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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주민들, 현실적인 판단 하고 있어"

[이영광의 '온에어' 261] KBS 1TV <시사기획 창> 구경하 기자

23.07.24 10:30최종업데이트23.07.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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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서울의 인구 분산을 위해 정부는 분당과 일산, 평촌 등에 1기 신도시를 건설했다. 그때 아파트 200만 호가 공급되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면서 아파트 재건축 등 도시 재정비가 필요해졌다. 1기 신도시의 도시재정비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지난 18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오래된 신도시의 꿈' 편이 방송되었다. 1기 신도시 건설 뉴스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1기 신도시 역사를 설명하고 30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에 대해 짚어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9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구경하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구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1기 신도시, 도시 재정비도 속도전으로 추진"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지난 18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오래된 신도시의 꿈'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제가 4월에 인사가 나서 <시사기획 창> 팀에 돌아와 석 달간 취재했던 첫 번째 아이템이에요. 방송이 큰 무리 없이 잘 나가서 저 스스로는 만족스럽습니다."

- 1기 신도시인 분당, 일산, 평촌, 산본의 30년 된 아파트 문제를 다루셨잖아요. 이건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8년 전에 한 사회학과에서 하는 세미나에 간 적이 있어요. 1987년 민주화 운동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이게 정치적으로 민주화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는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경제적으로 보면 386들이 200만 호 주택건설 사업을 이끌어내서 자기 자산을 축적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 하시더라고요. 그 시각 자체가 저는 신선하기도 했고요, '이게 이미 30년이 다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을 해야 되는 시기가 한꺼번에 올 텐데 이걸 해결하려면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할 거다. 그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에 관해서 전망하는 시간을 덧붙이셨어요. 그래서 제가 저거는 나중에 프로그램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 했었어요. 

잊고 지내다가 작년에 대통령 선거하고 지방선거 지나면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주요 후보들의 대선 공약으로 나왔고 또 지난 3월에는 정부가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법안을 내놓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타이밍에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를 한번 진단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프로그램 만들게 됐습니다."

- 신도시의 아파트 노후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저는 원래 도시나 주택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대학원에서 도시 계획을 전공했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사회학 세미나도 대학원을 다닐 때 들어갔던 세미나였던 거고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지금 1기 신도시가 다섯 군데인데 그중에 제일 큰 데가 분당입니다. 분당이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신도시고요. 1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주민들이 아파트를 통째로 비우고 리모델링에 들어간 단지가 있어요. 그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서 분당의 리모델링 이주단지부터 취재했습니다."

- 현장에 가보면 어떤가요?
"부동산 문제도 그렇고 특히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본인의 일상 공간이기도 하고 또 가장 큰 재산이잖아요. 모두가 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예민합니다. 그래서 취재할 때 다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 상황이 돌발적이진 않습니다."

- 프롤로그에서 30년 전 1기 신도시 탄생 때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왜 이걸 먼저 보여준 건가요?
"1기 신도시에 관해서 특수성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 단지 재건축하는 것처럼 이것도 재건축이기는 하지만 1기 신도시라는 도시 차원의 문제고요. 그리고 정비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그게 한꺼번에 정비 시기가 도래하는 거라서 그런 특수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 사안 자체를 충분히 이해 못 할 수가 있어요. 그런 배경지식이 약간 필요한 주제라서 30년 전에 1기 신도시를 지었던 당시 배경 설명 차원으로 그런 내용이 들어갔고요. 

그리고 또 1기 신도시 도시 설계하신 안건혁 교수님께서 설명하는 부분이었는데 당시 1989년도에 1기 신도시를 군사작전처럼 초고속으로 만들었던 행정 절차들이 지금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 도시를 재정비할 때도 여전히 속도전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반복되는 양상이 느껴졌습니다.

또 이게 도시설계가 그리는 대로 현실화 되는 게 아니라 주민이나 정부, 건설사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면서 맨 처음에 그렸던 도시 설계가 다른 모양으로 개발 되거든요. 그런 역학관계를 앞에서 미리 한번 설명 해주면 뒤에 재정비에서도 같은 양상이 반복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앞부분을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1TV

 
- 서울에 인구가 너무 많으니까 분산하기 위해 신도시 만든 것 같아요. 30년이 지난 지금에서 그게 맞았을까요?
"원래 1기 신도시 건설 계획이 나왔을 때 나왔던 가장 강력한 비판 중의 하나가 서울에 인구 분산을 한다면서 수도권에 인구 집중을 유발한다는 거였거든요. 지금 1기 신도시 재정비에 관해서도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부분은 타당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 1기 신도시들의 아파트 노후화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나 봅니다?
"방송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아파트가 오래되면 주차난이 심해지고요. 배관이 부식되거나 누수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근데 이게 공동주택이다 보니까 연결된 내부 문제인 거거든요. 주민이 자기 집을 잘 관리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이런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원하는 거고요. 다만 겉에서 보면 다 외관 페인트칠 잘해놓으면 그렇게 상태가 나쁘다는 게 한눈에 띄게 하는 아파트는 많지 않아요. 왜냐하면 밖에서 볼 때 낡아 보이면  집값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세입자를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노후됐더라도 그걸 다 공개하면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 근데 외국 보면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던데 우리나라는 30년만 돼도 재건축하려고 하잖아요. 외국과 다른 건 문화 차이일까요?
"문화는 아닌 것 같고요. 30년 전에 주택 200만 호 건설 사업을 할 때 한꺼번에 전국에 많은 건설이 일어나면서 건설 자재가 부족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지을 때부터 부실 공사 논란이 있었고요. 실제로 이게 무너져서 철거하고 다시 지은 아파트도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진단 해보면 곧장 재건축할 수 있을 만큼 나오지는 않지만, 주민들 자체는 그거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그리고 외국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그런 관 같은 것들 상하수도관 아니면 난방관 같은 것들이 건물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그 관들을 교체하면 건물 리모델링해서 골조는 그대로 남겨둔 상태에서 잘 활용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당시 지어진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배관들이 내부에 있기 때문에 이걸 교체하기가 힘들고 안에서 부식돼 버려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나라 당시의 건설 기술 수준의 아파트들이 그렇게 외국과 비교할 만큼 탁월했다고 보기에 힘들 것 같고요."

"이주 대책, 좋은 의도이지만 현실성 더 가져야"

- 일산 로컬 크리에이터인 허지수씨가 일산 다니면서 얘기하는 부분도 있던데 왜 그렇게 한 건가요?
"허지수씨는 30년 전 일산에 부모님 따라 들어와서 지금도 살고 있는 분인데요. 이분은 자기 고향이 일산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신도시가 30년이 되면서 이 신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내서 신도시에 대해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신도시 키즈'라고 말하는데요. 이 사람들도 어떤 집을 소유한다든지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성인이 된 거죠. 

이분들이 신도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기성세대 부모님 세대와 다를 거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허지수씨와 친구들이 집담회 하는 부분을 영상으로 구성 했는데 그 친구들이 하는 얘기도 들어보시면 이분들 중에도 재건축을 희망하고 또 집값 오르는 거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이분들은 동시에 신도시가 자기 고향이기 때문에 고향의 모습이 재건축 이후에도 남아 있었으면 좋겠고 나의 추억 어린 공간들이 너무 변형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헸고. 그러면서도 본인이 여기서 경제 활동도 할 수 있도록 도시 구조가 바뀌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거든요."

- 그게 가능한 건가요? 재건축을 바라면서 자기가 놀던 공간이 남아 있길 바란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가네요.
"일산에 가보시면 마을 이름이 백석동에는 흰돌마을이라는 곳이 있고요. 아니면 밤가시 마을이라는 곳도 있고요. 이렇게 일산의 옛 지명들을 살려서 마을들을 만들어놨습니다. 그리고 그곳들의 유래가 되고 연원이 되는 어떤 장소나 지점들이 있는데 이 신도시 키즈들은 그런 장소들을 어렸을 때부터 다녀봤어요. 그래서 그런 장소들이 완전히 갈아엎어지고 어떤 브랜드 아파트로 바뀌는 모습들을 원하지 않는 거죠."

- 1기 신도시 아파트 중 리모델링하는 아파트도 있고 재건축하는 아파트도 있는 것 같은데 비율이 어느 정도일까요?
"말씀을 드리려면 실제로 리모델링 조합이라든가 재건축 조합이 설립돼서 말씀을 드리는 게 정확한데 그런 조합이 설립되려면 먼저 특별법이 제정돼야 합니다. 근데 아직 특별법이 제정이 안 됐잖아요. 그래서 특별법이 제정된 다음에 그 법에 따라 동의서를 받아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시로부터 인허가받고 그다음에 다시 동의를 더 받아서 그게 조합까지 가야 돼요. 그전에는 아직 주민들이 마음을 안 정하신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그리고 재건축으로 갔다가 리모델링으로 바꿀래 아니면 그 반대로 리모델링에 나는 동의를 했었지만, 다시 들어보니까 재건축이 나은 것 같아 이렇게 마음을 바꾸셔도 괜찮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비율을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건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1TV

 
- 이주 대책이 잘 안 맞는 건가요?
"이주 대책 자체는 정비 사업에서 정부가 대책 마련하겠다고 나온 건 이번이 첫 번째예요. 예전에는 정비사업 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이주 대책을 책임지라고 법에 명시한 적이 없습니다. 공공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주 대책 마련하도록 한 것은 좋은 의도고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이게 현실성이 있느냐가 문제인데 실제로 이주 대상인 분들 저희가 만났던 주민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주 단지를 만들어줘도 거기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랑 너무 멀다든지 아니면 직장하고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주 단지를 줘도 나는 안 가겠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가 않아요. 때문에 실제로 이주 대책을 원하는 수요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해서 이주 대책을 마련하고요. 또 그런 이주 대책 수요를 보고 이런 재정비 인허가 시기를 조정하는 데 반영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주 대책 관련해서 방송에는 다 못 넣었던 내용인데 평촌 신도시와 산본 신도시는 되게 가깝기 때문에 생활권이 같아요. 안양에서 재건축하면 안양에 살던 분이 군포시로 가실 수도 있고요. 군포에 살던 분들이 재건축하면 안양시로 넘어가서 시간 보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특별법에 나온 걸로 보면 안양시는 안양시 대책을 세우고 군포시는 군포시 대책을 세우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주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서로 상대방 상황을 모르는 대책들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전월세난 같은 게 심해질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런 지자체 간의 이주 수요를 조율할 수 있는 부분도 보완이 돼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나요?
"1기 신도시의 재정비가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데 많은 분이 동의하세요. 너무 많은 물량이기 때문에 이걸 시장에 맡겨둘 경우에는 한꺼번에 노후화돼서 경기도 일대가 다 슬럼화되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순조롭게 진행이 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건 맞다고 동의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일정이 너무 당겨지거나 현실성이 낮은데도 (용적률) 500%까지 해주겠다고 얘기하는 부분들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전문가분들과 주민분들도 다 같이 지적하셨어요.

이렇게 30년, 50년 정부가 도시를 만드는  장기 정책을 너무 속도전으로 추진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는 점을 주민들이 정확하게 알고 있고 또 그걸 문제로 생각한다는 점이 저는 인상 깊었고요. 아무래도 주민들이 이런 거에 휘둘리지 않고 집이라는 게 거주 공간이기도 하고 또 자신의 최대 자산이라서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되게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이 있었을까요?
"대단히 어렵지는 않았는데요 일부 전문가분들께서 이게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서 조심스럽다면서 인터뷰를 거절하시거나 아니면 제가 인터뷰하기로 섭외를 다 해놨던 분들의 인터뷰를 막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근데 이렇게 사유재산권에 공공이 개입하는 정책적인 사안일수록 공론화해서 더 많은 정보를 두고 더 많이 토론하는 게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전문가분들께서 그런 부분들을 꺼리시는 분들이 일부 있으셔서 아쉬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 게재 합니다.
구경하 시사기획 창 신도시 일산 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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