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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서 그랬어요', 사생팬이 아닌 사생범 처벌법 필요

[주장] 사생범의 행위 스토킹의 일부... 올바른 '덕질' 문화 정착돼야

24.04.09 10:04최종업데이트24.04.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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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TV나 핸드폰으로만 보던 연예인을 실제로 보고 싶고, 그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다. 이 때문에 콘서트나 팬미팅, 대면 팬사인회, 영상통화 팬사인회 등 연예인과 팬이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 스케줄에 만족하지 못하고 연예인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집을 찾아가는 사람도 존재한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침범하는 팬들은 항상 논란거리와 문제가 되었지만 이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을 흔히 '사생팬'이라고 부른다.
 
'사생팬'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김형식, 윤정민의 논문 '탈신화화하는 그들만의 놀이'(2014: 201)에서는 사생팬을 '사생(활)+팬'의 합성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사생활을 일거수일투족 관찰하려는 팬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사생팬도 일종의 '팬'이기 때문에 사생팬이 있다는 것은 인기가 많다는 증거 중 하나였고, 사생팬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연예인은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되려 비난받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사생팬도 정말 '팬'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 연예인은 본인의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해도 사생팬을 '팬'이라는 이유로 용서해야 하는가?
 
상대방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의로 쫓아다니면서 집요하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스토킹'이라고 한다. 사생팬의 행위는 스토킹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연예인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 맞지만, 개인의 생활이 공개되고 사적인 스케줄까지 관심을 받는 것에 동의한 적은 없다. 하지만 사생팬은 상대의 동의 없이 의도적으로 그들을 쫓아다니면서 그들에게 피해를 준다. 따라서 사생팬은 '팬'의 영역에서 벗어난 '스토킹 범'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사생팬'이라는 표현 대신 '사생', '사생범'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생범의 가장 일반적인 행동은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연예인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연예인이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전화하여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가 가는지 보고 본인이 알아낸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한다. 이 때문에 연예인 당사자는 물론, 라이브를 함께 보고 있던 다른 '팬'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많은 연예인이 여러 차례 전화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지만, 여전히 그들은 멈추지 않고 있다.
 

몬스타엑스 민혁이 라이브 도중 전화온 사생범에게 정색하고 있다. ⓒ V앱

 
집에 직접 찾아가 연예인이 나올 때까지 집 앞에서 기다리고, 나오라고 소리지르는 등 다른 주민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그 피해를 수습하는 것은 사생범이 아닌 연예인의 몫이 된다. 작년 3월 NCT 멤버 해찬의 본가에 사생범이 침입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해찬과 그와 함께 사는 가족들이 많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보고 있다며 소속사에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과거에는 본인이 숙소에서 EXO 멤버 디오의 팬티를 직접 공수했다면서 팬티와 머리카락을 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연예인의 비행기 좌석을 알아내 옆자리를 예매하여 사진을 찍고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사생범들은 보통 항공사나 통신사 직원에게 고액을 지불하고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받는다고 한다. 코레일 자사 여직원이 BTS 멤버 RM의 승차권 발권 내역 등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사건도 있었다. 

연예인의 집 근처에 개인적으로 CCTV를 설치해 연예인의 생활을 관찰하기도 한다. 연예인의 차량에 GPS 추적 장치를 달아 연예인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택시를 타고 연예인이 탑승한 차량을 추적하기도 한다. 심지어 아예 사생범을 고객으로 하는 '사생 택시'도 있다. 연예인 차량이 아닌 사생 택시에 GPS 추적 장치를 달아 택시의 위치로 연예인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GPS 추적 장치가 발각될 수 없고 택시 안에는 기사뿐이기 때문에 '사생 택시'라는 증거를 얻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X(트위터)에 아이돌의 개인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 X(트위터)

 
'관심'과 '스토킹'의 경계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이 경계와 기준이 다 다르다. 일반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토킹 행위는 당사자의 동의 여부가 정확하지만, 연예인과 팬 사이에서는 그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기준이 모호한 만큼 사생범을 제대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알아내고 연예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인,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사생범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사생범들은 '팬'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거나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았다. 하지만, 사생범의 행위가 스토킹의 일부지만 일반인 사이의 스토킹과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기준이 엄연히 다르다. 이를 고려하여 '스토킹 처벌법'과 별개로 '사생범 처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생범의 기준을 정확하게 정하여 그에 맞는 처벌법을 제정하여 연예인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또한, 덕질문화가 활성화되고 그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만큼 공교육이나 캠페인 등을 통해 '올바른 덕질'에 대해서 교육하고 사생팬은 팬이 아닌, 스토킹 범죄자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직업, 연예인. 연예인이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직업이지만 그들은 팬의 장난감이 아닌 또 한 명의 '사람'이다. '사랑'에 강제성이 있어서는 안 되고, 모든 행동은 서로의 동의를 받고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가 행복하고 원하는 선 안에서 '사랑'해야 한다. 연예인과 팬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이 허락하지 않은 영역까지 들어가 그들의 행복을 앗아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건강한 덕질문화가 활성화되어 연예인과 팬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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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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