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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없이 영화제 치른다

박도신 부집행위원장 선임... 2차 공모 무산 후 임추위 활동 종료 발표, 월권 비판도

24.03.28 15:28최종업데이트24.03.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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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박도신 신임 부집행위원장 ⓒ 부산영화제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28일 "올해 행사를 집행위원장 없이 이사장과 부집행위원장, 마켓위원장 중심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2차에 걸쳐 진행된 집행위원장 공모는 최종적으로 무산됐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해외 영화를 담당하는 박도신 프로그래머를 부집행위워장으로 선임했다. 박 부집행위원장은 기존 강승아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부산영화제를 이끌게 된다.
 
박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2001년 계약직 스태프로 시작해 프로그램 실장, 홍보 실장, 선임 프로그래머, 지석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며 24년째 부산국제영화제에 근무하고 있는 장기근속자다. 말단에서 시작해 부산영화제와 함께 성장해 온 인물로 영화제의 실무를 고루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전반에 이해와 네트워크를 겸비해 대내외적으로 두터운 신망을 얻어왔다. 원만한 성품으로 부산영화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뭍밑에서 영화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일을 담당하기도 했다. 
 
사실상 대행 체제로 올해 행사를 치르는 데 대해 부산영화제 측은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최근 진행된 집행위원장 2차 공개모집 결과 다시 한번 적격자 없음을 알리고, 사무국에 임추위 해산 입장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영화계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훌륭한 활동을 수행해 오신 많은 분들이 1차와 2차 공모에 참여했으나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도약과 방향성에 비춰 현시점에서 적임자를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컸다"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 선임된 이사장과 이사회 중심으로 임추위를 새롭게 구성하여 집행위원장 선임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부산영화제도 3월부터 실질적인 준비에 돌입한 시점이라 새로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춰 영화제를 이끄는 게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부집행위원장 체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는 지난 2023년 12월 29일 활동을 시작해 총 7차례 회의를 개최하며 이사장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위원장, 이사, 감사를 선임하고 위임된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이청산 부산영화제 이사(위원장, 전 민예총 이사장)를 위원장으로 오동진 평론가, 양윤호 감독(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 박찬형 감독(부산영화인시민모임), 박인호 평론가(부산영화평론가협회장), 권만우 경성대 부총장(부산시 추천), 오문범 부산 YMCA 사무총장(부산 시민단체 추천) 등 7명이 위원으로 활동했다. 
 
혁신위·임추위 활동, 월권 비판도
 

부산국제영화제 영문 로고. ⓒ 성하훈

 
그러나 임추위가 다소 과도한 월권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영화계 내부에서는 지난 1차 공모가 무산된 이후 2차 공모도 무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1차 공모 때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지원했기 때문에, 2차 공모에서 적임자가 나올지 의문이라는 시선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영화인들은 "1차 공모 무산 후 나머지 일정은 이사회에 일임했어야 마땅한데도 임추위가 다시 2차 공모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사장과 새로운 이사진이 선임됐으면 공식적인 결정구조를 통해 논의하는 게 당연한데, 이를 무력화한 채 어떠한 책임도 안 지는 외부인사들이 핵심 인사권을 휘두르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집행위원장 선임이 무산된 것은 결과적으로 지난해 혁신위가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이사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집행위원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집행위원장이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가졌다. 그러나 2014년 촉발된 부산영화제 사태로 2016년 부산시에서 독립한 이후로는 이사장 체제가 되면서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기존 집행위원장이 아닌 이사장이 갖게 됐다.
 
지난해 운영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는 했으나 이사장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 된 바 있다. 그런데 혁신위를 구성해 정관 개정을 통해 모든 책임을 지는 이사장을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특히 혁신위 운영 기간이 길어졌고, 혁신위에 참여했던 단체들이 임원추천 권한까지 행사하기로 하면서 이사장 선임이 늦어졌다. 이 여파로 집행위원장 선임이 무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집행부 구성 지연으로 예산과 협찬 확보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올해 부산영화제는 극심한 예산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결국 혁신위나 임추위 구성원들의 영화제 운영에 대한 이해가 약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영화제 실무에 있어 전문성이 약한 분들이 많다 보니 모여서 탁상공론만 일삼다가 최악의 결과물을 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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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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