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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은 마약... 매운맛 SNS 셀러브리티 뒷세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셀러브리티>

23.07.18 09:50최종업데이트23.07.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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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 포스터. ⓒ 넷플릭스

 
모두가 죽었다고 알고 있는 유명 인플루언서 셀러브리티 서아리가 라이브방송을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가운데, 그녀가 셀러브리티 세계를 폭로하는 한편 SNS을 잘 알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셀러브리티가 되었는지 방법을 펼쳐놓는다. 유력 인플루언서들의 소모임 가빈회가 긴급 소집된다. 도대체 서아리는 어디서 어떻게 라방을 하고 있는 걸까?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 서아리는 SNS을 해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중소 화장품 회사의 방문판매원이다. 그녀는 18살 때까지 떵떵 거리며 살았는데, 아빠 회사가 망하면서 '강남 천민'으로 살고 있다. 그러다가 SNS를 시작하고 우연히 고등학생 때 친구 오민혜(가빈회 멤버)를 만나고 코스메틱 대기업 대표 한준경과 얽히고 문화재단 이사장 윤시현과도 얽히며 셀러브리티의 세계에 발을 디딘다.

타고난 미모에 미적 센스와 영업 기질을 갖춘 채 유명인과 가까워지고 소신 발언으로 바닥을 찍었다가 반등하고 인플루언서 기획사에 들어가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어 간다. 1만 명의 팔로워를 뜻하는, 이른바 'K'를 찍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후로는 탄탄대로다. 100K도 우습고 극소수만 도달하는 M도 돌파해 버린다. 그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람들은 왜 그녀가 죽은 줄 알고,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그녀는 어떻게 라방을 시작해 방문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는 걸까?

셀러브리티의 비열하고 더러운 뒷세계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의 한 장면. ⓒ 넷플릭스

 
2020년대 들어 '연반인'이라는 신조어가 만연해졌다. '연예인+일반인'이라는 뜻이라는데, 개인 채널 및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지만 전문 방송인 내지 연예인은 아닌 사람을 지칭한다. 알기 쉽게 '유명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최근 몇 년 새 웬만한 유명인이 연예인 뺨치는 유명세와 영향력을 뽐내고 있다. '너무 멀지 않은 당신'이기에 대중과의 접점이 웬만한 연예인보다 넓은 것 같다.

급격히 성장하는 업계 혹은 시장이니 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불협화음이 만연하다. 너도나도 부나방처럼 몰려드니 말이다. 사진 하나로 하루아침에 '떡상'하고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떡락'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가 그려내고자 하는 세계가 바로 그 '유명인' 즉 '셀러브리티'의 세계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 기반의 인플루언서다.

죽은 줄 알았던 서아리가 라방으로 폭로하는 셀러브리티 되는 법과 셀러브리티의 진짜 모습을 통해, 작품은 지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가상 세계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가지각색의 사회 고위층들까지 얽히고설켜 있는 셀러브리티의 지옥도.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인 셀러브리티의 가상 세계지만, 이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뒷세계는 비열하고 추악하고 더럽다.

날것으로 보여 주는 SNS 세계의 민낯

지금 이 시대를 이루는 SNS 세계의 민낯을 날것의 외형으로 보여 주는 <셀러브리티>, 부담스럽거나 꼴 보기 싫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류의 막장 드라마는 자주 접했으니 말이다. 반면 바로 그 점이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서 끊을 수 없는 자극이다. 스토리 흐름상 다음이 궁금해진다기보다 빨리 끝까지 봐버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상대적으로 미약한 흥행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이 시리즈는 서하리로 대표되는 신데렐라 이야기, 가빈회로 대표되는 SNS 인플루언서 즉 신종이자 이종 귀족 이야기, 한준경과 윤시현 등으로 대표되는 재벌 귀족 이야기 등이 얽히고설킨다. 평면의 이야기들이 모여 간신히 입체적인 것처럼 보이게 했는데, 배우들이 각각 이미지와 연기톤이 일치하는 듯한 캐릭터를 선보여 훌륭한 시너지를 냈다. 그래서 혹자는 이 시리즈에서 남는 건 캐릭터뿐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싶다.

<셀러브리티>의 성공은, 대중이 이 시리즈를 찾는 이유는 '용기' 덕분인 것 같다. SNS 기반의 셀러브리티 세계를 가감 없이 폭로하며 스토리와 캐릭터를 다루는 데 있어 거침이 없다. 빈틈이 없을 수 없겠으나 빈틈을 인지할 새도 없이 질주한다. 마치 F1 경기 예선 현장에서 경쟁 상대 없이 홀로 트랙을 돌아 1등을 찍은 모양새다. 수많은 콘텐츠와 비교해 빛을 발하진 못하지만,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

자극적인 매운맛으로 용기 있게 폭로하다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의 한 장면. ⓒ 넷플릭스

 
2020년대 들어 '셀러브리티' 하면 'SNS' 기반이라는 게 정석화되었다. 하지만 어느덧 SNS 자체가 조금씩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수많은 콘텐츠에서 '찐'과 '짭'을 구분하는 데 신물이 나고 있는 것이다. 뭐가 가짜 뉴스이고 뭐가 광고이고 뭐가 나에게 도움이 될 콘텐츠이며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보여 주는지 말이다. 대부분의 셀러브리티는 가짜 뉴스를 생산하진 않지만 어마어마한 광고를 내놓는다. 돈이 되니까.

결국 돈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셀러브리티로서 영향력을 높이고 또 유지하는 이유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렇게 떵떵 거리며 사는 모습으로 다시 영향력을 끼쳐 돈을 벌고자 한다. 그렇게 피폐해져 간다. 이 작품은 시리즈 중반에 이미 말한다. 그 끝에 결국 마약이 있다고, 더 이상 벌 것도 이룰 것도 할 것도 없어지면 차원이 다른 자극을 찾는다고, 현실 세계는 물론 가상 세계까지 섭렵한 이들이 종국엔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셀러브리티>는 상당히 매운맛이었다. 워낙 자극적이라 맛보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킬링타임의 정석이 아닌가. 10시간 넘게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어도 괜찮다면 꼭 한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너무너무 재밌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거들떠볼 생각도 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크게 다칠 수도 있다. '한 번 가볍게 시작해 보고 별로면 그만 두지 뭐'라고 했다가 시작하면, SNS를 시작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도파민의 노예처럼 될 수도 있다. 조심하시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셀러브리티 SNS 인플루언서 자극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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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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