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 기대하면 낭패 봅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아카데미 7개 부문 노미네이트된 <어톤먼트>

24.03.27 10:28최종업데이트24.03.27 13:50
원고료로 응원
1813년에 출간된 고 제인 오스틴 작가의 장편소설 <오만과 편견>은 영문학계와 로맨스 소설의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1980년과 1995년 BBC에서 드라마로 제작·방송됐다. 특히 1995년 드라마에서 다아시가의 피츠윌리엄 다아시를 연기한 콜린 퍼스는 이 작품을 통해 영국의 '국민연인'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다아시가 연못에 뛰어드는 장면은 BBC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명장면'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오만과 편견>이 개봉했다. 2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오만과 편견>은 1억2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특히 엘리자베스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커리어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됐고 라이트 감독 역시 데뷔작을 통해 떠오르는 신예감독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라이트 감독 커리어에서 최고로 꼽히는 작품은 <오만과 편견>이 아니었다. 라이트 감독은 2007년에도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원작으로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라이트 감독이 10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중견 감독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들로부터 그의 커리어 최고작으로 꼽히고 있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어보이, 시얼샤 로넌 등이 주연을 맡았던 동명소설 원작의 영화 <어톤먼트>였다.
 

<어톤먼트>는 제작비의 4배가 넘는 성적을 올리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과감한 연기변신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1979년 스코틀랜드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맥어보이는 16살 때 학교에 방문한 배우 데이비드 헤이먼의 연설을 듣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스코트 왕립 음악 및 연극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맥어보이는 여러 드라마에서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 중에는 신입 보충병 역할로 지나가듯 등장했던 전설의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도 있었다.

2004년 드라마 <세임리스>를 통해 주목을 받은 맥어보이는 2005년 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툼누스 역을 맡았다. 당시 독특한 분장과 순수한 연기로 관심을 받은 맥어보이는 2007년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한 <페넬로피>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할리우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어톤먼트>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의 동생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누명을 쓰고 전쟁터로 끌려가는 의대생 로비 터너를 연기했다.

맥어보이는 2008년 마크 밀러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액션영화 <원티드>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연기호흡을 맞추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2011년부터 시작된 <엑스맨 비기닝> 시리즈에서 갈 곳 없는 돌연변이들을 보호해주는 자비에 영재학교의 원장 '프로페서X'를 연기하며 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엑스맨>에 익숙한 관객들이 <나니아 연대기>와 <어톤먼트>를 보면 찰스 자비에와 툼누스, 로비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맥어보이는 2013년 영화 <필스>에서 양극성장애에 시달리는 미친 경찰로 변신하며 극찬을 받았다. 액션 장르인 <원티드>와 <엑스맨> 정도를 제외하면 미소년이나 여린 역할에 주로 캐스팅되던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선택이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맥어보이의 이미지를 바꾸기엔 좋은 선택이었다. 2015년에는 '해리포터'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함께 공포영화 <빅터 프랑캐슈타인>에 출연했다.

맥어보이는 2017년과 2019년 <식스센스>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이스트레일 177' 트릴로지의 2,3번째 영화 <23 아이덴티티>와 <글래스>에 출연해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맥어보이는 <엑스맨 비기닝> 시리즈를 끝낸 2019년 공포스릴러 영화 <그것>의 속편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서 빌 덴브로 역을 맡아 4억7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라이트 감독 필모그라피 중 최고작
 

<어톤먼트>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오해하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영화 <어톤먼트>는 영국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 <어톤먼트>는 국내에서도 지난 2003년 <속죄>라는 번역된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어톤먼트>는 2005년 <오만과 편견>을 통해 주목 받았던 조 라이트 감독의 신작으로 높은 완성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전작 <오만과 편견>을 훌쩍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어톤먼트>를 라이트 감독 필모그라피 중 최고작으로 꼽는다.

실제로 <어톤먼트>는 2007년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각색상, 여우조연상 등 7개 부문 후보로 선정돼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마이클 클레이튼>,<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어톤먼트>는 1억31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리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어톤먼트>의 포스터에는 스타배우인 키이라 나이틀리와 떠오르는 신예 제임스 맥어보이의 얼굴이 크게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의 '진주인공'은 3명의 배우가 각각 13세, 18세, 노년을 연기했던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오니 틸리스였다. 한 번의 오해와 질투로 언니의 남자친구이자 짝사랑하던 로비를 소아 강간범으로 만든 브라이오니는 이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언니 세실리아와 로비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은 생을 살아간다.

라이트 감독이 만든 서정적인 화면과 세 주연배우의 호연에 가려지긴 했지만 사실 <어톤먼트>는 대단히 비극적인 스토리에 충격적인 반전까지 존재하는 우울한 영화다. 따라서 키이라 나이틀리나 제임스 맥어보이의 팬이 예고편만 보고 '전쟁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기대하고 <어톤먼트>를 선택했다간 기분이 크게 나빠질 수도 있다. 국내 영국영화 커뮤니티에서는 <어톤먼트>를 '최고의 발암영화'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어톤먼트>에서 로비를 연기했던 제임스 맥어보이 역시 영화 속 브라이오니의 캐릭터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자신의 위증 때문에 비극적인 인생을 살다가 죽음을 맞은 로비와 세실리아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두 사람이 죽은 후에야 소설을 통해 속죄했다는 식으로 뻔뻔한 '자기위안'을 했다는 것. 사실 브라이오니가 진정으로 속죄를 하려면 로비가 전쟁터로 끌려가기 전에 자신의 진술을 번복해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줘야 했다.

아카데미 후보 4회 선정된 13살 브라이오니
 

13살 브라이오니를 연기한 시엘사 로넌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번이나 후보에 오른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어톤먼트>에 등장하는 3명의 브라이오니 중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는 13살의 브라이오니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이었다. 어린 브라이오니는 로비를 짝사랑했다가 언니와 로비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목격하고 이를 질투해 로비를 소아 강간범으로 만들었다. 시얼샤 로넌은 <어톤먼트> 이후 <러블리 본즈>와 <한나>,<레이디 버드>,<작은 아씨들> 등에 출연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 4번이나 노미네이트됐다.

영국의 뮤직비디오 및 영화감독인 줄리언 템플의 첫째 딸 주노 템플은 <어톤먼트>에서 브라이오니의 사촌언니이자 브라이오니가 위증한 사건의 피해자 롤라 퀸시 역을 맡았다.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 롤라는 브라이오니의 증언을 믿고 로비가 범인이라고 주장했고 나중엔 자신에게 몹쓸 짓을 했던 진범 폴 마샬과 결혼까지 했다. 주노 템플은 <말레피센트> 실사영화 시리즈에서 요정 시슬트윗을 연기했다.

롤라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브라이오니의 위증 때문에 용의선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던 '진범' 폴 마샬은 드라마 <셜록>과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로 유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했다. 마블 원작 히어로인 <엑스맨>의 프로페서X와 <어벤져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소설 원작의 영국영화에 함께 출연한 셈이다. 물론 <어톤먼트>는 맥어보이와 컴버배치가 <엑스맨>과 MCU에 합류하기 전에 출연했던 영화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어톤먼트 조라이트감독 제임스맥어보이 시얼샤로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