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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의 '무계획' 친모 찾기 여정

[리뷰] 영화 <조이 라이드>

23.08.29 10:48최종업데이트23.08.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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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이 라이드> 포스터 ⓒ 판씨네마㈜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십대 시절을 지나면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부모와 가족의 영향을 받고 더 크게 나아가 국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한국사람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게 된다. 이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데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다른 나라인 미국으로 건너갔다면 그 사람은 한국 사람일까, 미국 사람일까. 대다수의 이민자 자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도 저도 아닌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끝에, 결국에는 인생의 어느 순간 자신의 뿌리가 무엇인지 찾아가게 된다.

아시아계 미국 입양인 오드리의 이야기

영화 <조이 라이드>는 어린 시절 미국 부모에게 입양된 오드리(애슐리 박)의 이야기다. 오드리는 아주 어린 시절 중국에서 미국 부모님에게 입양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중국계 이민자 가정의 롤로(셰리 콜라)는 오드리와 중국계 아시아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가까워진다.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주변의 인종차별적인 상황을 같이 이겨내고 의지하면서 성장한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학창시절의 주요 순간을 짧은 편집을 통해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겪는 차별은 어떤 것들인지, 다양한 경험이 그들을 어떤 어른으로 만들었는지 등을 보여준다. 
 

영화 <조이 라이드> 장면 ⓒ 판씨네마㈜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된 인물은 오드리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변호사가 된 그는 직장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알파걸이다. 그런 그는 상사로부터 중국에 있는 고객과의 계약을 따오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 롤로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여기에는 롤로의 친척인 데드아이(사브리나 우)와 오드리의 대학 친구인 캣(스테파니 수)도 동행한다. 오드리의 중국 고객은 가족의 존재를 강조하며 며칠 뒤에 있을 파티에 오드리의 엄마와 같이 참석하라는 요구하고, 그렇게 했을 때 계약서에 서명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드리는 아주 어린 시절 입양되었기에 생모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이때부터 오드리와 세 친구들은 오드리가 입양될 때 관여한 입양기관을 찾아가고 본격적인 생모찾기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네 친구의 여정은 무척 경쾌하다.

네 아시아계 미국인의 로드무비

이들은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다. 그중에서 오드리는 입양되어 진짜 부모를 모르는 인물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그동안 무시했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미국인 부모 밑에서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 않았다. 어쩌면 오드리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전반부는 미국에서, 중반부는 중국에서, 후반부는 한국에서 진행된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는데, 미국에서의 오드리는 그야말로 미국인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그가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중국인의 사고와 행동을 받아들인다.

그러다 한국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오드리의 생모에 대한 비밀이 드러난다. 중국 친구들과의 갈등도 심화되다. 그러니까 오드리가 느끼는 정체성이 변화할 때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변하고, 그가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은 이후에야 혼란은 정리된다.
 

영화 <조이 라이드> 장면 ⓒ 판씨네마㈜

 

영화 <조이 라이드>는 그런 이야기 구조를 통해서 오드리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한편으로 영화 중반부에 포함된 성인 코미디 장면이 조금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오드리의 정체성에 따라 변하는 친구들과의 관계

영화를 연출한 아델 림 감독은 과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각본을 썼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아시아계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계속 작업해 온 것이다. 자신도 경험했을 정체성의 혼란을 영화 <조이 라이드>에 그대로 담았다. 다소 우울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경쾌한 코믹 로드무비 형태로 매력을 상승시켰다.

오드리 역을 맡은 애슐리 박은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캣 역의 스테파니 수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 두 배우를 포함해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롤로 역의 셰리 콜라와 데드아이 역의 사브리나 우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아시안계 미국인 네 명이 주연을 맡아 이끌어가는 영화라는 점이 흥미롭다. 

미국 이민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조이 라이드>는 그야말로 따뜻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조이라이드 이민자 입양 정체성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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