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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에게 '백년의 꿈'이라 불릴 정도로 간절한 소망이었던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거침없이 타오르던 성화도 사그라졌고 화려했던 불꽃놀이도 이제 사라지고 없다. 많은 우려에도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라는 찬사를 받으며 '올림픽 종합 1위'라는 위업까지 달성한 중국은 사기충천, 그야말로 호랑이에 날개까지 단 격으로 경제발전의 고공비행을 이어갈 태세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어둠도 그만큼 짙은 법! 약 700억달러(70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부으며 일궈낸 화려한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뒤에는 묵묵히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불이익을 감내해낸 많은 중국 민초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올림픽 위해 차단벽으로 가린 베이징 서민의 삶

남루하고 허름한 건물을 가림막으로 가려놓고 있다. 겉모습만 신경을 쓰지 그들의 삶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중국정부에 대해 베이징서민들은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남루하고 허름한 건물을 가림막으로 가려놓고 있다. 겉모습만 신경을 쓰지 그들의 삶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중국정부에 대해 베이징서민들은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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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한 많은 중국 서민들에게 올림픽은 그저 온갖 통제와 경제적 불이익만 가져오는 아주 불편한 물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시설이 낡고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며 많은 재래시장들은 올림픽 기간과 패럴림픽 기간 약 두 달 동안 영업이 중단되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많은 노점상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9월 17일 패럴림픽이 끝나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려야 한다. 또 많은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공사장은 작업을 중단한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은 민공들은 하는 수 없이 귀향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겠지만 중국 서민들의 입장에서 베이징올림픽은 '통제와 차단의 벽'이 높게 쳐진 올려다보기 고개 아픈 올림픽이었다.

누추함을 가리기 위해 차단막을 치고 행여 문명적이지 못한 외부의 미개한 물질이 들어올까 봐, 베이징 외곽의 모든 빗장을 꼭꼭 걸어 잠그고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는 지적은 베이징올림픽의 오점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베이징 후통사람들에게 올림픽은 거추장스러운 규제와 생활의 불이익만을 강요하는 불편한 물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베이징 후통사람들에게 올림픽은 거추장스러운 규제와 생활의 불이익만을 강요하는 불편한 물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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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으로의 진입 자체가 차단되고 시민들은 끊임없이 검열과 검문에 시달리며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이동에 제한을 받으며 생활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물가는 오르고 과도한 통제에 택시와 일부 숙박·쇼핑·관광업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에서 올림픽특수는커녕 때 아닌 올림픽 한파를 맞았다.

'돈을 벌다(發)'는 의미와 발음이 비슷해서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八)'에 맞춘 베이징올림픽 개막일에 중국증시가 폭락한 것은 이와 같은 사실을 상징적으로 잘 대변해준다. 애초부터 베이징올림픽은 국가만 돈을 벌고 국가브랜드 제고만을 위해 기획되었지, 민간의 경제적 실익은 안전과 환경문제를 위해 철저히 희생되어도 좋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 같다.

베이징 서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중국정부는 그들을 올림픽이라는 화려한 축제에서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또 그들이 올림픽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한 것 같다.

이미지와 겉모습에만 신경을 쓰고 실제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한 올림픽에 대해 베이징 따짜란 후통에서 만난 장아무개씨는 한 마디로 집약해서 말했다.

"당나귀 똥도 겉은 반질거린다."

마라톤 전구간에 배치된 거대한 공공인력은 안전올림픽을 위한 중국정부의 처절한 인해전술을 떠올리게 한다.
 마라톤 전구간에 배치된 거대한 공공인력은 안전올림픽을 위한 중국정부의 처절한 인해전술을 떠올리게 한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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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올림픽 되기 위한 비책은?

길거리 도처에 깔린 자원봉사자와 경찰·경비원·무장경찰·사복경찰 등 수 많은 공공인력들의 인해전술로 올림픽을 호위하는 가운데 베이징올림픽은 안전하게 끝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베이징은 축제인지 전쟁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삼엄한 계엄도시로 변했고, 베이징시민들의 일상은 비싼 물가와 불편한 검색대 위에서 일그러지고 때로는 짜증을 내야 했다.

햇빛이 들지 않는 후통(베이징의 구 성내를 중심으로 산재한 좁은 골목을 일컫는 말)처럼 중국의 많은 정책이 서민들이 사는 낮은 곳까지 흘러들지 못하고 있다고 베이징의 서민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제 화려한 올림픽무대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던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불이익에서 오는 불만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삶의 고통과 생계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올림픽'이라는 무소불위 권력의 불꽃은 성화와 함께 이제 꺼져야 한다. 홍위병처럼 들고 일어섰던 자원봉사자들이 일상의 자리로 되돌아가듯 중국정부도 올림픽을 더 이상 체제홍보와 중화민족주의 고양에만 우려먹을 것이 아니라, 여전히 홀짝제와 올림픽전용차로제에 불편을 겪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의 일상을 돌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도 베이징시민들의 불편과 중국 서민들의 희생을 딛고 일궈낸 '절반의 성공' 베이징올림픽을 보다 '완전한 올림픽'으로 기억되게 할 비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태그:#베이징올림픽,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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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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