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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사이 끔찍한 행동하는 남편, 아내의 선택은

[미리보는 영화] <잠>

23.08.18 19:06최종업데이트23.08.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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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 관련 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장 편안하고 평화로워야 할 수면 시간이 누군가에겐 끔찍한 공포로 다가온다. 소위 몽유병으로 통칭되는 수면장애 및 수면 보행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가 신혼부부로 호흡을 맞춘 영화 <잠>은 일상성에 끼어든 보이지 않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구조다. 중견 배우 현수(이선균)는 직업이 불안정하다는 걸 빼고는 자상하고 성실한 남편이며, 임신 기간까지 직장 일을 소화하는 수진(정유미)은 내면이 강하고 똑부러지는 아내다.
 
이들의 삶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남편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이 나타나면서부터다. 혼자 얼굴을 긁다가 상처를 내거나, 냉장고 음식을 잡히는 대로 집어 먹기도 하는 남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수진은 특단의 대처를 하기 시작한다. '둘이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문구를 가훈처럼 여기는 두 사람은 함께 수면 치료도 받고, 수면 중 방문을 걸어 잠그는 등 본인들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이야기는 중반 이후 기이하게 흐른다. 현수의 몽유병이 다름 아닌 귀신 때문이라는 친정엄마의 말에 수진은 점차 설득당하게 되고, 급기야 본인이 더욱 맹신하게 되며 광기 어린 집착을 하게 되는 것. 남편으로부터 비롯된 위협과 공포가 후반부부터는 수진에게로 옮겨가며 영화는 한층 긴장감을 더한다.
  

영화 <잠> 관련 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칫 샤머니즘의 단면과 이미지만을 활용한 채 영화가 마무리되기 쉽지만, 영화는 파괴된 두 사람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현수의 몽유병 완치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족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수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섬뜩한 하나의 장르성을 담보하게 된다.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이기도 한 <잠>은 치밀한 구성의 스릴러라고 할 순 없다. 이야기보단 캐릭터의 개성에 기대는 작품으로 도입부부터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현수에게 붙은 귀신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두 사람 만의 문제가 아닌 이웃과도 얽히게 되는 지점이 흥미롭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그리고 봉준호 감독 <옥자>의 연출부 출신이기도 한 유재선 감독은 여러 단편을 내놓다가 <잠>으로 장편 상업영화 데뷔를 알리게 됐다. 안전하고 무난한 선택을 하기 십상인데, 실제로 몽유병 환자들을 만나며 이들의 공포심에 주목하게 되며 나름 독창적인 이야기를 구상해냈다.
 
한줄평: 잠이 두렵거나 잠이 두려워지거나
평점: ★★★☆(3.5/5)

 
영화 <잠>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제공: 쏠레어파트너스(유), 롯데엔터테인먼트, (주)바이포엠스튜디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루이스픽쳐스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개봉: 2023년 9월 6일
 
 

   
이선균 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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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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