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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여제' 김연경, 통산 6번째 MVP 위업

[여자배구] 8일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 수상, 현역 연장 선언까지

24.04.09 09:10최종업데이트24.04.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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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즌 연속 우승을 놓쳤지만 김연경은 여전히 '배구여제'였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김연경은 8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에서 20표를 받으며 5표를 받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양효진을 제치고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36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연경은 득점 6위(775점)와 공격성공률 2위(44.98%), 리시브 효율 5위(42.46%), 디그 7위(세트당 3.83개)로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통산 6번째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한편 평생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에는 기자단 투표 31표 가운데 30표를 획득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미들블로커 김세빈이 선정됐다. 김세빈은 이번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도로공사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면서 블로킹 5위(세트당 0.60개)와 속공 7위(44.38%)를 기록하며 선배들과 대등한 활약을 선보였다. 도로공사는 2021-2022 시즌의 이윤정 세터 이후 2년 만에 다시 신인왕을 배출했다.
 

김연경은 V리그에서 활약했던 7번의 시즌 동안 6번의 정규리그 MVP를 독식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 '하드캐리'에도 2연속 준우승

지난 시즌 도로공사와의 챔프전에서 2연승 뒤 3연패라는 '리버스 스윕'을 당한 흥국생명과 김연경의 이번 시즌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 등극이었다. 특히 김연경의 경우엔 해외 진출 전이었던 2008-2009 시즌을 끝으로 10년 넘게 V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챔프전 우승에 대한 열망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의 전력이 크게 약해지면서 흥국생명의 우승확률은 더욱 높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라운드 현대건설의 상승세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부진이 겹치며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2위로 전반기를 마친 흥국생명은 후반기를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윌로우 존슨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교체로 인해 김연경에게 의존하던 공격이 분산되면서 5라운드에서 6전 전승으로 선두 자리를 탈환했고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직행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6라운드에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게 덜미를 잡히며 현대건설에게 승점 1점이 부족해 챔프전 직행을 놓쳤다.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주장 이소영이 빠진 정관장에게 한 경기를 내주며 고전했지만 2승 1패로 승리하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챔프전에서 현대건설을 만난 흥국생명은 전 경기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흥국생명의 아쉬운 패배 속에서도 김연경의 분전은 단연 눈부셨다. 김연경은 챔프전 3경기에서 득점 3위(74점), 공격성공률 2위(43.92%), 서브 3위(세트당 0.2개), 블로킹 3위(세트당 0.40개), 리시브 효율 2위(39.68%), 디그 2위(세트당 3.67개)를 기록하며 흥국생명을 '하드캐리'했다. 만약 흥국생명의 나머지 선수들이 챔프전에서 조금만 더 분발해 우승트로피를 가져갔다면 챔프전 MVP는 당연히 김연경의 몫이었을 것이다.

수상소감 발표 후 현역연장 동시선언
 

배구팬들에게 김연경의 MVP 수상보다 반가웠던 소식은 그녀의 현역연장 선언이었다. ⓒ 한국배구연맹

 
김연경은 국내 복귀 후 챔프전 준우승 3회의 아쉬움을 통산 6번째 정규리그 MVP 수상으로 달랬다. 실제로 김연경은 V리그에서 활약했던 7시즌 동안 2008-2009 시즌(GS칼텍스 KIXX의 베타니아 데 라 크루스)을 제외한 6번의 정규리그 MVP를 쓸어 담았다. 사실 특정선수에게 정규리그 MVP를 지나치게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세부활약을 자세히 보면 김연경이 왜 MVP 자격이 충분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김연경은 득점 6위에 올랐다. V리그 여자부 통산 4번째로 1000득점을 돌파한 지젤 실바(GS칼텍스)를 비롯해 김연경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가 5명이나 더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팀에서 서브리시브를 면제받고 공격에만 전념하는 아포짓 스파이커들이다. 이번 시즌 536개의 디그와 258개의 리시브로 세트당 5.56개의 수비를 기록한 아웃사이드히터 김연경과는 팀 공헌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득점 9위(546점, 국내선수 2위)와 속공 2위(52.94%), 블로킹 2위(세트당0.77개)를 기록하며 김연경과 MVP 경쟁을 했던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비교해도 마찬가지. 배구에서 미들블로커는 후위에서 자신의 서브 차례가 끝나면 리베로와 교체돼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다. 물론 양효진 역시 현대건설의 핵심선수지만 전위와 후위를 넘나들며 경기 내내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김연경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이날 V리그 시상식에서는 김연경의 MVP수상만큼 배구팬들을 기쁘게 했던 소식이 있었다. 바로 현역 연장과 은퇴를 두고 고민하던 김연경이 다음 시즌에도 흥국생명의 우승을 위해 코트에서 뛰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김연경은 MVP 수상소감 발표 후 사회자 이호근 KBS N 스포츠 아나운서의 현역 연장 질문에 "많은 고민 끝에 응원해 주시는 팬들을 위해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현역 연장의 뜻을 밝혔다.

김연경의 현역 연장은 흥국생명에게 최고의 희소식이지만 다음 시즌에도 김연경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원맨팀'이 된다면 결과는 지난 두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연경 역시 다음 시즌만큼은 '챔프전 우승 트로피' 없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김연경이 힘들게 현역연장을 결정한 만큼 흥국생명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FA시장을 비롯한 비 시즌을 통해 효과적인 전력강화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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