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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리스크, 보호장치 필요... 매니저협회 대책 마련 중"

[인터뷰] 사단법인 한국연예인매니저협회 이영준 부회장

24.01.16 15:45최종업데이트24.01.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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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위험 요소 또한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유명 배우나 가수들의 마약 투약 혐의로 애꿎은 제작사나 소속사들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 소속사들이 어렵게 인재를 발굴해낸 뒤 큰 소속사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미끼로 해당 아티스트를 데려가는 일도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연예인매니저협회(아래 연매협)는 수년간 연예계 관련 부정 이슈를 자체 정화하거나 열악한 업무 환경과 업계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21년 차 배우 전문 매니저로 활동 중인 이영준 연매협 부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협회 차원의 시스템 마련을 위해 정부 및 유관 기관과 협력하는 중임을 알렸다.
 

사단법인 한국연예인매니저협회 부회장이자 현재 F&F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부문을 맡고 있는 이영준 부문장. ⓒ F&F 엔터테인먼트

 
거대자본 중심 시장... 다양성 지켜내야
 
배우 설경구, 하지원, 신혜선 등 여러 스타 배우를 담당해 온 이영준 부회장은 현재 F&F 라는 회사로 적을 옮긴 상태였다. 패션업계 메이저 기업이자, 음반 기획사로 알려진 해당 회사에서 배우나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 사업 영향력 제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를 영입한 것. 배우 윤병희 등 주조연 배우들을 꾸준히 키워낸 그의 저력이 업계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몇몇 대기업이나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으로 이런 노력 또한 갈수록 빛이 바라는 현실이다. 최근까지 가요계 이슈였던 피프티피프티 분쟁 사태 등을 봐도 알 수 있다. 원 소속사가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며 신인을 키워내면, 계약 종료 직후 혹은 편법을 동원해 또다른 기획사가 그들을 데려가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영준 부회장은 "스포츠계 FA 제도처럼 매니저협회에서도 FA 제도(자유계약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대형회사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소규모 회사들이 과거에 비해 신인을 발굴하기가 몇 배는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등 여파로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 제작도 급격하게 어려워지고 있다. 그만큼 격변하는 환경이라 협회 차원에선 회원사들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걸 체감 중이다.
 
FA 제도가 필요한 이유도 그런 차원이다. 한 야구단이 신인을 공들여서 5년간 키웠다고 하자. 그 선수가 FA 자격을 얻게 되면, 그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원 구단에 일종의 보상을 제공하잖나. 기획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계약금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수년 공들여 좋은 아티스트를 키웠는데, 계약이 끝났다고 바로 큰 회사로 가버리면 실질적으로 영세 기획사가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니 말이다. 도의적으로 재계약을 한 번 더 해주면 좋을 텐데, 요즘 들어 그런 관행이 없어지고 있는 게 참 안타깝다."

 
오랜 업력을 지닌 그 또한 대형 기획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이 부회장은 "누구나 알만한 기획사나 제작사에서 일도 했지만, 정말 배우 느낌 나는 사람과 오래 일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며 "물론 시간이 지나며 현실과 타협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를 택해서 같이 커나가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해서) 여러 소규모 회사를 운영 및 관리해왔는데,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때였다"며 "지금은 환경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방향성을 덧붙였다.
 
정부 차원 지원 절실

 
같은 맥락에서 이영준 부회장은 매니지먼트 업계 스스로도 신뢰성 향상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티스트의 위상이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불공정 계약 등으로 지망생들의 꿈에 상처를 주는 일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매협은 이를 위해 매니지먼트 자격증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중이다.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출범 당시 관계자들과 수차례 면담 또한 있었다고 한다.
 
"제가 처음 일했을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회사가 매니저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안 주거나 일부 파렴치한 매니저가 소속 아티스트의 몰카를 찍고, 폭행하거나 성상납을 시키는 일들이 있었다. 그런 일이 공론화될 때마다 같은 업계 사람으로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며 음지에서 열심히 일한 이들이 나쁜 이들을 대부분 몰아냈다. 지금의 한류 배우들, BTS와 뉴진스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들을 바로 이들이 만들어 낸 셈이다.
 
매니저는 신뢰를 거래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의 재능을 관리하고 거래하는 직업이다. 자동차 한 대를 팔더라도 자격증이 필요하잖나. 하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건데 지금처럼 등록제로 한다는 건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매니저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협회 차원에서 어플 개발과 DB 구축을 논의 중이다. 근데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나 콘텐츠진흥원이 해당 사업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 더해 그는 문화체육 지원 활동비 예산을 작품에만 투입할 게 아니라 사회 취약 계층의 문화생활을 위한 지원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사람들이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고 인증하면 10에서 50%까지 등급별로 각종 포인트 및 지역 화폐로 돌려주는 등의 혜택을 만들면, 그만큼 소외계층 문화생활도 늘릴 수 있고 대중문화예술업 종사자들 일자리도 조금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앞서 언급한 연예인 리스크 관리 면에서도 그는 할 말이 있었다. 현재 연매협은 보험회사와 함께 상품 개발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출연자나, 아티스트가 사회적 물의를 빚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나 부정적 여파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드라마 제작사를 상대로는 보험 상품이 개발된 것으로 안다. 출연자 리스크로 가장 타격을 입는 게 우선 제작사니까. 이후로는 소속사가 받을 타격, 관련인들이 입을 타격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이를 상쇄할 상품 마련이 필요하다. 어디까지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연구 중에 있다. 소속 연예인들의 사생활까지 다 관리할 순 없어도, 그들의 일탈 때문에 회사 하나가 흔들리고 관계자들이 고통받는 건 어느 정도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끝으로 그는 "갈수록 젊은 인원이 업계에서 부족해지고 있다"며 "K 콘텐츠는 전 세계로 뻗어가는데 일할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며 "협회에서도 더욱 시스템 마련을 위해 힘쓸 테니 좋은 인원들이 이쪽 일에 꿈을 가졌으면 한다. 적극 도와드리겠다"는 바람과 호소를 전했다.
매니지먼트 연예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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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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