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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정의 끝 앞둔 황선홍호, 유종의 미 거두려면

[주장] 태국 원정에서의 승리로 황선홍호 최고의 해피엔딩 만들 수 있을까

24.03.25 14:03최종업데이트24.03.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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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감독' 체제의 황선홍호가 어느덧 짧은 여정의 마지막 하루만을 남겨놓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방콕 라자망갈라스타디움에서 태국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원정경기를 펼친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달 위르겐 클린스만이 경질되고 공석이 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임시 감독으로 낙점됐다. 3월 A매치 기간(18∼26일) 치러지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21·26일) 2연전까지만 태극전사들을 지휘하는 역할이었다.
 
황 감독은 굉장히 어렵고 민감한 시기에 대표팀을 맡게 됐다.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황 감독은 올해 열리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과 파리올림픽 본선진출에 한창 주력해야 할 상황에, A대표팀을 맡느라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했다. 올림픽팀은 수장인 황선홍 감독 없이 아시안컵 전초전 격인 WAFF U-23 챔피언십에 나서야했다.
 
더구나 A대표팀은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성적부진과 선수단 내분 사태 등으로 한창 혼란에 빠져있던 상황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임시 감독이라는 제한적 역할 속에서도 팀분위기 수습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했다. 축구협회가 황 감독에게 무거운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황선홍 감독은 논란과 우려 속에서도 한국축구를 위하여 고심 끝에 임시감독 제안을 수락했다. 이어 황 감독은 그동안 클린스만 체제에서 외면받았던 주민규, 이명재, 백승호, 김문환 등을 과감하게 발탁하여 정체된 대표팀 경쟁체제에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한 아시안컵 내분 사태의 중심에 있던 이강인을 일각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다시 대표팀에 불러들이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변화를 위한 황선홍 감독의 노력에 선수들도 화답했다. 아시안컵 이후 한때 대표팀 은퇴까지 고민했다던 손흥민은 다시 한번 주장으로 재신임받으며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간판 수비수 김민재는 "대가리 박고 열심히 뛰겠다"며 직설적인 표현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인성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강인은 공식 사과 회견을 열어 "좋은 축구선수 뿐 아니라 더 좋은 사람,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축구팬들 역시 한때 A매치 응원 보이콧 여론이 무색하게 태국전에서 6만 5천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태극전사들에 대한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줬다.
 
다만 이러한 대표팀의 변화 의지가 A매치에서의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황선홍호는 21일 안방에서 열린 태국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아쉽게 비겼다. 한국은 압도적인 점유율(78.5%)을 바탕으로 슈팅을 25회(유효 슛 8회)나 시도했음에도 단 한 골에 그쳤다.

아무리 준비기간이 짧았고 우여곡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최정예멤버를 동원하고도 안방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FIFA 랭킹 101위 태국에게 이기지 못한 것은 만족할 수 없는 결과였다.
 
한국은 이제 원정에서 무조건 승점 3점을 챙겨야 한다.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 C조에 속한 한국은 승점 7점(2승1무)을 수확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위 태국(승점 4·골 득실+1)과 3위 중국(승점 4·골 득실 -2)에 쫓기는 입장이 됐다. 월드컵 2차 예선에선 상위 2위까지 최종 3차 예선에 오른다. 또 한국은 최종예선 조 추첨에서 유리한 대진표를 받기 위해서도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지만 지난 홈경기 무승부에서 보듯 축구에서 당연한 결과란 없다. 특히 태국 원정은 현지의 무더위와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 때문에 강팀들도 부담스러워하는 곳이다.
 
한국은 태국과 역대전적에서 30승 8무 8패로 크게 앞서고 있는데 8번의 패배는 모두 원정에서 당한 바 있다. 가장 최근 패배는 26년 전인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8강전으로 당시는 연령대별 대회가 아닌 A매치로 최정예멤버들이 출전했던 허정무호는, 무려 2명이 퇴장당한 태국을 상대로 연장 골든골을 얻어맞고 1-2로 무릎을 꿇으며 충격적인 탈락을 경험한바 있다.
 
태국 원정을 끝으로 짧은 임기를 마치고 다시 올림픽대표팀으로 돌아가야하는 황선홍 감독이나, 이후의 축구대표팀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승부다. 냉정히 말해 대표팀은 아직 아시안컵 부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초만 해도 선수들의 이름값만 놓고보면 '역대 최고'로까지 평가받던 한국축구는 정작 아시안컵에서 FIFA 랭킹 87위인 요르단과 두 번 붙어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1무 1패에 그쳤다.130위 말레이시아와도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기는 등 굴욕적인 장면을 거듭했다. 급기야 감독 교체 후에도 안방에서 태국에 발목을 잡혔다는 것은 창피한 결과였다.
 
또한 선수단 내부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어느 정도 가라앉기는 했지만, 정작 축구협회(KFA)를 바라보는 팬들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선수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이강인의 훈련장 사과 회견은 축구팬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는 지난 태국전에서 '정몽규 아웃'을 외치며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보안요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가 종료된 이후, 정식 감독 선임 문제와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에 대한 방향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만일 황선홍호가 태국 원정에서도 또다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낸다면? 그 후폭풍은 결코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황선홍 감독이 아무리 나름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해도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임시 감독 체제는 '실패'였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무리해서 황선홍 감독을 소방수로 끌어온 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황선홍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적어도 그가 대표팀에서 이루어낸 부정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 한 가지는, 분열과 논란으로 상처받은 대표팀을 다시 '원팀'으로 복구할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는 사실이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의 대표팀 발탁과 사죄를 비롯하여 손흥민의 주장 재신임, 주민규 등 외면받던 K리거들의 대표팀 기용 등 민감한 사안들을 정리해줬다. 덕분에 이후의 대표팀을 맡게 될 정식 감독은 불필요한 부담을 덜게 됐다. 
 
선수들이 황선홍 감독과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태국 원정에서의 깔끔한 승리일 것이다. 대표팀이 태국 원정에서 황선홍호에게는 '최고의 해피엔딩'이자,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승리를 선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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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호 태국원정 월드컵예선 손흥민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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