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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2대 외인 감독' 서튼, KBO리그 떠난다

[KBO리그] 28일 건강상 이유로 자진사퇴, 이종운 수석코치 감독대행 선임

23.08.29 09:18최종업데이트23.08.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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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의 5번째 외국인 감독이 가을야구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한국을 떠난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래리 서튼 감독이 27일 kt 위즈와의 경기가 끝난 후 건강상 사유로 감독직 사의를 표했고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서튼 감독의 뜻을 존중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 롯데는 29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부터 2015년 롯데의 감독을 역임했던 이종운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2020년부터 롯데의 2군 감독을 역임하다가 2021년 5월 허문회 감독의 후임으로 롯데의 20대 감독에 부임한 서튼 감독은 총 366경기 동안 167승12무187패로 .472의 승률을 기록했다. 부임 당시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끌 적임자로 주목 받은 서튼 감독은 끝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KBO리그를 떠나게 됐다. 최근 7연패에 빠지며 5위 KIA타이거즈에게 5경기 뒤진 7위로 밀려난 롯데는 서튼 감독마저 사임하면서 더욱 힘든 잔여 시즌을 치르게 됐다.

성공과 실패가 교차됐던 외국인 감독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을 가장 먼저 영입한 팀은 바로 롯데였다. 롯데는 지난 2008 시즌을 앞두고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감독대행을 지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데려왔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부임 후 'No Fear'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고 롯데의 길었던 암흑기를 끊고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로이스터 감독은 2010 시즌을 끝으로 팀에서 물러났지만 롯데는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외국인 감독의 물꼬를 텄다면 2018년 SK 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SSG랜더스 컨설턴트)은 외국인 감독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지도자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를 이끌기도 했던 힐만 감독은 2006년 닛폰햄을 44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당시 12승을 따냈던 닛폰햄의 2년 차 영건이 바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에이스 다르빗슈 유다).

2017년 SK 감독으로 부임한 힐만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그리고 2018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4승2패로 꺾으며 SK를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SK를 지도한 2년 동안 가을야구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올린 힐만 감독은 SK구단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물론 외국인 감독이 KBO리그에서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였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2014년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맷 윌리엄스 감독은 2020 시즌을 앞두고 KIA 감독에 선임됐다. 하지만 2020년 73승71패로 팀을 5할 이상의 승률로 끌어올린 윌리엄스 감독은 2021년 58승10무76패로 KIA의 9위 추락을 막아내지 못하고 2년 만에 초라하게 한국무대를 떠났다.

'리빌딩 전문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 2021 시즌을 앞두고 한화 감독에 부임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한화의 리빌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했다. 수베로 감독은 구단의 아쉬운 지원 속에 2021년과 작년 3할대 승률에 그치며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수베로 감독은 채은성을 비롯해 3명의 FA선수를 수혈 받았던 올해도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지난 5월11일 최원호 신임 감독이 선임되면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가을야구 목표 이루지 못한 서튼 감독

서튼 감독은 지도자보다 선수로 먼저 KBO리그에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의 외국인 타자로 활약한 서튼 감독은 119경기에서 타율 .292 35홈런102타점을 기록하며 홈런왕을 차지했다. 서튼 감독은 현재까지도 KBO리그에 단 4명 밖에 없는 '외국인 홈런왕' 중 한 명이다. 2006년까지 현대에서 활약한 서튼 감독은 2007년 KIA로 팀을 옮겨 34경기에 출전했다가 최희섭(KIA 잔류군 타격코치)이 합류하면서 한국생활을 마감했다.

현역 은퇴 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타격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던 서튼 감독은 2019년10월 롯데의 2군 감독에 부임했다. 그리고 이듬 해 5월 경질된 허문회 감독의 후임으로 1군 감독에 선임됐다. 흔히 KBO리그에서는 1군 감독이 경질되거나 자진 사퇴하면 수석코치나 2군 감독 등이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치르면서 차기 감독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튼 감독은 대행과정 없이 곧바로 정식감독으로 부임했다.

롯데는 2021년 65승8무71패로 8위에 머물렀지만 서튼 감독은 부임 후 53승8무53패로 5할승률을 기록하며 어수선하던 팀을 빠르게 재정비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간판타자 손아섭(NC다이노스)이 이적한 롯데는 작년 시즌 이대호가 역대급 은퇴시즌을 보냈음에도 64승4무76패로 성적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나균안과 고승민, 황성빈 등 신예들의 성장은 의미 있었지만 롯데팬들이 기대한 성적상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포수 유강남과 내야수 노진혁, 잠수함 투수 한현희를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보강했다. 부임 3년 차가 된 서튼 감독에게 올해는 성적으로 보여 달라는 구단의 의지가 담긴 투자였다. 하지만 5월까지 선두권을 형성하며 2017년 이후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 유력해 보였던 롯데는 7월부터 급격히 순위가 떨어지더니 8월28일 현재 5위에 5경기 뒤진 7위에 머물러 있다.

KBO리그 역대 최초의 외국인 선수 출신 외국인 감독이었던 서튼 감독은 올해까지였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수베로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시즌 중에 팀을 떠나는 사령탑이 됐다. 첫 외국인 감독 로이스터로 성공을 거뒀던 롯데는 서튼 감독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과연 롯데는 서튼 감독 사임이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남은 시즌 동안 다시 가을야구에 도전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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