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너도 나도 해외 개최... '우후죽순' 가요시상식의 폐해

[주장] 제1회 청룡뮤직어워즈 취소 소식... 케이팝 위기 초래할 수도

24.01.08 15:11최종업데이트24.04.22 02:42
원고료로 응원

제1회 청룡뮤직어워즈 출연진 ⓒ 청룡뮤직어워즈 조직위원회

 
2024년 새해 벽두부터 케이팝 업계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해는 바뀌었지만 시상식이 줄지어 예정되고 있고, 수많은 가수들이 여기에 참석하기 위해 쉴틈없이 인천국제공항을 오가고 있다. 

지난 2010년 엠넷아시아뮤직어워드(MAMA)를 시작으로 많은 가요 시상식은 국내 대신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시상식인데 왜 외국에서 하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10여 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시상식들은 아랑곳없이 일본, 중국,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개최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름을 내건 케이팝 단체 콘서트 역시 곳곳에서 개최되는 중이다.

최근 들어 이들 시상식과 콘서트에 대한 이상 기류가 목격된다. 현지 사정으로 인해 개최가 연기, 취소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관중 동원이 종종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다. 수만 명의 유료 관객을 유치하면서 언론사들까지 앞다투어 신설하던 해외 시상식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청룡뮤직어워즈 개최 2주 앞두고 취소 소식
 

제1회 청룡뮤직어워즈 취소 및 입장료 환불 안내를 전한 현지 협력업체 공식 SNS ⓒ MG CONNEXT

 
​지난 주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오는 20일 태국 방콕 라자망칼라 국립 경기장 (최대 수용인원 4만9000명)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청룡뮤직어워즈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태국 현지 행사 협력업체의 공식 SNS에는 이번 시상식 연기 및 입장료 환불에 대한 안내문이 게재되었다.  

​아직 국내 주최 측에선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당초 참석이 예정되었던 그룹 키스오브라이프 또한 SNS 채널을 통해 소식을 전하며 행사 무산에 힘을 실었다. 당초 이 시상식에는 동방신기, NCT 드림, 에스파, 에이티즈, 더보이즈 등 쟁쟁한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었다.

​8일 오전 기준, 아직 청룡뮤직어워즈 공식 홈페이지에는 공연 취소에 대한 공지문조차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일정 연기 후 추후 개최, 완전 무산 등 아직 정확한 상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개최 2주를 앞둔 시점에서 취소 및 환불 안내 소식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현지에서 입장권이 많이 팔리지 않아서"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청룡뮤직어워드 시상식 입장권 가격은 최소 1200바트(한화 약 4만5천 원)부터 최대 6900바트(약 26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로 나간 여러 시상식... 냉담한 국내팬들 반응

​지난 2일 서울가요대상(태국 방콕), 6일 골든디스크시상식(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또한 해외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 시상식이 중단된 적도 있었지만, 다시금 이를 재개하자 국내 팬들의 시선은 냉담한 편이다.

국내 시상식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팬들의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다 서울가요대상의 경우, 공연 이후 3주가 지난 25일이 되어서야 녹화 방송을 공개한다. 해당 가수의 팬으로서는 기사 사진이나 뒤늦게 공개되는 무대 방송으로만 만족해야할 처지다. 가뜩이나 연말 방송 3사 무대를 비롯해 시상식, 콘서트 등으로 인해 쉴 틈없는 일정을 소화한 가수들이 또다시 장거리 이동에 시달리는 점 또한 우려스럽다. 두 곳 모두 참석하는 팀들도 적지 않다.

행사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아티스트는 SNS에 이번 행사에 대한 불만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가요대상 MC를 맡은 그룹 갓세븐 멤버 뱀뱀은 3일 "the WORST sounds system in my life(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음향 시스템이었다)"는 글을 SNS에 올리며, 현장 여건이 좋지 못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너도나도 해외 개최... 주객전도 아닌가?​
 

일본 개최로 논란을 빚은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 KBS

 
가요 시상식이 해외에 열리는 건 이제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가수뿐만 아니라 트로피를 전달해 줄 유명 배우 섭외에 열을 올리는 등 시상식이라기 보단 대형 축제, 콘서트 방식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입장은 결코 달가울 리 없다. 시상식들은 "케이팝의 세계화", "해외 팬들에게 캐이팝을 더 가깝게 전달하겠다" 등 원대한 포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숨은 목적은 '해외 티켓 판매로 인한 매출 확대'라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지난 10년 사이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시장 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우후죽순 신설되는 시상식은 그저 이름만 다를 뿐 내용 구성에서도 차별화 지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가요대상과 청룡뮤직어워즈는 불과 18일 간격으로 같은 장소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현지 물가 대비 고액의 입장료 정책으로 인해 일부 행사는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는 풍문도 솔솔 들린다.

시상식은 그해 음악적 성취를 이룬 인물에게 트로피를 수여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가요시상식에서 이는 뒷전에 놓인지 오래다. 그저 티켓 판매를 위한 출연자 및 시상자 섭외에만 열을 올리는 지금의 시상식에서 상의 권위는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이름만 바꾼 듯한 비슷한 시상식의 난립은 자칫 케이팝에 오히려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시상식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