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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지키려면 국민에게 진실을 공개해야"

[이영광의 '온에어' 252] MBC < PD수첩 > 이세진 PD

23.06.18 12:51최종업데이트23.06.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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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진 PD ⓒ 이영광


한때 우리나라도 산유국의 꿈에 부푼 적이 있다. 1969년 유엔에서 발표한 에머리 보고서 때문이다. 에머리 보고서엔 동중국해 퇴적층에 석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이 지역 중 일부에 7광구가 포함될 수 있다.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이 7광구 포함한 JDZ지역을 50년 동안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7광구에 대한 많은 신화는 지금도 남아 있다. 진실은 뭘까?

지난 13일 MBC < PD수첩 >에서는 '제 7광구, 신화와 진실' 편이 방송되었다. 거리에서 '7광구를 아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 7광구에 대한 진실을 듣고, 거짓 신화에 대해 팩트체크 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4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제 7광구, 신화와 진실' 편을 연출한 이세진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지난 13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제 7광구, 신화와 진실'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때요?
"평소 7광구 이슈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집중해서 취재했어요. 하지만 JDZ협정 종료 5년 전인 지금, 눈에 보이는 해결책이 없어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끝나도 마음이 가볍지는 않네요."

- 7광구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유튜브나 SNS에서 7광구에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천연가스가 있다고 말하는 걸 봤어요. 그래서 그게 진짜인가 하고 시작했죠. 왜냐하면 저도 그렇게 많은 자원이 있으면 빨리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막상 아이템을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닌 거죠. 그러한 거짓 신화에 많은 사람이 속고 있고, 저 또한 속을 뻔했죠."

- 너무 일본 편만 들은 거 아니냐는 말도 있던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저희가 그전에 만났던 해양대학교 교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소장, 외교관 등 한국 해양 과학, 외교 분야에 있어서 정말 내로라 하는 사람들을 다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종합적인 진실을 도출한 것이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 PD님은 나이가 어린데 7광구는 어떻게 알았어요?
"영화로도 봤고 유튜브에서도 한일 정상회담 지난번에 했을 때 7광구를 의제로 올리라는 말이 있었잖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됐죠."

- 저는 7광구가 끝난 얘긴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7광구 포함한 JDZ지역을 50년 동안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하기로 했던 지역이에요. 예전에 공동개발 시작하고 석유를 시추하고 검사할 때는 약간 이슈가 됐었는데 요즘은 이슈가 안 되니까 사람들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협정은 2028년도 6월에 끝나고요. 그리고 협정 만료 3년 전에 한국이나 일본 양쪽이 종료를 통보할 수 있어요. 만약 2년 후 일본이 통보해버리면 협정이 끝나버리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지금 빨리 준비해야 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죠."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했나요?
"취재는 저희가 지질학회 자료들이나 논문들 위주로 7광구가 어떻게 유망하게 되었는지를 따라갔고요. 따라가다 보니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어서 전문가들 만나서 의견을 들음으로써 취재 시작하게 됐죠."

- 거리에서 7광구를 아는지 묻는 거로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하셨어요?
"7광구 하면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아니면 영화를 떠올리는데 그게 우리나라 제주도 남쪽에 있는 바다라는 걸 먼저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젊은이들은 모르고 나이 든 분들은 아는 그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거리 인터뷰를 하게 됐죠."

- 1970년대에 기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나 봐요?
"방송에도 나왔는데 아무래도 1970년대는 우리나라가 그렇게 풍족하지 못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새마을 운동도 하면서 잘 사는 것에 대해 되게 관심이 많았던 때였죠. 그럴 때 마침 석유가 나올 수도 있더라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기대를 계속 준 거죠. 그래서 그것들이 이슈가 많이 된 것 같아요."

- 에머리 보고서 때문인 거 같던데 에머리 보고서의 근거가 있었나요?
"국제기구 유엔에 아시아 극동위원회라는 게 있어요. 유엔 아시아 극동위원회에서 1968년도에 우리나라 바다도 포함해서 동중국해 쪽을 지질 조사 했어요. 그리고 1969년에 보고서를 냈는데 에머리씨가 대표적으로 보고서를 쓴 인물이어서 에머리 보고서인 거예요. 미국 에머리 박사가 쓴 보고서는 뭐냐면 동중국해 연안의 퇴적층 조사인 거예요. 왜 에머리 보고서가 중요하냐면 석유는 퇴적해서 쌓인 물질에서 나오잖아요. 동중국해 연안에 퇴적층 보니까 석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퇴적층 조사만 하고 쓴 거예요."

- 석유 있다는 게 아니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맞아요. 단순히 지질 조사를 한 거예요. 이게 그 당시 1969년에는 굉장히 중요한 보고서였던 거예요. 왜냐하면 동중국해 쪽을 지질조사 한 사람이 없는데 유엔에서 보고서 내니까 그 당시에는 엄청 고무적이고 난리가 났던 거죠. 근데 시추를 해본 게 아니기 때문에, 석유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쓰여 있는 거죠."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한·중·일이 에머리 보고서 보고 달려들었나 봐요?
"그 지역에 17개의 광구가 생겨요. 왜냐하면 그쪽에 퇴적층이 있다고 하니까 혹시 석유가 있을까 봐 다들 광구 선포를 했고 그중에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도 시작한 거죠."

- 우리는 일본과 같이 한 거잖아요. 중국은 안 한 건가요?
"우리나라가 처음에 국내법으로 광구 7개를 선포하고 그중에 제주도 남쪽 맨 아래에 있는 게 7광구예요. 7광구를 우리나라가 선포하니 일본은 여기 자원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도 개발 같이하려고 했죠. 우리나라가 막 광구설정을 할 때는, 중국은 JDZ협정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

- 7광구는 우리 영토가 아닌 거죠?
"7광구는 영토의 개념으로 볼 수는 없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가장 남쪽부터 200해리 넘게 떨어져 있는 곳이기 때문에 영토는 아니고 대신에 우리에게 관할권 있는 지역이라고 해요."

- 무슨 말이에요?
"관할권이 뭐냐면 우리 땅은 아닌데 한마디로 우리가 여기에서 자원을 얻거나 뭔가 개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예요."

- 한·일이 대륙붕 공동 개발하기로 한 거잖아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 냈던 거죠?
"처음에 우리나라가 7광구 지역을 우리의 광구로 설정하고 난 다음에 일본 정부에서 우리나라에 같이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해요. 그래서 협상 끝에 1974년에 협정 맺고 1978년 협정이 발효되면서 같이 공동개발 하게 된 거죠."

-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산유국에 대한 신화가 생긴 면이 있을까요?
"석유 신화는 그전부터 지속이 됐었는데 아무래도 석윳값이 갑자기 오르던 시점이 석유 파동이잖아요. 석윳값이 갑자기 오르고 국가가 대응하기 어려우니 우리나라도 석유가 나면 좋겠다는 염원들이 생기면서 석유에 대한 환상이 더 커진 면이 있는 것 같아요."

- 한국의 입장은 공동개발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인 거 같던데 합의가 안 될 경우는 어떻게 하겠다고 하나요?
"현재 공동개발 조약을 맺어놓은 상태잖아요. 우리나라는 개발하기 위해서 석유공사를 조광권자로 지정해서 개발하려고 해요. 일본 측에서도 조광권자 지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일본 민간 기업 측이 조광권자로 나서는 회사가 없어요. 근데 한일이 무조건 공동으로 탐사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약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혼자서는 탐사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서 오승훈 아나운서가 7광구를 지키기 위해 뭐가 필요할지 묻잖아요. 뭐가 필요할까요?
"그건 국민에게 솔직히 말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 거기에 천연가스의 엄청난 양의 소비자원이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대부분 전문가는 '엄청난 양은 없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유전은 있을 수 있다'라는 정도 이야기하거든요. 그럼 그걸 지키기 위해 솔직하게 국민들에 사실을 말하고 이걸 외교적으로 풀어야 되지 않나 하고 더 이상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러한 이유로 저희가 방송을 제작한 거죠."

- 취재할 때 느낀 점이 뭐예요?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예를 들면 이게 자원의 문제인데 바다는 멀리 있어서 눈으로 확인 못 하잖아요. 그러니까 자료들이나 수치, 전문가 인터뷰 같은 걸로 봐야 되는 상황이 약간 어려웠어요."

-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산자부나 석유공사에 저희가 질문을 했을 때 외교적 현안이라고 답해 주지 않았어요. 근데 오히려 일본 외무성과 우리나라 외무부는 답 해줬거든요. 그런 입장에서 보면 조금 더 사실이 공개되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또한 JDZ의 의미를 단순히 자원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해상 통로이자 전략적 위치로 재평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대하여 좀 더 취재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안 나간 거 있을까요?
"있죠. 중국의 롱징유기전(롱징1,롱징2)과 JDZ에 관한 것인데요. 우리가 마주한 가짜뉴스 중 유명한 게 'JDZ와 1km도 안 되는 곳에서 석유를 뽑아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JDZ와 중·일 공동개발 합의 구역은 '경계선을 기점'으로 한 최단 거리가 약 900m입니다. 유기전과의 거리가  아니라, 유기전이 포함된 구역의 경계선을 기점으로 한 거리입니다. JDZ와 유기전과의 거리는 롱징1은 약 10km 떨어져 있고, 롱징 2(중·일 공동 개발 합의 구역 내에 위치)는 약 40km 떨어져 있습니다. 둘 다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자원 생산이 안 되고 있어요. 가짜뉴스를 바로잡고 싶었는데 방송의 시간 관계상 여의치 않았습니다.

중국의 자원을 생산하고 있는 유전 중 JDZ와 가까운 것은 핑후유전입니다. 약 170km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JDZ에 '대규모는 아니지만, 중소규모'의 유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 역시도 추측이며, 시추해서 명확하게 그 지점을 찾아야만 합니다. 3D탐사, 시추 등을 통해 우리 JDZ의 유망지역을 찾아 분석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희는 한국석유공사의 자료, 산자부 보도자료, 그 외의 지질학회의 각종 자료를 분석한 후 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해 방송했습니다. JDZ협정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사안에 대해 진실을 파악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이세진 PD ⓒ 이영광

이세진 PD수첩 7광구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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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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