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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 캐스팅 공개... 타이밍이 기막히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공룡 넷플릭스의 마케팅 전략

23.06.30 14:03최종업데이트23.06.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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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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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끝나고 편집 등 후반작업이 이뤄질 때까지, 무수한 기사와 유튜브 영상이 쏟아진다. 그 와중에 야외 촬영을 목격했다는 소셜 미디어 인증샷이 관심을 끌고 온라인 기사화 된다. 넷플릭스 본사 및 넷플릭스 코리아를 포함해 제작진과 관계자들에게 내려진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향후 주요 스태프들의 면면이나 배우 측을 통해 짤막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화제를 모은다. 
 
그 사이, 계속해서 각종 밈이 유통된다. 추측과 떡밥성 영상을 전 세계 유튜버들이 제작한다. 코스튬부터 달고나까지. 확정된 공개일이 다가올수록 갖가지 의상과 굿즈, 관련 상품들의 판매가 급증한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는 북미는 물론 유럽과 남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미디어 데이와 팝업 스토어 등 다채로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K-콘텐츠의 영향력도 상종가를 유지 중이다. 넷플릭스 주가가 오르고, 전 세계 구독자가 일시 폭증한다. 관심은 <오징어 게임> 시즌2의 누적 조회수가 넷플릭스 역대 1위를 달리고 있는 전편의 기록을 넘어설지에 모아진다.'

 
유행의 절정으로 향해가는 멀티버스(평행우주) 속 세계가 아니다. 천재지변과 같은 악재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시즌2 공개까지 현실에서 다가올 일들이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이란 전 세계를 휩쓸어 버린 문화상품을 탄생시킨 넷플릭스가 시즌2의 완성도와 별개로 공개 전까지 누리게 될 특수가 어디까지일지 짐작도 가질 않는다.
 
그건 넷플릭스 차트를 점령한 K-콘텐츠,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이정재와 이병헌을 필두로 한 배우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가 함께 공유할 전 세계인들의 관심에서 비롯된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이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즌2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의 약속이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이건 약속하겠다. 성기훈(이정재)이 돌아와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할 것이다."
 
공개된 시즌2 캐스팅, 전 세계인들이 주목할 만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자들 ⓒ 넷플릭스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 그리고 박규영, 조유리, 이시은, 강애심, 이다윗, 이진욱, 최승현, 노재원, 원지안.
 
지난 18일을 시작으로 29일까지 넷플릭스가 공식 발표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주요 출연자 명단이다. 전체 몇 화 구성인지, 어떤 캐릭터들인지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그러나 그 이름만으로 보통의 한국 드라마 시리즈 두세 편은 너끈히 만들고 남을 호화 배역진이다.

말해 무엇하랴. 시즌2의 제작비는 배우 출연료를 제외하고도 시즌1의 4~5배에 달하는 1000억 이상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시즌1으로 제작비 대비 40배가 넘는 역대급 장사를 했다. 

이쯤에서 지난해 공개된 루소 형제의 <그레이 맨>의 제작비가 넷플릭스 사상 역대 최고 수준인 2억 달러(약 2600억 원)였음을 상기볼 필요가 있다. 2시간 반짜리 영화 한 편이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비의 2.5배라는 사실. 넷플릭스는 지금도 쏠쏠하게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는 이어 최근 진행됐다는 대본 리딩 현장도 공개됐다. 행여 고사할 배우가, 매니지먼트사가 있었을까. 개런티와 흥행, 전 세계적인 인지도 상승이 보장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 역사를 쓴 TV쇼 캐스팅을 말이다.

말 그대로 시즌1에서 '살아남은' 배우들이 그대로 합류했다. 새로운 출연진의 면면도 일부를 제외하곤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앞서 소개된 임시완과 강하늘 모두 기존 K-드라마 한 편을 이끄는 스타들이다. 박성훈은 <더 글로리>로 주가를 높였다. 20여 년 전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로 전성기를 누렸던 양동근은 최근 한 방송에서 시즌2 캐스팅 소식을 두고 후배인 임시완과 강하늘과의 작업에 "오징어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첫 캐스팅 발표 이후 여성 배우들이 빠진 것을 두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기우였다. 이를 의식했든 의도적이었든, 18일 이후 넷플릭스는 순차적으로 캐스팅을 발표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의 박규영, 여성 아이돌 아이즈원 출신 조유리, 영화 <다음, 소희>로 올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시은, 드라마 <소년비행>의 원지안 등 기대를 모으는 젊은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누가 '제2의 정호연'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역시 <스위트홈>의 이진욱, <남한산성>으로 황동혁 감독, <사바하>에서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 이다윗, 독립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로 각광받은 신예 노재원, 시즌1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오영수에 비견될 중견배우 강애심 등도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국내 언론에 주목을 받은 것은 빅뱅 '탑' 최승현이다. YG 출신 최승현이 2016년 대마초 흡연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승현은 <타짜3-신의 손> 이후 9년 만에 연기 복귀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전 세계적인 화제작에 합류하는 것을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29일 한 매체는 캐스팅 과정에서 최승현과 친분이 있는 이정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근거로 이정재의 출연료가 회당 100만 달러라는 사실이 거론됐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둔 TV 쇼의 시즌2가 주인공 없이 진행될 리 없다. 막대한 출연료를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주연 배우가 캐스팅에 입김을 불어넣은 것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골자였다. (이후 이정재 소속사는 "캐스팅 관여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넷플릭스 측도 "캐스팅은 창작자가 창작 의도에 따라 결정"한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논란을 감수하는 것도 황동혁 감독과 제작사의 몫이다. 캐스팅 발표 초반 논란은 일종의 부수적인 잡음 정도로 인식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보다 전 세계적인 관심과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지 속 창작의 자유를 중시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캐릭터성과 인지도, 연기력과 가능성 등 배우를 택하는 모든 요소가 고려됐을 것이다. 어찌됐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팬들 현혹하는 넷플릭스의 마케팅 전략
 
"위대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고, 창의적 수준도 굉장하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국가적으로 지지하는데, 창작자가 그런 원동력을 받는 게 한국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2일 서울을 찾은 넷플릭스 공동CEO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서 이런 상찬을 내놨다. 물론, <오징어 게임>의 서사에 대한 상찬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 전날(21일)엔 넷플릭스와 처음으로 작업하는 박찬욱 감독과 대담도 나눴다. 공식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 앞에서 K-콘텐츠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오징어 게임> 제작사 대표 등 주요 K-콘텐츠 제작자들과도 자리를 만들었지만 망사용료나 원천 IP 등등 논쟁적인 현안은 피하가거나 완곡어법을 구사했다. 테드 서랜도스가 이처럼 서울을 방문해 K-콘텐츠 전도사로 나서는 사이, 그 기간을 전후해 시즌2 캐스팅이 공개됐다.
 
그 기간만 열흘을 넘겼다. 귀신같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임시완, 강하늘 등이 추가된 시즌2 일부 캐스팅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넷플릭스 글로벌 팬 이벤트인 Tudum(투둠)에서 공개됐다. 하반기 화제작들을 소개하며 시즌2 캐스팅 소식을 곁들이고 시청자들과 미디어의 관심을 북돋은 셈이다.
 
출연자 공개만큼이나 마케팅 전략에 주목하는 건 그래서다. 이제 대본이 완성됐을 뿐이다.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시즌1은 촬영 기간만 반년 넘게 소요됐다. 애초 예상됐던 2023년 말 공개는 물 건너 갔다. 실제 공개 시점은 최대 2024년 말까지로 넉넉하게 잡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때까지 이 같은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향한 구애와 전폭적인 마케팅 지원은 지속될 전망이다. 2021년 10월 유출된 넷플릭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시즌1의 수익은 약 1조원에 달하는 9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 캐스팅 소식만으로 미디어와 유튜브, 소셜 미디어가 요동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요리조리 최대한 활용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K-콘텐츠 팬들은 이제 황동혁 감독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공언한 대로, 각성한 이정재가 연기하는 성기훈이 어떻게 진화할지, 이병헌이 연기하는 프론트맨의 과거는 무엇인지, 새로운 게임은 무엇이고 영희의 친구 철수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새로운 참가자들은 어떤 캐릭터고 누가 살아남을지, 시즌2가 파트로 나뉠지 또 시즌3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궁금해 하며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마케팅 화력을 쏟아 붓는 공룡 OTT 넷플릭스의 질주를 지켜보면서 말이다.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이정재 황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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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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