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바로 전날(7일), 베이징의 한 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 하면 정부와 외국인만 좋지 우리한테 돌아오는 게 뭐냐. 일반인한테 돌아오는 건 물가인상밖에 없다. 개막식이 열리는 내일도 나는 하루 종일 일해야 한다."

 

올림픽 기간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베이징은 '천국'이다. 친절한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교통은 편리하다. 거리는 깨끗하고 생각만큼 공기오염도 심각하지 않다.

 

서구 언론이 왜 그토록 인권과 환경문제를 들어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취재를 위해 인터뷰한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베이징의 모든 게 OK' 라며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베이징 올림픽 현장의 소식을 자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외국기자들은 베이징을 어떻게 봤을까.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 11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베이징 생활? 언어 빼고 100% 만족"

 

 베트남통신 베이징 특파원 레빈하

베트남통신 베이징 특파원 레빈하 ⓒ 박정호

취재를 위해 베이징을 처음 방문한 외국 기자들은 대체로 베이징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었다.

 

인도의 신문 <가나 샤크니>지 아마렌드라 기자는 "언어 문제를 제외하고는 100% 만족한다"며 "올림픽 취재를 하는 데 있어서도, 베이징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키프로스에서 온 안나(아메리카 이미지 프레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베이징의 모든 것들이 환상적"이라며 "언젠가 꼭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안나는 "베이징은 경관이 아름답고 환경도 생각보다 훨씬 좋다"면서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친절해서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카메룬에서 온 장(CRTV) 기자도, 몰도바에서 온 아이론(몰드프레스 에이전시) 기자도 '베이징은 아름다운 도시'라며 극찬했다.

 

"올림픽,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 가져와"

 

 프랑스인 제랄드(Canal Plus TV)

프랑스인 제랄드(Canal Plus TV) ⓒ 박정호

올림픽 이전에 베이징을 방문한 적이 있는 기자들은 베이징의 변화에 놀라워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는 데이비드(KTSF TV26) 기자는 10년 전 베이징에 와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새 교통도 많이 발달했고 빌딩도 많이 들어섰다"며 "특히, 지하철을 타봤는데 매우 빠르고 편리해져서 놀랐다"고 했다.

 

15년 전 베이징에 와본 적이 있다는 프랑스인 제랄드(Canal Plus TV) 기자 역시 "당시와 비교할 때 모든 게 다 변했다"며 "이제 베이징은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스모그도 많고, 다른 나라의 큰 도시와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당시에는 거리에 온통 자전거뿐이었는데 지금은 차가 많아진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베트남통신 베이징 특파원 레빈하 기자는 "올림픽은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길에 침을 뱉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이 많이 줄었고 길도 훨씬 깨끗해졌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그는 "올림픽이 베이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이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01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는 것이다.

 

"통제올림픽?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

 

 우크라이나에서 온 올가(Inter TV Channel)

우크라이나에서 온 올가(Inter TV Channel) ⓒ 박정호

'통제올림픽'이라 불리는 베이징 올림픽, 외국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올림픽으로 인해 강화된 각종 통제에 대해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올가(Inter TV Channel) 기자는 "개막식에 갔는데 검색을 기다리고 있는 인간띠가 뱀처럼 이어져 매우 짜증이 났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올림픽이기 때문에 안보가 중요하다. 그들은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온 크리스찬(ESPN 스타 스포츠) 기자 또한 "검색이 성가시기는 하지만 우리는 폭탄도, 테러도 원하지 않는다"며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 프랑스 기자 제랄드는 "경찰은 티벳에나 있지 베이징에는 없다"며 "어떤 통제도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크리스찬은 올림픽을 정치적인 것과 연관시켜 비판하려는 서구 언론의 태도에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이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스포츠 기자인 내게 있어서 올림픽은 그저 올림픽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크리스찬은 "서구 언론이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것은 중국이 거대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예전에 동유럽과 소련을 두려워하던 것과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서구의 다른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고 있을 뿐"이라며 서구 언론이 중국에만 비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중국, 올림픽 계기로 계속 발전해나갈 것"

 

 BIMC(Beijing International Media Center)내 기자실

BIMC(Beijing International Media Center)내 기자실 ⓒ 박정호

외국기자들은 '올림픽 이후의 베이징'에 대해서도 비교적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베트남 기자 레빈하는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잠시 침체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행동에 있어서는 올림픽 정신을 계속해서 가져갈 것"이라고 보았다.

 

우크라이나의 올가, 포르투갈의 페드로와 파울로(Sic Televison)도 "중국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세계가 중국을 어떻게 보는지 알게 되었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에는 기자들의 취재편의를 위한 3대 프레스센터, MPC·IBC·BIMC가 문을 열었다. 축구장 6개만한 크기의 MPC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올림픽 프레스센터이며, IBC 역시 올림픽 방송용 프레스센터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경기장과 거리 곳곳에는 40만 명의 통역 봉사자가 배치되었으며, 차량 2부제 실시와 공사·공장가동의 중단으로 공기도 좋아졌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외국기자들이 느끼는 베이징의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후, 베이징의 또 다른 택시기사는 이렇게 불평했다.

 

"올림픽 해서 좋아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차량 2부제가 실시돼서 거리에 차가 없는데다가 다들 냐오차오만 가니까 오히려 돈 벌이가 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8.25 04:1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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