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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내리려던 아내, 남편은 왜 말리지 않고 사진을 찍었나

[TV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23.08.22 17:34최종업데이트23.08.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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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한때 촉망받는 여배우였으나 현재는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8월 21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위태로운 벼랑 끝에 서 있는 절벽부부'편이 그려졌다.
 
이날의 의뢰인인 이송웅-이소정 부부는 각각 직업군인과 배우 출신의 결혼 2년 차 커플이었다. 특히 아내 이소정은 혼혈 출신의 모델 겸 배우로 드라마 <타짜> <지붕뚫고 하이킥> 등 여러 유명 작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청자들에게 이미 친숙한 인물이었다. 이소정은 MBC 드라마 <가화만사성>을 끝으로 연기활동을 정리하고 현재는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부부는 주식을 하다가 관련 단체 채팅방에서 인연을 맺어 불과 두 번째 만남 만에 결혼을 약속했고, 2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혼인신고부터 먼저 진행하며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하지만 그토록 빠르게 불타올랐던 두 사람은, 현재는 불과 결혼 2년 차 만에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었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반면 남편은 아내의 심각한 생활습관에 대한 불만을 호소했다.
 
멈추지 않는 아내의 음주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현재 평택에서 함께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는 저녁 늦은 시간 가게 영입이 끝날 때까지 식사를 하지 못했음에도 공복에 맥주만 계속해서 마셔댔다. 영업을 마치고 부부가 함께 고깃집으로 가서 이날의 첫 식사를 하는 중에도 아내는 끊임없이 술을 찾았다. 남편은 처음에는 만류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며 어느 순간부터 포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하루에 혼자서만 평균 맥주 6~7병 이상의 술을 마신다고 고백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술만 마신다는 남편의 우려에, 아내는 밥이 아니라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이 많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육안으로 봐도 마른 체형의 아내는 176cm의 장신임에도 심각한 저체중으로 드러났다.

아내는 한때 52kg였던 체중이 10kg이나 빠졌다가 조금씩 회복중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표정이 심각해진 오은영은 "고열량인 술을 그렇게 마시고도 체중이 빠진다는 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영양섭취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내는 3개월 전에는 남편과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에서 실신하여 어깨를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어깨에 핀을 무려 9개나 박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중상이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술을 끊지 못했고 퇴원예정을 이틀 앞두고 병원 앞에서 술을 마시다가 적발되어 병원에서 퇴출을 당하기도 했다.
 
아내는 그만 귀가하자는 남편의 재촉에도 음주는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남편을 향한 서운함에 감정이 격해져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는 나홀로 음주를 계속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한편으로 아내는 여러 종류의 약을 다량으로 동시에 복용하고 있었다. 아내는 불면증, 공황장애, 우울증, 조울증 등을 앓고 있다고 밝히며 수면제가 없으면 아예 잠을 못 잘 정도라고 고백했다. 남편은 재작년 12월부터 아내가 6번이나 발작을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아내는 남편을 만나고 나서 우울증과 각종 증상들이 생겼다며 "꼭 남편 때문에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하필 타이밍이 그렇다"면서 "오빠를 만나고 나서 모든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오은영은 아내의 발작 증상이 '간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간수치는 40 IU/L 미만이 정상범위지만, 아내는 간수치가 심각할 때는 300 이상으로 측정되어 매우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는 왜 인생의 의욕도 목표도 없이 무기력한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아내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생각은 안 들었는데, 지금은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남편 역시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아내는 공허한 눈빛으로 "잠에 들 때 다음날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고, 오은영은 그런 아내의 표정에서 "깊은 절망감"이 느껴진다며 "그동안 역대 출연자중 가장 심하게 우울해보인다"고 우려했다.
 
부부는 같이 다니는 정신과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내만이 아니라 남편 역시 음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는 일단 2주 금주를 당부했다. 하지만 부부는 병원을 벗어나 식당으로 가자마자 또다시 술을 찾았다.
 
두 사람은 똑같이 알코올 의존 문제를 지적받았음에도 서로에 대한 비난만 퍼붓는 가시 돋힌 대화를 이어갔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해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 아내는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 대화를 해야지 뭘 좀 풀지 않나. 서로 '어떤 게 힘들어?' 하고 속마음을 나누면 좋아질 텐데, 대화를 할수록 말다툼만 심해진다"면서 끝내 대화를 포기하고 술만 들이켰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아내의 술문제도 심각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남편의 시각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아내의 문제를 걱정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남편 역시 아내에 가려졌을 뿐, 술을 좋아하고 도수가 높은 소주를 과도하게 마시고 있었다. 오은영은 "부부가 서로를 안좋은 쪽으로 부추기고 있다. 단주를 격려하기는커녕 서로 술을 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어머니에게 저는 존재 자체가 항상 죄인이었던 것"

부부의 사연을 방송에 신청한 것은 놀랍게도 당사자들이 아니라, 가게에 자주 찾아오던 단골손님이었다. 아내는 의외로 출연 제안을 선뜻 수락한 이유에 대하여 "그만큼 절실했다"며 무기력해보이던 모습과 달리, 한편으로는 문제 개선의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아내는 우울증이 극심했던 지난해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던 순간과, 자신을 말리기는커녕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던 남편에게 상처받았던 충격적인 일화를 고백했다. 당시 아내는 "남편이 저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며 가시 돋힌 말과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남편은 말다툼을 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진짜 뛸 거면 뛰라고"라고 매몰차게 말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아내를 붙잡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며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위험천만한 상황에도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보라는 거였다"고 주장했다.
 
혼혈 출신의 아내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었다. 아내의 엄마는 가족들 몰래 미국에서 외국인과 결혼을 하고 아내를 낳았다. 그런데 아내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혼혈인 자식을 "평생 창피해했다"며 학대를 받아온 사실을 폭로했다. 아내는 "엄마는 아빠와 똑같이 닮았다는 이유로 나를 욕하고 때렸다. '너를 잉태한 내 자궁을 저주한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엄마로부터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남편을 만나 빠르게 결혼까지 결심했다. 뒤늦게 딸이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그동안의 양육비와 유학비 등을 보상할 것을 주장하며 딸을 고소했고 무려는 2억 9000만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아내는 "어머니에게 저는 존재 자체가 항상 죄인이었던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또한 아내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영국과 캐나다 등을 떠돌며 강제로 유학생활을 해야 했다. 낯선 환경에 언어도 통하지 않던 상황에서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다. 아내는 "외로운 것도 있었지만, 가족이 보고 싶지는 않았다"고 고백하며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엄마에 대한 원망이 컸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아내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내는 엄마 뿐만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삼촌들에게도 수시로 가정폭력를 당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오은영은 "누구나 내 자신이 소중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거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덧붙여 "아내는 얼린 시절부터 중요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을 잘 챙겨주는 남편을 보고 이 사람이라면 나의 외로움과 존재의 의미를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내가 기대했던 환상속의 남편과, 현실의 결혼생활은 너무나 달랐다. 그것은 남편도 아내의 잘못도 아니었다. 견디기 힘들었던 아내는 결국 술을 도피처로 삼게 된 것이다. 오은영은 "아내가 인간적으로 너무 가엾다"며 안타까워했다.
 
아내의 절절한 호소, 남편의 반응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는 저녁에 집에서 다시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부부는 함께 대화를 하면서도 좀처럼 의사소통이 되지않았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차에 치여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았지만, 남편에게서는 공감과 위로 대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인가 싶다"는 핀잔만 돌아왔다.
 
직업군인 출신인 남편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졌고 표현방식도 거칠고 무뚝뚝했다. 무의미한 말싸움에 지친 아내는 눈물을 쏟아냈고 급기야 "오빠를 좀 더 알아간 뒤에 결혼을 선택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며 결혼을 후회하는 속내까지 고백했다. 하지만 아내의 절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끝내 남편은 아내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집중하지 못했다.
 
영상을 지켜본 남편은 착잡한 표정으로 "제가 아닌 것 같다. 아내는 자기 상태를 말해주고 있는데 저는 다른 소리만 하고 있더라. 위로는 못해줄 망정, 많이 심했던 것 같고 미안하다"며 비로소 잘못을 인정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남편이 말을 거칠고 공격적으로 하는 건 있다. 근데 본심이 그런 게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는 것 같다. 유독 감정적인 상황에 반응을 못한다"고 분석했다. 남편은 이를 인정하며 한편으로는 "힘들다는 말도 계속 듣게 되면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해명하며 "뭘 시도해보고 힘들다면 해줄말이 있는데 무기력한 상황에서 힘들다고만 하면 옆에 있는 사람도 진이 빠진다"며 자신만의 고충을 토로했다.
 
오은영은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타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에 서툰 부모님 밑에서 공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라났고, 직업군인으로 오랫동안 일하며 힘들어고 참거나 표현을 꺼리는 데 익숙해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감정의 수용이란, 어떤 상황에서 상대가 기분이 나쁘거나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그냥 인정해주는 것이다. 문제적 행동에 대한 지침과 방향은 확실히 지적하되, 그 감정 자체를 나무라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내가 그 마음과 똑같지는 않지만 내가 이해해보도록 노력할게'라고 먼저 감정을 수용하고 인정한 뒤에 공감으로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부는 현재 조심스럽게 2세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가 생기면 아내에게 삶의 이유나 부부의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오은영은 듣자마자 정색하며 "지금으로서 임신 계획은 취소하셔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임산부의 음주는 태아에게 치명적이다. 아내는 현재 스스로는 음주 통제 불능 상태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임신계획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부부를 위한 솔루션에서, 오은영은 가장 먼저 아내의 입원을 통하여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술 중독 치료'를 권유했다. 오은영은 "소중한 사람이 소중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건강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두 달 이상 입원하여 이소정님 본인만을 보면서 회복해가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에게도 술을 자제하고 앞으로 아내에게 절대 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현재 부부는 과도한 음주로 두 사람 모두 기억력이 저하되는 등 후유증이 포착된 상황이었다. 다행히 오은영은 지금 멈추면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며 진지하게 건강을 챙길 것을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과 패널들은 아내가 과거 배우 활동이나 그림 그리기 등 예술적인 재능이 있음을 확인하며 먼저 원래의 '본인을 찾아가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남편은 '연습을 통한 공감과 표현'을, 아내는 '건강을 위한 체중 증가와 금주'를 노력해보기로 약속했다. 또한 남편은 아내가 입원할 동안, 함께 금주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아내도 마음을 열고 "앞으로 둘 다 노력해보자"고 화답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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