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콘텐츠 제작사들의 넷플릭스에 대한 비판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 워싱턴포스트
과감한 투자로 K콘텐츠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애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각) '기대와 좌절감 속에 할리우드 파업을 지켜보는 아시아 영화 제작자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콘텐츠 업계가 넷플릭스에 기대하는 바를 전했다.
WP는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하며 제작비를 뛰어넘는 상당한 선불금을 주면서도 제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아 노동 착취에 지친 국내 영화 제작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 9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가치의 수익을 안겨줬다"라며 "K콘텐츠는 미국의 거대 스트리밍 업체들의 큰 돈벌이 수단(big moneymaker)"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 가져가는 넷플릭스, 흥행 성공해도 추가 보상 없어
WP는 "과거에 한국 방송사들은 낮은 비용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외부 제작사를 고용했고, 제작사는 노동자에게 과로를 강요하거나 적절한 보상도 주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가 넷플릭스가 한국에 왔고, 제작사에 큰돈을 한꺼번에 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제안했다"면서 "이는 넷플릭스가 모든 재정적 위험을 감수하고, 제작사는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전했다.
그 대신 넷플릭스가 콘텐츠 저작권을 완전히 가져가면서 제작자들은 흥행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없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와 넷플릭스는 애증의 관계"라며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계에 더 나은 기회를 준 것은 맞지만, 작품이 재상영될 때 감독, 작가, 배우 등에게 로열티를 주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로스엔젤레스타임스>도 지난달 기사에서 "K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그 이면에는 한국의 고질적인 노동 착취 관행이 있다"라고 비판했다(관련 기사 : "넷플릭스 K콘텐츠 성공 비결은 노동착취, 곧 한계 온다").
할리우드 작가·배우 조합 파업하는데... 한국은 안 되는 이유?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제작 장면 ⓒ 넷플릭스
미국 할리우드도 다를 바 없다. 최근 스트리밍 업체들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작가와 배우 조합이 60여 년 만에 동반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WP는 "한국의 경우 미국 할리우드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노조가 수십 개로 흩어져 있어 미국처럼 노동자들을 대표할 단일 기구가 없으며, 스트리밍 업체나 제작사를 대표하는 기구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노사를 대표할 단일 기구가 없으니 갈등이 생겨도 원활한 협상이 진행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주로 현지 제작사에 외주를 주고 있어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넷플릭스가 직접 노동자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WP는 "이 때문에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업체들이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단체 교섭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는 "넷플릭스에 올해 3월 협상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넷플릭스 측은 관련 부서에서 확인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비슷한 싸움을 벌이는 인도도 단체 교섭을 시도하고 있으나, 넷플릭스가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시나리오 작가 앤점 라자베리는 "여전히 봉건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면서 "스트리밍 업체들의 이중 잣대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가 이 문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우리가 공정한 몫을 받는다면, 넷플릭스도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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