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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훨씬 끈질기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최

오는 24일 '여성예술가의 삶' 그린 개막작 <쇼잉 업>으로 서막 장식

23.08.19 11:06최종업데이트23.08.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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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혜림 프로그래머, 변재란 이사장 및 조직위원장, 배우 옥자연 홍보대사, 이숙경 집행위원장,손시내 프로그래머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임효준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24일 여성예술가의 삶을 그린 개막작 <쇼잉 업>을 시작으로 30일까지, 7일간의 축제를 연다.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고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후원하며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개최된다.

올해 10월에 열리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다음으로 오래된 우리나라 영화제로 지난 1997년 4월 11일, 제1회를 시작으로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여성의 현실을 여성영화들이 선보인 것이 어느덧 25회를 맞이했다.

올해 개막작 <쇼잉 업>을 포함해 50개국 총 131편의 작품을 상영할 이번 영화제 슬로건은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이다. 이는 오늘을 사는 여성이나 남성뿐만 아니라 지금의 한국영화산업에도 울림을 준다.

최근 한국영화의 내수시장이 위기를 겪으면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분기 국내 영화시장의 전체 매출액 4677억 원에 비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731억 원으로 절반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2019년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점유율에서 1분기 한국영화 점유율이 64%을 기록한 것과 다르게 올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29.2%로 절반도 못 미쳐 한국영화산업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

넷플렉스 등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극장을 대신해 기획, 투자, 제작, 배급, 상영 등을 주도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본질적인 위기대응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트레일러를 연출한 윤가은 감독은 “팬데믹을 지나오는 동안 영화 산업 자체가 굉장히 큰 위기를 맞았다”며 “이런 상황에 슬로건 자체에서 엄청난 위로와 힘을 받았다”고 밝혔다. ⓒ 임효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트레일러를 연출한 영화 <우리들><우리집> 윤가은 감독은 "팬데믹을 지나오는 동안 영화 산업 자체가 굉장히 큰 위기를 맞았다"며 "개인적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쏟는데 자꾸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아 힘이 나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윤 감독은 "이런 상황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슬로건 자체에서 엄청난 위로와 힘을 받았다"며 "트레일러에서도 이런 느낌을 잘 살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콩나물>에서 '보리'역을 맡았던 김수안 배우를 출연시켜 찜통 같은 무더위에 맞서 철봉에 매달려 고통을 참고 기록을 갱신하는 여학생의 강렬한 눈빛과 굵은 땀방울 속 함께 응원하는 친구의 우정을 담아냈다.

앞서, 이숙경 집행위원장은 "매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슬로건을 통해 당대 여성들과 영화인들의 현실, 지향점을 반영하고 있다"며 "어렵고 힘든 상황에 힘내자는 말보다는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라고 읊조리는 한 마디가 더 큰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 기자회견장 지난 1일 황혜림 프로그래머, 변재란 이사장 및 조직위원장, 이숙경 집행위원장, 손시내 프로그래머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임효준

 
25회를 거듭하며 여성의 서사를 끈질기게 보여 온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 더욱 뜻깊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황혜림 프로그래머는 "여성영화사와 여성영화 걸작을 돌아보는 '25주년 특별전 RE:Discover'에는 설문 조사를 통해 여성감독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 여성영화'로 꼽은 작품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관객들과 70년대, 80년대, 90년대 영화를 함께 보는 그간 여성서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당대와 지금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현재형의 질문을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프로그래머는 "다른 특별전 '예술하는 여자들, 외침과 속삭임'에서는 '여성 창작자들이 여성 예술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 어떻게 다른가'를 생각하게 하는, 여성 창작자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묘사되고 조명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손시내 프로그래머는 "'지금 여기, 한국영화'는 그야말로 동시대 여성 창작자들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형식과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어떤 제작 방식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는 섹션"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동시대에 산재해 있는 여성 문제들이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 영화라는 다양한 형식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파노라마에 가까운 섹션이기도 하다"라며 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섹션을 소개했다.
 

▲ <쇼잉 업> 개막작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무국

 
오는 24일 상영되는 개막작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은 조각가 리지가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며 예술가로서의 삶과 가족, 친구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화제작으로 <웬디와 루시>(2008), <어떤 여자들>(2016), <피스트 카우>(2019) 등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다지며 국내에서도 탄탄한 지지와 애정을 얻은 미국 독립영화 거장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신작이다.

<쇼잉 업>은 미국의 풍광과 자연, 주변화된 삶과 동물을 주제로 세부적인 연출을 통해 관계의 역학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감독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하게 미국 북서부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삼아 실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 공동체의 모습을 자연스레 담아내며 창작하는 삶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게 한다. <웬디와 루시>부터 <쇼잉 업>에 이르기까지 켈리 라이카트의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미셀 윌리엄스가 주인공 리지를 연기했다.

손시내 프로그래머는 "대단하고 유명한 대가가 아니라, 매일 끈기 있게 작업대에 앉는 평범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전하는 단단한 울림은 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슬로건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와 공명한다"고 밝혔다.

손 프로그래머는 "<쇼잉 업>을 통해 매일 무언가 만지고, 걷고, 돌보고, 일하는 움직임들로 지켜지는 소박하고도 경이로운 일상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제9대 홍보대사로 선정된 옥자연 배우는 "배우로 영화제의 홍보대사가 된다는 일은 영광스럽고 감격스러운 일"이라며 "부족하지만 마음과 힘을 다해 끈질기게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 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 이번 영화제 포스터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무국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 등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자연 이숙경 쇼잉 업 손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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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사물에 대한 본질적 시각 및 인간 본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옳고 그름을 좋고 싫음을 진검승부 펼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살아있다는 증거가, 단 한순간의 아쉬움도 없게 그것이 나만의 존재방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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