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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 구척장신, 강등 아픔 딛고 컵대회 6강 진출

[리뷰]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원더우먼, 끝내 발목 잡은 김가영 부상 공백

24.04.25 11:47최종업데이트24.04.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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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FC 구척장신이 리그 강등의 아픔을 극복하고 SBS 컵대회 6강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4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제2회 컵대회 구척장신 대 원더우먼 전에서 구척장신은 진정선-허경희-이현이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3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거둔 구척장신은 한 주 전 아나콘다를 꺾고 6강에 선착한 개벤져스와 맞붙게 된다. 

​구척장신은 그동안 꾸준히 슈퍼리그 강자로 군림했지만 지난 2월 방영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탑걸에 1대 2로 패해 강등의 아픔을 겪고 말았다. 반면 지난해 12월 챌린지리그 1위에 오르면서 팀 창단 후 처음 슈퍼리그 직행 승격을 이룬 바 있다.  

​각각 엇갈린 성적으로 위치가 달라진 두 팀이었기에 이번 경기는 원더우먼의 상승세 vs. 구척장신의 절치부심이 또 다른 흥밋거리로 작용했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초반 박빙 승부의 축을 뒤흔들고 말았다. 원더우먼 김가영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해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쏘가리 소탕 작전' vs. '인버티드 풀백 전략'​
 

지난 24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원더우먼이 최근 급상승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에는 김가영-소유미 등 일명 '쏘가리' 투톱을 앞세운 공격 전술이 통했던 덕분이었다. 일취월장한 기량을 지닌 김가영과 좋은 패스워크를 보여준 소유미가 결합되면서 정체되었던 경기 운영도 크게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당연히 상대팀 구척장신으로선 이를 봉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하석주 감독은 선수들을 이끌고 '쏘가리 매운탕' 회식을 하면서 결의를 불태워 웃음을 자아냈다. 본격적인 경기 휘슬이 울리자 구척장신은 허경희를 스타팅 대신 벤치에 잠시 머물도록 해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이는 초반 체력 안배를 고려한 나름의 선택이었다.  

이에 맞선 원더우먼 정대세 감독은 최근 유럽 축구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는 '인버티드 풀백(Inverted Fullback)' 전술을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풀백 수비수들이 그라운드 중앙 안쪽과 전방으로 전진해 공격에 가담해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수비수 김희정, 김설희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김가영의 돌발 부상... 승부의 축이 무너진 후반전​
 

지난 24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전반전만 하더라도 원더우먼은 활발한 움직임 속에 경기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김가영이 두 차례 발 부위에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서 스스로 경기장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크게 발등이 부어 오르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급히 트루디를 투입해 전반전을 0대 0으로 끝마친 원더우먼은 급한 불을 껐지만 에이스의 공백은 결국 후반전 양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후반 시작 1분 만에 문전 혼전 상황에서 때린 진정선의 슛이 상대 수비 몸 맞고 골로 연결되었다.  

뒤이어 총력전을 펼치던 원더우먼은 역습 상황에서 임시 골키퍼 트루디가 핸들링 파울을 범해 3분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수적 열세 속에 허경희에게 추가골까지 내준 원더우먼은 치명상을 입은 셈이었다. 여기에 경기 종료 직전 이현이가 추가골을 넣으면서 구척장신의 3대 0 완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안타까운 승부... 끝내 눈물 쏟은 원더우먼​
 

지난 24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구척장신의 6강 진출로 끝이 났지만 양 팀 모두에겐 아쉬움, 그리고 안타까움이 남는 경기였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구척장신 이현이와 김진경은 기쁨을 표현하기보단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서로 비슷한 색깔을 지난 팀이면서 특히 '악바리 정신'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공통점 때문에 이들은 원더우먼에게서 우리 팀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토로한다. 오랜 기간 <골때녀>를 진행하면서 친해진 동료들을 꺾었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마음 한 구석이 편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심경은 원더우먼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모든 선수들이 눈물을 쏟을 만큼 이날의 패배는 크나큰 아픔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후속 시즌부터 다른 팀을 맡게 될 예정인 정대세 감독과의 마지막 경기가 허망하게 막을 내리자 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부상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 김가영을 비롯한 전 선수단 모두가 갖은 심정일 수밖에 없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대세 감독은 원더우먼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기뻐서 우는 일이 많았다"는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라며 경기를  마친 소감을 피력했다. 김가영의 부상이 없었더라면, 멋진 승리를 이뤘더라면 더 좋은 그림이 완성될 수 있었겠지만 이 또한 승부의 일부분 아니겠는가? 원더우먼과 정대세 감독은 그렇게 컵대회 무대를 떠나며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골때리는그녀들 골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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