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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송유진 은퇴 "지금이 적기... 즐겁게 하다 갑니다"

[단독] 국내 컬링 인기 끌어올렸던 선수... "멘탈 코칭 공부하려 해"

24.03.01 09:21최종업데이트24.03.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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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송유진 선수가 지난 2월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쳤다. ⓒ 박장식

 
국가대표, 특정 국제대회에만 주목받곤 했던 컬링의 인기를 국내대회,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에게까지 확장시켰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송유진 선수가 브룸을 내려놓는다. 

송유진 선수는 2024년 2월을 끝으로 소속팀이었던 전북특별자치도청과의 계약이 만료되었다고 알려왔다. 2018년 경북체육회와의 계약을 시작으로 컬링을 이어왔던 송유진 선수는 7년간의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친다. 송유진 선수는 "그만두는 시기가 지금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며 알려오기도 했다.

한국 컬링경북체육회 시절 한국 컬링이 치렀던 첫 국내 리그인 2019-2020 코리아 컬링 리그에서 당시 믹스더블 파트너였던 전재익 선수와 함께 스포츠 팬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누렸다. 2021년부터는 전북도청으로 팀을 옮긴 송유진 선수는 이적 1년 만에 팀의 11년 만의 전국동계체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고민 많았지만... 후배들 나서는 지금이 은퇴 시기"

송유진 선수는 조용히 선수 생활 이후를 준비해 왔다. 지난 2월 자신의 마지막 대회였던 전국동계체육대회에는 얼터네이트로 나섰던 송유진 선수. 대회가 모두 마무리 된 후 경북체육회 시절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강릉시청 '팀 킴' 선수들이 보낸 "잘 살아"라는 말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은퇴하기에는 이른 나이라는 느낌도 든다. 국내 여자 컬링의 베테랑 선수들도 서른이 넘은 나이에 기량을 만개했는데, 송유진 선수는 아직 1999년생이었기 때문. 은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송유진 선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컬링은 하는 것이 너무 재밌고, 나 자신도 좋아하는 스포츠였기에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운을 뗐다.

"컬링 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송유진 선수는 "그만 두는 시기를 적절하게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기가 언제쯤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지금이라고 판단했다"고 은퇴를 마음먹은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이라고 정한 이유도 있을까. 송유진 선수의 대답은 명확했다. 소속팀인 전북특별자치도청에 새로 들어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서였다.

"소속팀이 지금 리빌딩을 하는 상황인데... 새로 온 선수들이 내는 에너지를 제가 잘 맞춰서 갈 수 있을지 고민이 컸습니다. 동생들이 열심히 하고 팀을 위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내가 그 에너지를 못 따라간다는 생각도 했어요. 내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고요. 그래서 이 시기에 그만두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선수 생활 도중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도 '맏언니'로 팀의 리더 역할을 했던 지금이었다. 송유진 선수는 "지금까지 내내 '동생 포지션'에 있었다. 그러다 네 살, 다섯 살 어린 친구들이 들어와서 맏언니가 된 것이 신기했다"면서 이야기했다.

그런 후배들을 두고 은퇴하는 것에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큰 것도 사실. 송유진은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조금 더 맏언니로서 역할을 채울 수 있는데, 1년도 못 하고 나간다는 것이다"라면서, "언니로서 더 성숙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잠깐 함께 하다가 나가는 느낌이라 더욱 아쉬운 것 같다"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태극마크' 달 수도 있었지만... "후회 없습니다"
 

송유진 선수는 자신을 둘러싼 인기나 높은 인지도에도 겸손했던 선수였다. 아이스 안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컬링을 즐겼던 선수이기도 했다. ⓒ 박장식

 
커리어에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송유진 선수. 사실 2021년에 전재익 선수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2020년 믹스더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한 팀이 갑작스럽게 해체되면서 당시 준우승을 했던 송유진·전재익 조가 국가대표를 승계받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송유진 선수는 승계 대신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뜻밖의 선택이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은퇴에 다가와서야 그때의 선택에 대한 생각을 물었는데, 뜻밖에도 송유진은 "후회가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전북도청에서 이적 제의가 왔습니다. 그래서 승계를 받느냐 두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물론 국가대표 타이틀을 받을 수 있긴 했지만 내가 따낸 게 아니었잖아요. 타이틀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내 능력치로 따낸 타이틀이 아니니까요. 사실 그 자리는 내가 아닌 누구라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물론 국가대표야 선수생활 하면서 중요하지만, 영원히 선수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내가 진짜 실력이 있다면 국가대표를 다른 때에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얼떨결에 얻어진 타이틀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결국은 고사했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이적한 전북도청이었다. 송유진은 "지역에 컬링장이 없었던 탓에 떠돌이 생활을 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원을 잘 해주시고, 소통을 잘 해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훈련도, 대회 출전도 잘 할 수 있었다"며 이적 이후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함께했던 소속팀 전북도청에 고마움을 표했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컬링 선수로 돌아올 가능성은 있을까. 송유진 선수는 "선수는 확실히 가능성이 없다"면서, "지금 그만둔다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 인생을 더 보낼 것이냐인데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아니겠냐. 그래서 좋은 제안이 온다고 해도 거절할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송유진 선수는 "내가 이렇게 나가더라도, 언제나 그렇듯이 성장하는 선수들이 있다"며, "컬링이 잘 되려면 내가 브룸을 내려 놓는다고 해서 나쁜 영향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나감으로써 어떤 선수가 들어올 수 있는 것이잖냐. 그 팀원이 들어와서 좋은 시너지를 내길 바란다"고 힘주어 답했다.

선수 생활 이후의 진로도 궁금했다. 송유진은 "멘탈 코칭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려고 한다. 교육을 이제 받고 있는 단계다"라면서, "2년 전에 멘탈 코칭을 받았었는데, 1년 동안 받으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 졌었다. 그 계기로 '멘탈 코칭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향후 진로를 말했다. 

끝으로 송유진 선수에게 '컬링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부탁했다. 

"컬링을 열심히 했고, 잘 즐기고 갑니다. 실력을 보여주면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고, 잘 하다 간다고 생각해요.

특히 컬링을 했기에 알게 된 인연도 많았고, 컬링을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분들을 포함해 주변에 도움 주신 분들이 많은 덕분이었어요. 응원을 보내 주신 덕분에 힘 받으면서 열심히 컬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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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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