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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중 감독 '태', 37년 만에 극장 상영

전두환 정권 하에 촬영, 지금도 '작가정신' 필요한 시대

23.11.26 11:29최종업데이트23.11.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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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명중 감독의 <태> 하명중 감독의 1986년 작품 <태(胎, Life line)>가 37년 만에 4K 마스터링 복원을 통해 지난 25일 영상자료원 시네마 상영관에서 상영됐다. ⓒ 영상자료원

 
하명중 감독의 1986년 작품 <태(胎, Life line)>가 4K 마스터링 복원을 통해 37년 만에 공개됐다.

지난 25일 오후 4시 30분, 영상자료원에서 기념상영과 함께 하명중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김영동 음악감독 및 김홍준 영상 자료원장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 하명중 감독의 <태> 37년만의 복원된 하명중 감독의 <태> 상영과 함께 이뤄진 관객과의 대화. 많은 감독들도 관객으로 참여해서 더욱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 ⓒ 임효준

 
<태>는 하명중 배우 겸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1972년 발표된 천승세 작가의 중편소설 <낙월도>를 원작으로 80년 대 당시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 전두환 정권 등장과 압력 앞에 협조한 종교계과 언론, 그리고 부패한 무속신앙 등 비판의식이 녹아든 첫 동시녹음 작품이다.  

1920년, 일제 식민지 시대에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된 섬 낙월도에서 최부자(최일) 등 몇몇 지주가 귀덕(이혜숙)의 아버지를 죽이고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철선에 팔아 이익을 챙기고 섬을 차지하기 위해 악마가 된다. 

어부의 직업을 가진 사내들은 고기잡이 어부로서 제 본분을 잃고 바다를 나가지 못하게 되고 여성들과 함께 산과 육지를 개척하는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 특히 악덕 지주들이 '고기잡이' 섬의 경제권을 장악하고 먹거리 통제까지 나서며 이자 돈을 꿔주고 가난을 핑계로 여성 일부를 '씨받이'로 전락하게 만들고 나쁜 소문을 내는 등 섬사람들의 공동체사회를 파괴해 나간다.  

춤을 추며 화합하던 섬 공동체의 지난날을 그리워하던 빚진 주민들 중에 살아남기 위해, 섬을 떠나 목숨 건 탈출을 시도하지만 거센 바다에 죽거나 악덕 지주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처참한 삶이 이어진다. 

비밀을 엿들은 주민여인이 악덕지주에게 잡혀 바다에 스스로 공양 받쳐진다고 거짓된 말로 바닷물에 내던져지는 죽임을 당하지만 며칠 뒤 바다에 떠오른 그의 사체는 철사 줄에 꽁꽁 묵힌 몸이었다.

그토록 사랑하던 섬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살던 집을 불태우고 거센 바다에 몸을 맡긴 귀덕(이혜숙)과 종천(마흥식)은 이를 발견하고 분노와 절규를 하며 최 부자 일당 몇을 죽이지만 무당 청백(채희아)의 활에 맞아 잡히고 '섬을 떠나라'라는 말에 거부하며 '바다와 섬과 나는 하나'라며 죽음을 택한다.

종천의 죽음 앞에 무당 청백의 깨우침은 무아지경의 춤으로 전이되며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후 귀덕은 종천의 아이를 바닷가 바위 위에서 낳으면서 낙월도는 새로운 희망, 생명의 탄생으로 다시 '바다와 섬과 섬사람'은 옛 평화의 시대로 복원 되어감을 기원하듯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붉은 색'은 흑색의 갯벌 위에 적홍색의 해초들로 미학적 깊이를 더한다. 이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섬사람들의 한 명 한 명, 삶과 생명력으로 파고들고 태양 볕에 쬐이며 멍석 위에 말라가는 빨간 고추 위에서 '씨받이'의 설움 속에 자기의 아이에 젖을 물렸다고 폭행을 당해 벌거벗어진 여성의 울부짖음으로 터져 나온다.   

애를 데리고 섬을 탈출하는 여인과 사내는 바다에 삼켜지고 또 다른 여성은 정신이 미쳐 볏짚을 자기 아이로 알고 빨간 천을 휘두르고 온 마을을 싸돌아다닌다. 

귀덕의 마지막 장면에서 푸른 바닷가를 뒤로 하얀 명주 천을 찢어버리는 산고의 고통 뒤에 아이의 탄생. 이는 거친 바다와 태풍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 놓인 나약한 인간이 삶의 본질을 향한 끊임없는 성찰과 도전으로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가 담겠다.
  

▲ 하명종 감독의 <태> 하명종 감동은 첫동시녹음 촬영이라 힘들다면서도 "영화는 그 시대 답답한 심정과 상황을 담아내는 것에 가치가 있다”며 최근 투자자와 자본 등에 대한 간섭과 지배 등에 대해서도 "내 돈으로 찍었다. 작가정신을 통해 당당하게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임효준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하명중 감독은 "영화는 그 시대 답답한 심정과 상황을 담아내는 것에 가치가 있다"며 "투자자나 자본 등에 눈치 보지 않고 작가정신을 통해 당당하게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일성 촬영 감독은 "'미학과 격조, 영화의 사회기여'를 영화 촬영함에 있어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좋은 감독은 촬영감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촬영감독은 (감독을 선택)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감독의 철학과 사상 및 영화 속 이미지 등을 색채적인 미학과 앵글 구조로 격조를 높여 완성시켜 나가는 과학과 미학, 화학의 결합체이다"고 말했다. 
 

▲ 정일성 촬영감독 정일성 촬영감독은 "영화 촬영에 있어 '미학과 격조, 영화의 사회기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면서 "영화촬영 당시 섬의 어려운 여건땜에 불평이 많아 20여번 모든 배우와 촬영팀에게 미국, 홍콩, 러시아 등 여러나라 영화관련 영화학교를 열어 불평을 잠재우며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 임효준

 
정 촬영감독은 "해방을 일본에서 맞이했다"며 "그 때 일본의 전체주의에 대항해서 미국인이 민주주의을 알려준다며 보여준 영화를 통해 커다란 깨우침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영화감독은 영화를 통해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이나 젊은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영화인으로써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소신껏 임하라"고 덧붙였다.

김영동 음악감독은 "전체적으로 국악을 영화음악으로 넣었다"며 "(그 당시)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지금의 어려운 영화시장에서 작가정신을 가지고 한국영화산업을 임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 하명중 감독의 <태> '관객과의 대화'에서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작가정신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있는 세명의 감독들. ⓒ 임효준

덧붙이는 글 한국사진뉴스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하명중 정일성 김영동 관객과의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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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사물에 대한 본질적 시각 및 인간 본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옳고 그름을 좋고 싫음을 진검승부 펼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살아있다는 증거가, 단 한순간의 아쉬움도 없게 그것이 나만의 존재방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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