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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원에게 보여지는 A선생님회원의 자기소개서
해당 사이트에는 버젓이 '허위정보 기재시 삭제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어 학생은 의심없이 A선생님회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최미화
서울 K고 3학년 김아무개(19)군은 지난달 인터넷상의 과외연결 사이트를 통해 '영어과외' 선생님을 만났다. 과외선생님의 자기소개서에는 '외고출신, 영어경시대회입상, 해외거주경험'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실력 있는 과외선생님을 구하게 된 것 같아 뿌듯했던 순간도 잠시, 수업을 받으면서 과외선생님의 영어발음과 회화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당 사이트에 전화를 걸어 과외선생님의 프로필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지 물어 보았지만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만 해줄 뿐, 수업이 시작된 이후의 일에는 책임이 없다"며 "직접 확인해 보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김군은 "실력있고 믿을 수 있는 선생님이라고 소개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선생님에게 직접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나 경시대회 입상증명서를 요구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어색한 관계가 될까봐 말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터넷 과외시장 춘추전국시대

A선생님회원의 정보 입력란
증명서 제출이 필요없으니 누구나 클릭 한 번으로 '외고졸업, 과학고졸업, 학원강사경력, 각종 경시시대회 경험' 등의 실력있는 과외선생님으로 둔갑할 수 있다.
ⓒ 최미화
통계청의 '가계수지동향(2005년)'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연간 평균 개인교습비'는 2003년 31만원, 2004년 38만6000원, 2005년에는 41만6000원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구당 연간 평균 개인교습비에 전국 가구수를 곱하여 산출한, '전체 개인교습비'의 경우 2003년 3조9600억원에서 2004년 4조9900억원으로 늘었고, 2005년에는 5조4500억원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전체 사교육비에서 개인교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24.4%에서 2004년에는 28%, 2005년에는 28.3%에 이르렀다.

2000년 대법원의 과외금지 위헌 결정 이후 더욱 확대되고 있는 과외시장은 최근 온라인세대의 입맛에 맞추어 발빠르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과외선생님을 구하는 주체는 학부모였다. 지인의 소개나 소위 '누구네 집 명문대 둘째아들이 잘 가르친다'라는 식의 입소문이 과외선생님을 구하는 방법이었다. 과외성사에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하였으나 실력이 검증된 선생님을 구할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요즈음은 중고등학생들이 과외연결 사이트를 이용하여 직접 과외선생님을 구한다. 손쉽게 과외선생님의 학력사항, 경력, 자기소개서, 사진 등을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 전문 과외연결 업체는 100여개, 여기에 전문취업정보 사이트나 대학교가 운영하는 취업지원센터 사이트를 더하면 3000여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과외연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포털업체의 '과외천국'이라는 카페의 경우 특별한 절차 없이 자유롭게 정보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회원수는 12만명에 이르며 하루에도 50여건 이상의 글이 등록되고 있다.

하지만 신분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과외비만 받고 연락을 두절하는 등의 과외사기가 종종 일어나면서, '믿을 수 있는 과외선생님 연결'을 내세우는 전문 과외연결 사이트가 우후죽순 개설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과외연결 업체인 과외1번지의 경우 선생님회원만 13만명, 과외복덕방의 경우 10만명에 이른다. '신뢰'를 무기로 과외중개 수수료나 정회원 가입비를 받는다는 이 업체들은 그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선생님회원에게 대학재학(졸업)증명서 제출은 의무화하고 있으나 그 외의 허위정보 기재에 대해서는 마땅이 검증할 방법이 없다.

기자는 과외 선생님을 등록을 하겠다고 밝히고, 과외연결 사이트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재학증명서 이외의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좀 의외였다.

"수상실적증명서를 제출할까요?"
"아니요. 주실 필요 없어요."
"네? 그래도 확인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물어보는 학생도 별로 없고….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자격증 확인등 이용자의 주의 필요

과외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중고등학생을 가르칠 경우 시간당 평균 2만원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으니 패스트푸드업체에서의 아르바이트에 비하면 7-8배 이상 되는 돈을 버는 셈이다.

과외연결 사이트를 찾는 대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클릭 한 번으로 명문고, 명문대 학생이 될 수 있다'는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허위과장광고에 의해 과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자격 미달 과외교사가 교습을 하는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과외비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외연결 사이트의 경우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해 주는 '시장' 역할을 할 뿐 과외선생님의 거짓된 이력서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의 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과외 이용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시범과외를 통해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자신과 맞는지 확인하고, 또한 재학증명서나 신분증, 경력증명서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과외비를 지불하기 전, 선생님의 휴대 전화번호, 집 전화번호 등의 기본적인 연락처를 알아 두고, 현금 대신 계좌번호로 과외비를 입금하는 것도 과외사기를 방지하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지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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