명사들의 원조로 꼽히며 각자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던 아티스트들이었다. '어떤가요(이정봉)' '좋아 좋아(일기예보)' '사랑해도 될까요(유리상자)' '그녀의 연인에게(K2)' 등 숱한 명곡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나박이'는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대중가요 트렌드를 비교했다. 예전에는 존댓말로 조심스럽게 고백하고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는 '청유형' 가사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게(몬스타 엑스 –DRAMARAMA), '우리 집으로 가자(2PM-우리집)', '망설일 시간은 3초면 되는 걸(아이브-러브 다이브)' 등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솔직하고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김나박이'는 한동안 소속사와의 갈등, 건강 문제 등으로 각자 슬럼프를 겪으며 활동이 뜸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고백했다. 특히 간 이식 수술을 받고 복귀한 나들은 "거저 얻은 삶같은 느낌이 들더라. 건강을 회복하고 공연을 하는게 너무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네 보컬리스트와 유재석-조세호는 홍체천 앞에서 관객들과 함께 전설의 명곡들을 소환하는 공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을 잠시 추억에 잠기게 했다.
 
공연을 마친 김성면은 "사람들이 저를 잊었을 줄 알았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해주시는데 눈물이 터졌다. 내가 인생을 헛산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며 감동했다. 네 사람은 "음악이란 그 시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음악을 불렀다는 것이 뿌듯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기약했다.
 
화가의 삶과 작품의 아름다움을 곱씹어서 미술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그림 읽어주는 남자' 정우철이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도슨트'는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시 해설가다. 정우철은 전시 기획자인 큐레이터와의 차이로, "도슨트는 화가와 관람객을 주선시켜주는 소개팅 주선자"에 비유했다.
 
정우철 도슨트는 박수근,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드 뭉크, 클로드 모네, 마르크 샤갈 등 거장 화백들의 그림 뒤에 담긴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에 주목했다. 특히 세계적인 화가인 뭉크와 반 고흐의 숨겨진 인연은 특히 시선을 끈다.
 
뭉크의 대표작으로 가장 유명하게 알려진 것은 그가 29세에 그린 '절규'다. 자연의 비명소리에 두려움을 느껴 귀를 막고 있는 극중 인물의 모습은, 불행한 개인사로 인하여 우울증에 시달리던 젊은 시절 뭉크의 자전적 모습이었다. 그런데 뭉크가 '절규'만으로 설명되는 화가는 아니다. 뭉크는 정신병동에 입원해있다가 우연히 반 고흐를 만나게 되고, 자신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같은 아름다운 그림들을 그렸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으며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뭉크는 후기작인 '태양(1911)'같은 작품을 통하여 포기하지않는 삶의 희망과 의지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태양'은 노르웨이의 화폐에도 삽입될만큼 뭉크의 또다른 대표작으로 남았다.
 
마르크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꼽힌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의 시그니처인 천장화는, 샤갈 본인이 "내 인생 최고의 역작"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환상적인 색채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런데 정작 샤갈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 등 지옥같은 시대를 관통해야했고 사랑하는 부인을 잃는 아픔도 겪었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샤갈의 그림은 항상 밝은 색채와 분위기를 유지했다. 샤갈은 꽃다발을 유독 자주 그리는 이유에 대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또한 샤갈은 "사람들에게 누군가는 이 세상이 힘들수록 사랑을 전해줘야한다. 그것은 예술가의 역할"이라는 소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이처럼 정우철은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 화가가 남긴 말을 항상 같이 들려준다. 그게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배우 김병철이 마지막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김병철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스카이 캐슬>에서 <닥터 차정숙>까지 수많은 화제작에서 신스틸러로 맹활약하며 드라마계 '미다스의 손'으로 거듭났다.
 
김병철은 <닥터 차정숙>에서 주인공 정숙(엄정화)의 남편이자 의사인 서인호 역할로 출연했다. 20년째 불륜에다가 아내의 앞길을 방해하는 '빌런'에 가까운 역할임에도 묘하게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코믹하고 귀여운 매력으로 오히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변을 일으켰다.
 
김병철은 대중의 뜨거운 반응에 대하여 "감사하고, 사실 이 정도까지 평가해주실 줄은 예상못했다. 저는 나쁜 사람이더라도 나쁜 면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면모를 발견해서 연기에 반영했더니 '보호본능'같은 게 생긴다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함께 공연한 엄정화에 대해서는 "워낙 밝은 분이라 현장에 있는 것과 없는 게 차이가 많이 났다. 함께 있으면 현장 분위기 자체가 부드러워진다"고 칭찬했다. 반면 본인에 있을때는 "각자 자기 일만 열심히 한다. 쑥쓰러움이 많아서"라고 수줍어하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김병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가장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은 역시 <도깨비>에서 주요 악역이자 간신이었던 박중헌 캐릭터일 것이다. 극중 이름보다 단골 대사에서 유래한 '파국이'로 더 알려지며 엄청난 존재감으로 다양한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특별출연 정도의 분량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 막바지쯤에 캐릭터를 다시 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이라고 하더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 좋았다. 메이크업도 무시무시하면서 센 느낌이 저한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게 김병철의 설명이다.
 
이후 김병철은 <태양의 후예>에도 출연하여 '김은숙 작가의 남자'라는 애칭을 얻었다. 김 작가는 김병철의 연기를 보고 "이 배우의 연기는 예상밖의 무언가가 있다"라고 극찬했다고. 또한 김병철은 김은숙 작가가 회식 자리에서 작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도 일일이 상담하고 소통하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역할마다 각자의 개성을 부여하는 것이, 일상생활에서의 섬세함에서 나오는 구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아는 사람은 아는 김병철의 데뷔작인 2003년 영화 <황산벌>이다. 초반부에 신라군의 스파이로 등장하며 극의 중요한 화두가 되는 '거시기'의 미스터리를 전하는 캐릭터로 단역이지만 비중있는 역할이었다. 의욕이 컸던 신인배우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주변의 만류에도 끊임없이 대사 연습을 했지만 정작 촬영때는 목이 쉬어서 대사가 잘 나오지 않아서 진땀나는 상황을 겪어야했다고.
 
이후 김병철은 10년에 걸친 기나긴 무명생활을 견뎌야했다. 단편영화 작업과 연극 등으로 꾸준한 연기활동을 물론,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초등학교 방과후 연극교사와 무대 감독 일을 병행하기도 했다고. 김병철은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가더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김병철은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곤란할 수 있는 어떤 지점들, 돈도 잘못벌고 결혼도 못했지만 그런 부분들을 일부러 안 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고백하면서 "다른 길을 생각하기에는 제가 했던 일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사용했고 그 안에서 뭔가 할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달성해보자'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흔들리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봤다. 그리고 김병철의 인내와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놀랍게도 김병철이 출연한 작품들이 모두 놀라운 흥행을 기록하면서 그의 뛰어난 '선구안'이 새삼 화제가 됐다. 김병철은 "제 능력보다는 우연찮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라며 "제가 흥미를 느끼는 대본을 선택하다 보니까 감사한 결과를 얻게 됐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김병철은 '김은숙(도깨비) VS. 정여랑(차정숙)' 작가의 작품을 어떤 차기작에 출연하고 싶냐는 짓궂은 질문에 난처해하면서도 "연속되는 것보다는 환기되는게 좋을 것 같다"며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번갈아가면서 경험해보고 싶다는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자신의 출연작 주인공 중 해보고 싶은 역할로는 "제가 출연했지만 너무 재미있게 봤다"며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송중기)을 꼽았다. 김병철은 "<차정숙>을 통해 중년 로맨틱 코미디의 가능성을 봤다. 가능하다면 '중년 유시진'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 데 이어, 자신의 얼굴 중 좋아하는 부위로 '주름'을 꼽으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정작 <차정숙>에서 두 여자를 넘나드는 불륜남 역할을 맡았을 때는, 공연한 여배우들에게조차 "도대체 너를 왜 좋아해야 하냐?"는 구박을 들었다는 일화도 덧붙이며 폭소를 자아냈다.
 
현실에서는 아직 미혼인 김병철은 50세가 되면서 '결혼'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을 한다며 "자기 일 잘하고 현명하신 분"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이어 "원래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데, 이제는 뭐라도 해야되지 않나 싶다"고 웃으며 실제로도 새로운 로맨스에 대한 희망을 기약했다.
유퀴즈 김병철 다이빙 정우철 김나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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